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수업을 일찍 끝내고(...라지만 오전7시 ~ 오후5시 밥 굶고 논스톱 강행군)
피곤한 상태에서 방에 들어오니 난잡한 환경이 왠지 모르게 확 짜증이 나더군요.
책상 위엔 시디피, 그 앞엔 잡동사니...
앞뒤로 무식하게 긴 스피커 뒤에는 책들이 꼽혀있는데다가
앰프는 저 멀리 책장 위에 올려져 있는 난잡한 모양새였는데,
그걸 좀 정리했습니다.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쓰레기장에서 주워다가 고쳐서 쓰고 있는 낡아빠진 기기들이지만
그래도 직접 고치고 닦아서 쓰니 나름 애착도 가고...
비싼 돈 들이곤 조심스러워서 만지기 꺼려지는 것보단 훨 낫다며 자기위안 중입니다.
벨트를 갈았는데도 귀차니즘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오픈 버튼을 누른 후 손으로 툭 쳐야 튀어나오는 트레이 빼곤 문제 없는 CDP...
동영상도 못 보는 디스플레이 창이지만 아무렴 어때요.
시디 들어가기가 무섭게 트랙 수와 총 시간이 파팟 뜨는 예쁜 놈인걸요.
작년 여름, 소나기 내리기 직전 쓰레기장에서 송진을 잔뜩 얻어맞고 있는 놈을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들고 와서 시행착오 거쳐가며 수리한 인티앰프...
별 의미는 없겠지만, 8옴 기준으로 105w + 105w...
구동력 생각하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고, 저역이 상당히 부푼데다 불투명하며
협대역이고 음이 전반적으로 혼탁하여 이따금 골이 띵해질 때도 있으며
대패로 민 듯 질감은 영 아니올시다인데 거칠거칠한데다가
중역대는 껍데기는 있는데 속알이 텅텅 비어있는 등등
하나하나 따지면 맘에 참 안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4옴에 89dB짜리 싸구려 스피커 물린 상태에서
볼륨을 아홉 시까지 올렸다간 경찰특공대, 헌병특경대가
줄줄이 출동해서 총을 겨눌 것처럼 소리가 뻥뻥 터져나오는건 대단하군요. -_-a
그리고... 스피커!
직거래로 장터에 내놨건만, 직거래 연락이 전혀 없어서 안팔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폭 찢어진 엣지는 생각보다 꽤 깔끔하고 튼튼하게 붙었습니다.
제 것 수리는 제대로 안 하면서 남의 것 수리해주고 다닌 경험이
요런 때는 도움이 되는군요.
우려와는 달리, 접착한 곳이 그다지 딱딱해지지는 않아서 일단 안심입니다.
사진으로 잘 안 보일 듯 합니다만, J자 뒤집은 모양으로 찢어졌었습니다.
스펀지 엣지나 종이엣지는 시간 지나면 삭거나 떨어지는게 싫었는데
고무 엣지는 자상에 무척 약한 것 같군요. ㅠ.ㅠ
그럼 남은 건 천 엣지??
30만원으로, 가장 비싸게 입수한 물건인 오로라사운드의 비올라 헤드폰앰프 입니다.
이래저래 팔면 절대 안 되는 사정도 있고, 한동안 들여놓고 있으면서 정도 들어서
팔라는 요청을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리고 있습니다. 딱 잘라서...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간다는게 대단히 꺼려지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그다지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요...?
책상 위에 올려둔채, 당연히 있는 물건인 듯 신경도 안 쓰고 있다가
이번 겨울 동안은 제 방을 벗어나서
여러 사람이 만지는 곳에 두어야 할 상황이 되니 어째 마음이 무겁습니다.
자기 것 아니라며 함부로 다루어질 것이라 생각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매일같이 집에 오면 거의 밤입니다.
보통은 스피커로 음악을 듣지만, 늦은 밤에 시원스레 듣고 싶을 때는
나이어린 한때 취미로써 깊게 빠져들었던 헤드폰을 즐겨쓰곤 합니다.
책상 위가 좀 정리되고 나니 공부할 공간도 좀 더 확보되고
여러 모로 참 좋네요.
당장 급한 일 몇 가지가 해결되고 나면 잠시나마 요놈들로 음악 들으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몸도 혹사시키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부쳤더니 많이 고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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