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일) 저녁 8시쯤 시청으로 갔습니다.
도착해보니 전경차가 장벽을 이루고 있더군요.
주변에서 얘기를 들으니 종로 쪽에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을지로입구 방면으로 걸어갔습니다. 을지로입구 사거리쯤 가니 시청 쪽으로 오는 시민들이 보이더군요.
그때 갑자기 '명동으로 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우르륵 차도를 가로질러
롯데백화점 방향으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명동입구를 지나 한국은행 앞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
명동으로 가자, 서울역으로 가자, 앞쪽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방송차도 없고, 시청에서 모이질 못해 그 시간까지 시내 곳곳을 게릴라식으로
가두시위를 허던터라 그때 그때 상황봐서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좀 있으니 시위대 후미가 다시 을지로입구 쪽으로, 왔던 길로 움직이더군요.
그런데 명동입구쯤 지날 무렵, 을지로입구 쪽에서 전경들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인도 쪽으로 피해 올라가고...
인도로 올라온 시민들은 X빠지게 달려오는 전경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힘내라! 힘내라!"
^^;;;
그리고 인도 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을 뒤로 하고
명동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있은 후 종각 앞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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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함께 도로를 걸으며, 박수를 치며 구호를 외치는데,
왜이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딱히 어떤 감정 때문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로 거리에 앉아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을 보면서도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백 번 양보해서 이 상태로 가도 좋습니다.
5년 내내 촛불 들어 양초공장 사장님 알부자 되게 해주죠.
다만, 5년 후에 표로써 확실히 심판할 수 있다는 보장만 된다면요.
그런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어보입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건 그때 가서 할 고민이라 자위하며
오늘 저녁에도 퇴근하고 자리 채우러 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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