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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풀어 환율 개입..약발 논란>
기사입력 2008-06-29 08:21 |최종수정2008-06-29 09:14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박용주 기자 = 외환당국이 최근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도개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환율 오름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이 당국자들의 구두개입과 뒤 이은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큰 폭으로 밀렸다가도 국제 유가의 상승과 외국인의 증시 이탈 등으로 이내 원 상태로 복귀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곳간을 열어 달러를 풀고 있지만 약발 없이 외환보유액만 야금야금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달 중 최소 50억달러 개입 추정
29일 복수의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6월 들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달러 매도 물량이 50억~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외환시장이 급변동할 때 정부가 하루에 5억~10억달러 정도를 2~3일 정도 개입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달 가까이 꾸준히 개입해 이같이 대규모의 달러를 판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와 민생 안정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한 이후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 강도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최근 물가 급등이 유가 상승에 다분히 기인하고 있는 만큼 원화 강세를 유도해 물가 상승분을 상쇄하는 전략이다.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 강도가 높아지는 또 다른 요인은 마땅한 물가 통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가라는 공급 측면의 변수에서 기인한 물가 오름세인 만큼 공급 측면에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환율만한 개입 수단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통화당국이 지급준비율 인상 등 금융통화정책도 검토하고 있지만 물가 급등을 제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하면 서민과 중소기업 등 한계계층에 치명타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약발 없이 외환보유고만 축내"
당국의 개입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약발은 미약한 편이다. 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 규모는 지난 10일과 16일 각각 3억달러 수준에서 17일과 24일 각각 10억~15억달러로 늘어나더니 27일에는 15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초 1,010원 선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외국인 주식매도분의 역송금 수요와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복귀했고 27일 현재 1,041.50원으로 당국의 개입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달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시도를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변화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인데 달러 매도 개입으로 버티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시장을 왜곡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에선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투자자 주식매도, 고유가 등으로 인해 달러 결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지난 3월 매수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최근처럼 자주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잦은 시장 개입은 목표 환율 등 당국의 패를 노출해 투기세력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환율 변동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대외 불안 등으로 당국의 저항선으로 인식되는 수준을 넘어설 경우 투기적 매수세의 폭주로 걷잡을 수 없는 오름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외환보유액은 '라스트 리조트'..관리 필요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야금야금 소진하는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경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월 말 기준으로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외채가 1천765억달러로 외환보유액 대비 66.8%를 기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위험수준으로 보고 있는 60%를 넘어서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2천642억달러에서 5월말 2천581억달러로 줄어든 후 6월 말에는 2천500억달러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 여파로 석달 만에 보유액이 100억달러 이상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국제 기관들이 외환보유액을 쏟아붓는 개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은행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화 매도 개입과 관련해 국가 신용등급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IMF도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 발표에서 "시장개입을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국한했던 한국의 변동환율제도는 과거에도 효과적이었고 앞으로도 적합하다"며 잦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의 비중이 IMF가 위험수준으로 보고 있는 60%를 넘어서고 있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와 경상수지의 흑자전환 노력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미세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필요는 있지만 외환보유액을 자주 쓰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달러 매도 개입 물량이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세계 5위권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두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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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