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비행기 내부는



많은 좌석과 승객들..



그리고



적당한 실내 온도와 조명,앞에 설치 해 놓은 큰 모니터 화면으로

뱅기의 현재 항로,속도,바깥온도,고도 등을 한눈에 볼수 있도록

설치 해 놓은 배려와 승무원들의 친절과 함께 괜찮아 보였다.



1000km를 육박하는 속도로 날고 있음에도

제자리에 그냥 가만 떠 있는것 처럼 착각이 드는게 뱅기였다.



첨에는 호기심으로 약간의 시간을 쉬이 보냈지만



조금 지나면서 지정 된 의자에 갇혀 있는것 같은 답답함과

적지 않은 소리의 뱅기 엔진소리가 더불어 5시간 동안의

뱅기시간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예감 했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구경 하려던 기대는 무너졌다.

밤시간 이어서 바깥이 온통 검어 암 것도 뵈지 않았다.



나눠 준 작은 헤드폰을 꽂아 여러 음악 채널중 클래식 음악을

볼륨 높여 들으며 엔진 소음도 차단하고 지루하고 단조로운

시간을 조금 이나마 분위기 있게 만들어 보는게 고작 이었다.



(요즘은 많은 뱅기 탑승 경험으로 5시간을 요령있게 잘 보낼수

있지만 첨 타보는 베트남 행 뱅기안의 그 시간은 힘 들었다.

아마 빨리 베트남의 미래 아내를 만나 보고 싶어 마음이 먼저

앞질러 나가는 바람에 더 지루 했을거란 추측도 해 본다)



앞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비디오로 영화를 보여 주고 있었지만

시시해서 보기 싫었고 의자를 뒤로 재쳐 잠이라도 청하려 했지만

뒷 사람에게 미안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괜찮은데 그땐 몰라서...)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저녁 식사가 제공 되었다.



생전 첨 먹어 보는 뱅기 기내식..



(마치 어릴적 소꿉장난 때 여자친구가 “여보~밥 먹으세요.”하며

갖가지 아기자기한 그릇안에 빨간 벽돌과 풀잎을 갈고 썰어 만들어

주던 추억 속의 어린 아내의 정성어린 만찬과 같이..)



여러 작은 용기 안에 준비한 다양한 음식이 든 쟁반을

사각형 수레에서 꺼내어 앞에 내려 주었다.



(요즘은 그것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고 생각 하지만)



첨 보고,첨 먹어 보는 기내식은 실망 스러웠다.



그러나 시간도 죽이고 기분도 전환 시켜 주는 음식 먹기를

그냥 포기 할 수는 없어 천천히 거의 모두를 먹어 치웠다.



역시 생각대로 식사 시간만 30분 정도를 보낼수 있었고

지루하고 답답했던 몸이, 들어온 음식을 음미하고 소화 시키려

애 쓰다 보니 몸도 맘도 새로운 변화와 기운을 얻는것 같았다.



연극의 2막이 새로 시작 되는 것 같은 느낌의 분위기를 타고

시간이 갑자기 잘 흘러 가는것 같고 지루함도 덜 했다.



어쨌거나



그 정도의 지루함과 힘겨움은 내 인생을 새로 시작 하는데

함께 할 평생의 배우자 - 미지의 아내를 찾아 나서는 큰일에

비하면 충분히 참을수 있는 작은 어려움이란 생각이 앞섰다.



드디어..



날고 날아 곧 착륙 할거란 방송을 듣고 창밖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서울과 같은 화려한 불빛은 아니지만 수채화 같은 화사하고 따뜻한

불빛들이 초 여름의 이국적 내음을 풍기며 반짝이는..



어릴적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전에 상영 되던 ‘대한 늬우스’에서

많이도 보았던 ‘월남 소식’속의 그 사이공- 호치민의 야경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곳이 바로 어릴적 그렇게 많이 듣던 바로 그 월남-베트남..

생전(생후가 맞는게 아닌가?)첨 타본 뱅기,첨 와 보는 외국...



그것도 내 아내가 될 여인이 살고 있는 낯설지만 않은 나라



베트남 ...



뱅기는 무사히 착륙하여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어느 지점에

가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