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난 오랜 독신주의 고집을 버리고
심야 드라이브 도중 우연히 본
'꼭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란 현수막을 보고
국내 여성을 피해
순박하고 신랑 나이차이 안 따지며
시부모에게 충실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부지런하다는 베트남 처자를 아내로 맞이 하기위해
아무도,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업체의 얘기만 믿고
베트남 결혼을 결심했다.
...
인천공항까지 가기위해 포항의 지사장과 포항공항에서
국내선 뱅기를 타고 김포공항까지 가야 했다.
어머니의 기대반 걱정반 얼굴을 뒤로 하고 준비물을 담은
가방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747점보 비행기만 TV에서 봐 와서 서울 가는 비행기도
같을줄 알았는데 크기가 작았다.
트랩을 올라 승무원의 미소 띤 친절한 안내로 좌석에 앉았다.
처음 타는 비행기였지만 여러번 타 본것 같이 편안했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앞으로 진행하더니 어느 지점에 가서 엄청난 힘으로
달리기 시작하여 서서히 하늘로 뜨기 시작했다.
점점 높아지는 비행기의 둥근 창아래를 내려다 보며
공항에서 가까운 어머님의 집을 찾기 위해,어머님의 모습이
혹시 보일까 해서
마치 소인국 나라처럼 작게 보이는 동네 이곳 저곳을 찾았다.
어머니도 집도 확인 못한채 비행기는 더 높이 서울로 향해 날아갔다.
비행기는 역시 빨랐다.
크지 않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과 마을 그리고 도시들을 조그맣게
시야에 담아 주고는 사라지게 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서울에 도착 할거란 방송이 흘렀다.
그런데 그때 나의 눈에 들어 오는 곳-인천 영종도를 보고
가슴이 멎는듯 했다.
그곳은 언젠가,인천공항 건설을 착공 할때 쯤에 사귀던 그녀와 여행중
인천에서 배를 타고 함께 가서 하룻밤을 함께 하며 아름다운 순간을
나누었던 섬 이었다.
영원히 함께 할것 같았던 그녀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가..
(나의 부족함 때문에 떠나간 그녀에 대한 보복심이 발로가 되어)
다른 여자와 결혼 하기위해-
그것도..
베트남이란 생전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의 처자와 결혼 하기위해,
지나간 모든 추억을 씻어 버리고 미래의 아내가 있는 그곳으로
가기위해 타고 갈 뱅기가 뜨고 내리는 세계적 규모의 공항으로 변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과
그 때 그 곳에서 그녀와 나눈
가슴을 스치는 여름 밤하늘의 별빛같은 그리운 영상들이 떠 오르며
...
비켜난 인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인연의 존재를 찾아
낯선 나라,낯선 여인을 만나러 가고 있다는 생각에 젖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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