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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왔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29 04:54:34
추천수 0
조회수   792

제목

지금 돌아왔습니다.

글쓴이

한은경 [가입일자 : 2004-05-26]
내용
9시경 시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친숙한? 닭장산성이 훨씬 앞서나와 맞이해주더군요.

어제 한 방 맞은 코리아나 호텔까지 방어선을 치고 있더군요.

더러운 조선일보...



비가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우의를 챙겨입고 가능한 한 앞으로 나갔습니다.

이미 살수차가 등장했지만

시민들도 소화전을 열어서 살수호스로 맞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은 정말 신나더라구요. ^^ 우리도 무기가 생겼다는 느낌.

한동안은 경찰 살수차에 지지 않고 버스를 끌어당기는 시민들을 보호하며

살수차 대전을 펼쳤습니다.



오늘 살수차 한 번 시원하게 맞았습니다.

우의입고 맞으니 그렇게 무섭진 않았지만

맞고 있는 동안엔 실제로 물이 들어오지 않음에도 압력과 한기가 느껴집니다.

형광물질은 없었지만 약간의 최루성분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코가 매캐하고 지금도 피부가 따끔따끔거립니다.

하지만 한 번 살수차가 지나가고 나면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시민들 '한번더, 한번더'를 외칩니다.



계속 경찰 쪽에서 돌과 보도블럭 조각이 날아옵니다.

제 쪽으로 녹색 맥주박스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어케 피했지만 어이가 없습니다. 살인 견찰들...

부상자들이 속출합니다. '의료진'을 외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앞에 계신 분들 버스에 쇠줄을 연결해서 열심히 당기고 계십니다.

으ㅤㅆㅑㅤ으ㅤㅆㅑㅤ..간절한 마음을 함께 실어보냅니다.

그렇게 시민살수차과 경찰살수차, 소화기와의 싸움이 약 2-3시간여 벌어집니다.



12시가 되기 전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옆의 서울신문 빌딩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입구와 현관은 발디딜 틈 없이

돗자리를 깔고 쉬고 계신 시민 여러분들로 가득합니다.

1층과 지하 화장실 모두 사람이 꽉꽉 들어차 어찌어찌 10층까지 올라갔습니다.

10층에서 창문으로 상황이 보여 잠깐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옆에 머니투데이 기자분들도 계셨구요.



위에서 보니 한 눈에 상황이 내려다보이더군요.

시민들은 눈물겹게 계속 버스를 끌어당기시고

야속한 버스는 흔들거리기만 하고 줄은 끊어지지 않고

줄은 뒤에 있는 중장비 몇 대와 나무에 아주 단단하게 묶여져 있었습니다.

저 중장비와 쇠줄을 시민들의 힘으로만 맞상대하고 있다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닭장산성 뒤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서울시 의회 앞쪽으로 점점 전경들이 모이고 있고 진압 직전의 상황인 듯 보입니다.

닭장산성 방어라인 한 쪽을 살수차로 직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앞의 시위대들이 뒤로 약 10여미터 물러섭니다.

그리고..그리고.. 경찰들이 그 사이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봤지만 그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였습니다.

화려한 휴가 영화를 실사로 보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버스 사이로 방패를 굴리고 진압봉을 흔들며 쏟아져 나오는 전경들..

앞에서 용감히 살수차를 맞고 있다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시민들..

그리고 쉴새없이 가해지는 폭력들...



아래 동영상에서 나온 그 구타당하는 사람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망가다가 낙오되었는데 동영상에 나오기 전에도

약 20-30명에게 둘러싸여 계속 두드려 맞고 발로 채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또 둘러싸여 맞는 상황이 동영상에 나온 것 같습니다.

남잔지 여잔지는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후로도 한참동안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다가

시민들 몇 분이 오셔서 봐주시고 앰블런스에 실려갔습니다.



옆에서 머니투데이 기자님이 사진 많이 찍으셨는데 올라갈런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손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냉담중인 천주교 신자이지만 쉴새없이 기도를 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왜 이런일이 2008년에도 일어나야 되는 걸까..



그렇게 순식간에 시위대는 코리아나 호텔앞에서 시청앞쪽까지 밀려났습니다.

수많은 전경들의 폭력앞에서 우비만 입은 맨몸의 시위대는 너무나도 무력했습니다..

폭력을 먼저 휘두르지는 않더라도 시민 자위대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도로는 통행할 수 있었지만 전경들이 이중삼중으로 인도마저 다 에워쌌습니다.

계속 경찰지휘부의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인도쪽으로 계속 밀어부쳐라. 인원은 충분하다.

인도쪽의 사람이 줄어들면 한꺼번에 모두 연행하라..'



그 상황까지를 보고 내려와서 시청앞에서 전경들과 한동안 맞대면하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팔짱을 꼭 끼고 전경들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습니다.

아까의 폭력진압을 보고 난터라 금방이라도 바로 진압이 시작될까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합니다.

옆에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앞에 나오셔서 전경을 향해

'이그 그래 너희가 무슨 죄가 있겠냐.. 고생이 많다'면서 위로도 하시고..

'너희가 이러면 안 돼! 너희가 우리한테 이러면 너희 부모님, 동생 때리는 거나 똑같은 거야.' 하고 훈계도 하시고..



하지만 점점 줄은 대한문까지 밀려들어가고..

대책회의는 종각으로 광화문사거리까지 돌아들어갈 것을 결의합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경들에게 바이바이하고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리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리 산자여 따르라...'

(이 노래 제목이 뭔가요?)

를 부르며 종로로 행진합니다.



종로에 도착해서는 잠시 앉아있다가 피곤이 몰려와

새벽 2시경 시청에 주차시켜둔 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오마이뉴스를 보니 아직은 별 상황이 없는 모양이네요.

자기 전에,그리고 월요일의 정의구현사제단의 비상시국미사에 참석해서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해 주시라고..

제발 이 나라의 권력자들을 회개시켜 주시라고..

더 이상의 폭력과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해 주시라고..

기도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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