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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느낄 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17 12:20:42
추천수 0
조회수   971

제목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느낄 때...

글쓴이

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내용
어젯밤에 퇴근해서 집에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받아보니 남자분이 이러시더군요.



"잠깐 내려와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차를 긁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허걱~~~ 으~~~. 아직 새 차 뽑은 지 한 달이 되지 않았거든요.

일단 내려가 봤습니다.



가보니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제 차 앞에 차를 세우고 계시더군요.

같은 동 1층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많이 피곤해 보시이더군요.

차는 구형 rv차였고요.

제 차 앞으로 전진 주차를 하다가 운전석 앞부분을 긁고 지나간 겁니다.

(아~~~ 마음 아파라~~~)



아저씨가 그러시더군요. 고개를 숙이시며

"죄송합니다. 제가 원하시는데로 변상해 드릴 테니 명함 받으세요."



정말 고맙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회사가 안산이시던데 늦게 퇴근하셔서 어두운 상태에서 잘 못 보셨나 봅니다.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그쪽 차는 괜찮으신가요?

제가 피해를 최소화해서 내일 전화 한번 드리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쓰린 마음을 뒤로하고 아저씨를 보내드리고

같은 동에 이렇게 양심적이고 점잖은 분이 사신다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제 차를 더 살펴보다가 저도 들어왔습니다.



집에서 집사람과 고마운 분이 한 동에 사신다며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다가

역시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 전에 부리나케 서둘러

동네에 있는 맥과** 광택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처음 가본 곳인데 좀 비싼 집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교체 외에는 완전 복원이 어렵다고 광택 사장님이 그러시기에

피해를 최소한 줄이려고 살짝 도색하고 검은색 범퍼 부위는 약품과 착색작업만

하기로 했습니다.



사정을 들으면서 작업하시던 사장님이 전화해 준 아저씨가 참 멋진 분이라고 하시더군요.

상처 남더라도 그냥 간단 작업만 하려고 했는데

광택사장님이 상처 부위에 광까지 내주고 약품까지 정성스레 발라주셨습니다.

거의 1시간 반 이상 걸렸고요.



수고하셨다는 말씀과 함께 계산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손사래를 치시더군요. 그냥 가라 하시면서요.

평소에 검은색 상처부분에 바르라고 약품도 덜어주시고...



놀랐습니다. 아침부터 별로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매우 열심히 일해주셨는데...

한사코 거절하시면 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좋은 일로 다시 찾아주라 시면서요.



또 마음이 찡해지면서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저녁에 퇴근하면 같은 동 아저씨에게 전화 할겁니다.

고마운 광택 사장님 만나서 잘 처리했으니 마음 쓰시지 말라고요.

다만, 새차 사시거나 주변에 차 광택 내실 일 있으시면

오늘 도와주신 그 사장님께 좀 가주셨으면 좋겠다고요.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맛 납니다.

여전히 이민 가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 충만하지만 조금 더 버텨 보렵니다.

나를 대신해서 바른 세상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분도 계신 세상입니다.

돈이 있건 없건 남 무시하지 않고 서로 돕는 분이 분명히 계십니다.

양심적이고 현명한 분도 꽤 계십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분도 좋습니다.











오늘 오전은 날씨가 덥지 않고 선선하군요.



새 차에 난 생채기를 스윽 쳐다보니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금 아니 아주 아주 조금 아프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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