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화원을 크게하는 친구가 국화를 준다고 했었는데, 지난 토요일 오전에 받으러 갔습니다. 완성된 북부 외곽순환을 이용해서 가니까 금방이더군요. 일찍 받으러 와야 자기도 들일 나간다고 일찍 오래서 새벽같이 갔죠. 딱히 과속을 하지 않아도 길이 좋아서 집에서 40분 정도 가니까 벽제 화장터 인근 친구 화원에 도착했습니다.
친구가 라면 박스정도의 크기에 한가득 모종을 담아서 주길래 몇 포기나 되냐고 물었더니.. 500 포기라고 하더군요. 500 포기.. 한포기를 30초에 심는다고 쳐도 500 * 30 초는 대략 OTL
국화 모종을 받아다 놓고, 오전에 자동차 정기검사 받고, 처가로 고고싱~
사실 작년에 제가 처갓집 앞 마당에 있던 화초를 전 잡초인줄 알고, 제초제 왕창 뿌려서 주차장을 깨끗이 만들었던 전과가 있습니다. 장모님이 굉장히 아끼고 키우던 화초였는데 제 눈에는 잡초로.. o(T^T)o
계획은 처갓집 앞에 있는 조그만 밭둑에 집중적으로 심고, 처갓집 들어가는 철다리부터 길 양편을 멋지게 일렬로 심는거였는데... 네시간쯤 잡초 베고, 잡초 뿌리 뽑고, 호미질 좀 하다가보니, 사람 할 짓이 아니더군요.
네시간쯤 제초를 낫과 호미로 하다 보니까 모종이 박스 속에서 1주일만 버틸 수 있었으면, 아마 저는 광에 있는 그라목손 듬뿍듬뿍 뚝에다 뿌려버렸을 겁니다. -_-;;;
하여간에 집 앞에 마당과 밭둑은 어떻게 다 맸는데, 철다리부터 진입로는 때려 죽인대도 못 하겠더군요. 그래서 작전 변경.. 500 포기를 다 심어야 되니까 20cm 간격으로 오와 열을 맞춰서 촘촘히 심자~!!
5부터 저녁 9시까지 심었습니다. 정말 하늘 한번 안 쳐다 보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심었습니다만... 그렇게 밭뚝하고 앞 마당 테두리 몽땅 심어도 300포기 정도가 한계더군요. 허리랑 장딴지, 종아리가 차라리 죽이라고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200 포기는 데쳐서 쌈 싸먹을까 싶은 생각만 머리 속에..
에이~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 하는 얘기는 참 할 말이 아니라는거 다시 한번 느꼈네요. 농사..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_-;;;
에라 모르겠다 하고 대충 씻고 사랑방에 들어가서 일요일 점심까지 퍼질러 자다가 나왔더니, 장모님이 남은건 집 둘레 담벼락 밑에 다 심으셨더라구요.
하여간 폼나게 제가 다 심어 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해서 좀 찜찜하긴해도.. 이제 가을이면 단추만한 조그만 국화 꽃이 만발할테고, 가지가지 색깔 다 섞어서 담았다는 친구 말이 사실이면 알록달록 예쁘게 필것 같네요. ^^;;
장모님도 처음에는 국화라고 하니까 주먹만한 하얀 국화를 연상하시다가, 꽃다발 만들때 쓰는 작고 예쁜 국화라고 했더니 그제야 안심하시더군요. ㅋㅋ
아무튼 장모님도 기뻐하시고, 애 엄마도 기특한듯 바라 보길래 기분이 업되서.. 집에 있던 양주 안 뜯은거 한 세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자기 아부지랑 오늘 저녁에 마시고 내일 독후감 알려 준다고 합니다. ㅋㅋㅋ
근데 삭신이 쑤시고 저려서.. 집에 갈 일이 까마득 하네요. 잔차 타고 가야 하는데 말이죠.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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