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게엔 크게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집은 광우병소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는 2가지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지요. '소고기 수입반대''조중동아웃'



아주머니 몇분이 점심 때 오셨습니다.



불쾌한 표정으로 제게 물어보십니다.



'혹시 사장님 되세요?'



'아. 네. 그렇습니다. 혹시 뭐 불편하신거라도 있으셨는지요?'



생긴거완 다르게 참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게. 정중히 대답해 드렸습니다.



'저기 밖에 걸어놓은게 뭐에요? 저런거 때문에 나라가 불안해지고 촛불시위다 지랄이다 온나라가 들쑤석이게 되는거 아니야? 아저씨도 사상이 이상하세요?'



아 놔...언제 봤다고 반말 섞어가며 지랄이라는 표현을 쓰시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 네. 밖에다 현수막을 걸든 체게바라 사진을 걸든 다 주인 마음이죠. 불편하셨으면 어쩔 수 없지만 제 가게에다 제가 거는데 전혀 문제되진 않을것 같은데요'



그러자 아주머니 조금 열받으셨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 때문에 우리 대통령이 일도 못해보고 흔들리는거 아니야. 나라가 온통 빨갱이 소굴같으니 참 나'



이런...아주머니의 생각이 도가 지나치시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전 역시 꼴통입니다.



'네...사실 저도 두번이나 촛불들고 지랄맞은 짓 하고 왔습니다. 전 제 아이들에게 미친소고기 먹이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리고 제 친구들 서울대,고연대 나온 친구들 동창들 다 무식해서 한놈도 빠짐없이 다 촛불시위 같이 했네요. 아주머니 주변엔 미국소고기 좋아하시는 똑똑하신 분들이 많으신가봐요'



'이봐요. 하늘이 알고 우리 주님이 아세요.'



'소고기하고 하늘이 뭐 상관인가요. 소마앙교회 다니시나봐요'



'아니요. 여의도 순뽂응교회 다녀요'



'아....네....뭐....유명한 블록버스터 교회 다니시네요. 암튼 소고기 수입되면 맛있게 드세요. 저희 가게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미국산소고기는 사용 안할겁니다. 뭐...해물이 주메뉴라 소고기 들어갈 일도 별루 없구요.'



'사람들이 나라 망치려고 이 난리쳤는데 어떻게 미국소고기를 먹어요. 찝찝하게'



아 놔............



어쩌라구...........



그렇게 아주머니들은 기분 나쁘다며 가셨습니다.



저 들으라고 한마디씩 하시면 말이죠.



'야. 이런데 오면 안되겠다'

'무슨 음식이 이렇게 매워'

'젊은 사장이라 생각이 이상해'



아주머니들의 한마디한마디는 제 귀에서 맴돌더군요.



아.....이게 바로 대한민국 10%구나. 실감했습니다.



90%의 민심을 좌파에 빨갱이, 나라를 망치는 족속으로 만드는 바로 그 분들의 실체를 몸소 느껴보니 정말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수막을 걸고 장사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10일날 제 가게앞을 지나가는 연대에서 출정한 촛불집회 대열 중 제 가게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손을 흔들어준 많은 학생들.



식사를 하고 나가는 유모차를 동반한 젊은 부부가 식사하고 촛불집회 하러 간다며 스티커를 유모차와 티셔츠에 붙이던 흐뭇한 광경.



작은 미소와 함께 스티커를 가져가는 많은 손님들의 마음.



제가 나라를 망치는지. 누가 나라를 망치는지 전 모릅니다.



아주머니 말대로 무식하니까요.



가게를 하면서 오시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게 맞지만...제가 못나서 전 모든 손님에게 똑같이 잘할 수는 없나봅니다.



돈 좀 못벌어도 제 부모님껜 정직한 아들이. 제 아내에겐 믿을 수 있는 남편이. 제 자식들에겐 올바른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