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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녀와서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14 13:37:50
추천수 3
조회수   696

제목

어제 다녀와서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어제는 몇몇 지인 분들과 번개 모임 삼아서 집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시청 광장으로 건너오는데,
백기완 선생께서 걸어가시더군요.
사람들이 다들 몰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 틈으로 혼자 걸어오시더군요.

조금 더 들어오니까,
회원님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수건을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집회는, 현 정권의 언론 장악 책동에 맞서자는 쪽에 무게가 실렸어요.
3만 시민들 중 1만명은 광화문에 남고,
무려 2만명이나 여의도 KBS로 향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고,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첫 집회가 있었던 지난, 5월 2일,
저는, 종로에서 일 다 마치고, 한 3백명 모였겠거니 하고
청계 광장으로 갔다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만명이 훨씬 넘어 보이는 시민들, 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많다니,

그런데, 어제도, 그 시민들이,
시청에서 KBS까지,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데도,
너너할 것 없이 흔쾌히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
40, 50대 분들도 상당 수 계셨고,
참으로 찬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번개 일행은, 몸이 불편하신 분도 계셨고,
집회 후, 시간상 따로 술자리도 어려울 것 같아,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쯤에서 전철을 타고
여의도 KBS로 미리 와서,
여의도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시청에서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행렬을 기다라고 있었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하니, KBS 앞에서 이미 500여명의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계셨습니다.

충정로에서 전철을 탈 때,
함께 행렬에 동참하던 중 1짜리 남자 애 둘한테,
전철 표를 사 주고, 같이 이동했었습니다.
오늘이 '놀토'라서, 같은 반 단짝 친구랑 집회에 참석했다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우리 현대사와,
한나라당이라는 집단이 어떤 자들인지 등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일행들은, 거친 표현은 자제하며,
가능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 왜 KBS를 지지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가,
왜 언론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는가,
왜 공공재를 민영화시켜 거대 자본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되는가,
차근차근 말해 주니, 아, 그렇구나라고,
진심으로 수긍하는 듯 하더라구요.

시청 쪽 행렬이 KBS에 도착하고,
KBS 앞에서 이미 집회를 벌이던 분들과 합류하여, 한 목소리로,
언론 장악을 획책하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고,
공영방송을 사수하자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어제의 이 KBS 앞 집회는,
우리 민중운동사에 또 한 기록으로 남아야 되리라 봅니다.
언론을 지켜내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3일 전부터, 지금 KBS가 가장 급하구나,
사수하기 위해 백병전이라도 벌여야겠구나라 생각했더랬는데,
수많은 시민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는 겁니다.
놀라웠고, 감격스러웠습니다.

KBS 앞 집회를 마친 뒤, 행렬은,
이웃한 한나라당을 향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사방으로 전경들이 둘러 막고 있더군요.
시민들 역시, 사방에서 둘러싸서 목소리 높여 한나라당을 규탄했습니다.
어느 빌딩 위층에서, 야근하시는 분께서,
작은 종이 조각들을 마치 꽃가루처럼 뿌리시더군요.
87년 6월 때처럼 말이지요.
(그 당시 저는 어렸습니다만)

그 중 1짜리 귀여운 단짝 아이들은,
차 끊기기 전에 빨리 가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물어봤습니다. 집회 참석하면 학교에서 뭐라 안 해?
담임이 대단히 완고한 분이라,
그 어린 아이들한테, 요즘 집회는 불온하다,
뒤에 무언가 있다 등의 말을 한다더군요.

우리 일행들은, 자정 좀 넘어서 빠져나와 해산했습니다만,
집회 내내, 서로 의견들을 교환했습니다.
이렇게 촛불만 계속 들어서 무슨 뾰족한 수가 나겠는가?
하지만, 폭력으로 나가서는 안 되잖는가?
촛불은 계속 들되, 어떠한 새로운 행동 방법을 만들고,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인가?

허나, 어찌 되었건,
자신들을 향한 이 분노한 민심의 틈을 타서,
언론 장악이라는 만행을 획책하려는 추악한 시도에까지,
시민들은 허를 찔리지 않고, 즉각 반발하고, 행동을 취하는 모습에,
저들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시민 노릇 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본래 '시민 노릇'은 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역사가 증명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독재 집권을 하기는 더더욱 지난(至難)한 일이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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