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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끝장 혈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30 01:13:28
추천수 0
조회수   579

제목

[야구] 끝장 혈투

글쓴이

김주섭 [가입일자 : 2001-09-30]
내용
일단 한가한 글이라 송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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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구질거리는 그지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혈혈단신 문학구장을 찾았습니다.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가는 걸 보면 분명 정상은 아닙니다.

켁;



듣보잡 수준의 양팀 선발이 의외의 호투를 보여 주었고

이후의 출첵 대결도 불꽃을 튀었습니다.

결국은 기력이 빠질대로 빠진 이글스가

연장 15회말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맞고 주저앉았습니다만...

ㅡㅜ

06년 코시 6차전 삼성과의 무승부 이래로 최고의 명승부가 아닌가 합니다.

양팀 도합 20개의 안타, 10개의 사사구를 기록하고도 최종 스코어는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용호상박의 명승부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네요.



실은 모든 면에서 와이번스와의 미세하면서도 현격한 수준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다부진 레벨 스윙,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 외야진의 강한 어깨와 빈틈 없는 연계 플레이, 질적/양적으로 우수한 불펜진 등... 과연 강하더만요.

연장 15회말까지 끌고 간 것도 꾸역꾸역 틀어막는 똥줄 야구가 어쩌다 통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캐넌이 혁민어린이에게서 우전 끝내기를 날리는 순간

막대풍선에 바람을 빼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분하고 억울하지만 뭐 별 수 있나요.

끝까지 분투한 이글스 선수단에게 큰 소리로 수고했다를 외치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허나 제 본성은 공주고 훌리건;

온갖 육두문자가 무단방류되려는 것을 꾹꾹 눌러담고

쟈철역으로 마냥 내달렸습니다.

낼 출근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꼬라지인가 싶으니 스팀이 새록새록 올라옵디다.

막 출발하려는 열차에 가까스로 올라서서 숨을 고르려니

연세 지긋하신 두 분께서 술냄새를 풍기며 열을 올리고 계시더군요.



노인1 : "여기 지금 지하철 타는 사람들은 야구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야."

노인2 : "아무렴. 근데 너무 맨날 이기니깐 재미가 없네그려."

훌리건 : (아... 씨바 절루 가야지. 근디 여기는 적진의 심장부가 아닌가베?)

노인1 : (툭툭 치며 유니폼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만) "속 좀 타시것어?"

훌리건 : (뭐래;) "네?"

노인1 : "졌잖어. 열 좀 받으셨지?"

훌리건 : (놔둬라;) "아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죠 뭐. 헤헤..."

노인2 : "아니 그렇게 봐줘도 못 이기면 어째? 그렇잖어?"

노인1 : "그러게나 말여. 김성근이가 김인식이 봐준다고 김광현이도 뺐잖어."

노인2 : "하여간 껨이 안 되더라구. 고따구로 못하면 빠따를 맞아야 허는디 말여."

훌리건 : (...)



인천 1호선 문학경기장역에서 부평역까지 일곱 정거장인가를

억지웃음 웃으며 착한 척하느라 수명이 십 년은 줄어든 기분입니다.

벽에 똥칠할 넝감들 같으니;



주말 내내 잘 쉬다가 하필 일욜에 달리는 바람에 상태 메롱입니다.

그래도 아들이라고 웃으며 콩국수를 말아주시며

울엄니가 저더러 효도를 그렇게 하면 봉천동에 효자비 세우것다 이것아 하십니다.

에휴~



껄끄러운 베어스와 와이번스 상대로 죽음의 6연전이 다가 옵니다.

불펜은 허덕이고 타선은 물에 젖은 데다가

오늘 패배로 사기마저 바닥에 떨어졌으니

상위권 도약은 정녕 요원하단 말입니까.

허약하던 마운드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렵니다.



이제 진짜 자야죠.

좋은 밤들 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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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찌질한 잡설이 빠지면 섭하죠.



#1) 박정권-클락의 1루 대충돌

다리 골절로 시즌 아웃된 박정권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덕 클락이 그 후에 병실에 꽃까지 보냈답니다. 대단한 선수입니다.

악송구로 세잎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왜 다리를 벌립니까.

다리 망가진 선수를 책망하기도 뭣합니다만 암튼 아쉽습니다.

덕분에 시계선생도 부상을 입었고 타격감은 바닥을 헤메고 있습니다.



#2) 대성불패 부상 재발?

오늘 유원상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서 깔끔한 피칭으로 3루 응원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구대성이 김강민의 강습타구에 맞아 한 동안 마운드에 주저앉아 있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거기 있던 이글스팬들은 모두 자신의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잘린 기분이었을 겁니다. 기사가 뜨지 않아 부상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가슴 한 켠이 답답하네요.

그러고 나간 김강민은 대선배가 쓰러져 있으면 슬쩍 와서 안부라도 살피고 가면 좋으련만 1루 베이스 코치랑 작전 모의만 신나게 하더만요. 결국은 신나게 깔짝대더니 2루를 훔치고 공이 빠진 틈을 타서 3루까지 내달았습니다.

아하. 그것이 극강선두의 원동력일 줄이야.



#3) 정근우 레이저빔 어필

얘는 참 그 전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여상의 1루쪽 깊숙한 땅볼 타구시 2루수 정근우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 왔습니다. '포격수' 본능이 꿈틀댔는지 발이 1루 베이스의 절반을 가리게끔 들이대자 이여상이 급하게 피하느라 기우뚱해서 발을 삐끗했고 다음 수비시에 바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선수였다면 그 발목 얼마나 딴딴한지 밟아서 확인해 봤을 텐데...



그걸로 끝났으면 애교로 봐줄 텐데

안타인지 볼넷인지 암튼 1루로 출루한 정근우가 토마스를 가리키며 1루심에게 계속 뭐라뭐라 어필하길래 안 그래도 늘상 찍혀있는 녀석인지라 다들 야유를 날렸더랬습니다. 알고 보니 3루측 응원석에서 터뜨리는 DSLR 플래쉬가 신경에 거슬리셨답니다. 이광길 3루 베이스 코치는 삿대질을 날리며 끄라고 소리지르더군요. 3루심도 아니구요.

심기가 불편해진 토마스는 결국 박재홍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정근우는 3루까지 졸라게 내닫더군요.

단초를 제공한 관람객이 문제겠지만 밉상인 녀석은 뭘 해도 밉상입니다.



#4) 리틀 쿠바? 리틀 탱크?

오늘 통산 1,500안타를 달성한 박재홍은 정말 후덜덜이더만요. 타석에서는 절대로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위압감이 장난 아니고, 수비시에는 레이저 송구로 주자의 진루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모습에 오늘 아주 감탄했습니다. 추승우 선제 적시타시에 3루로 달리던 김민재를 원바운드 딜리버리로 잡아내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결국 그 때 추가점을 못 내서 진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근데 왜 엄한 한상훈이한테 바디첵을 날린답니까. 걔가 솔직히 때릴 데가 어딨다고. 발끈한 한삼푼 2루심한테 하소연해서 2루심이 박재홍더러 그러지 마라 하니깐 어깨를 으쓱하며 썩소를 날리더군요.

아항. 이겨야 하니깐?

후덜덜한 경력을 자랑하는 KBO 대표타자라면 품격도 좀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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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저는 훌리건이 맞아요. ^^;

꿈에 나오겠구만요.

이제 그만하고 진짜 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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