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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집회갔다 왔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11 04:25:53
추천수 0
조회수   686

제목

처음으로 집회갔다 왔습니다.

글쓴이

조민구 [가입일자 : 2003-05-03]
내용
제 나이 32살입니다.

96학번이고 그 당시만하더라도 학생운동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당시 총학에서 얘기하는 얘기들 너무 큰 그림들만 얘기하는 것들이어서

와닿지가 않았지요. 민주화를 외치고 평화통일을 부르짖고, 민중의 자주독립같은

이념들을 말이지요.



하지만 더 큰 공동의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뜻하는 바를 관심밖의 학우들에게 설득시키고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대의에만 치우친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가 않더군요.

'그래 너희들이 얘기하고 주장하는 바대로 된다면야 좋겠지, 너희들이

옳고 또 옳구나, 하지만 내가 혹은 다른 학우들이 너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깨우쳐지지 않거나 마냥 귀찮고 게을러서 그렇고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나보다'라고 생각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학생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재단의 비리가 들통난때였습니다.

재단 이사장이 학교발전에 써야할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을 했더랬죠.

총학에서는 이사장 퇴진운동을 벌였고 저또한 묵과하고 있을수 만은 없었습니다.

이건 바로 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낸 등록금이 어느 한 놈의

주머니에서 그 놈 마음대로 쓰여진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로 활동했던 동아리 학우들에게도 '이건 우리들의 문제이고 우리가 해결해야할 일이다'라고 대자보를 쓰기까지도 했지요.



하지만 제 기억에서는 그후 그 이사장이 퇴진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이 진행이 되었는지 기억나지가 않습니다. 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결이 되었으면 물론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가만히는 있을수 없어서 뭔가 액션을 취했다는 것에서 만족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나는 그때 가만히 있지는 않았었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죠.



사실 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다원주의를 존중하며 상식에 맞는 선에서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2002년 월드컵때가 생각이 나네요.

사람들이 시청에서 그렇게 운집해서 경기를 즐기면서 얼싸안고 좋아하는 광경을 보노라면...나한테도 시청 잔디밭에서 나와서 월드컵 경기 보라고 하면 절대로 못할겁니다. 야외스크린에 축구를 보면 공도 안보인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왜 저런데서 축구를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축구를 보러 온게 아니라 뭔가 다같이 얼싸안고 즐거워하는 것이 그리워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축구라는 건 다만 그들을 연결해주는 매체인게 아닌가 하구요.

하지만 그들이 즐기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와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니까요.



오늘 시청앞 시위 현장에 처음으로 갔다왔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모두들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뭐랄까 저는 2002년 월드컵 때의 그 분위기와

비슷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월드컵때 썼던 뿔달린 머리띠를 쓰고 있기도 하고(물론 현정부에 뿔났다는 표현으로 보입니다만) 촛불을 손에 쥐고 삼삼오오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내가 대학 다닐때 처음으로 해봤던 집회에서의 그 심정은 아니었을까..

옳지 못한 것을 보고 외면하지 않는 최소함의 양심, 최소한의 행동으로 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제가 오늘 집회에 나간것은 최소한의 양심때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그때에 나는 그곳에 있었다고 말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 선의의 경쟁이 있는 사회, 능력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그리 호락하지가 않네요. 제 개인의 뜻대로 세상을 바꿀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실의 대한민국은 지리한 목소리만이 울려퍼지는것 같고 공허함으로 되돌아 오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나만 돈 많이 벌고 잘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불편함과 고통은 참기 힘들고 쾌락과 편안함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리는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존중합니다.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일개 인간 하나의 끄적거림입니다.



그냥 좀 심난하기도 해서 쓴글입니다.

두서없는 긴글 읽으신 분 계시다면 감사드리구요.

그래도 희망을 안고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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