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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까지 가서 소리쳐야 하는지 아니면 광화문에서 멈추어야 하는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현정권을 압박해야 하는지 아니면 비폭력을 유지해야 하는지...
최근 많은 커뮤니티에서 토론되는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는 '비폭력'을 선택하더군요.
아고라에 단순히 비폭력이 아닌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글이 있어 감탄하고 옯깁니다.
민주세력이 수구세력을 이길 때에는 항상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폭넓은 상상력에서 기인하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노통 때에도 그랬었지요...
다음부터는 펌입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글을 안쓰고 잠수해야할 시기인데, 역시나 대한민국의 상황이 목구멍으로 치솓아 올라오는 울분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고민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글을 올려봅니다.
이제 촛불집회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생기는 시점입니다. 크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물리력을 써서 뚫고 나아가는 방법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물리력은 동원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고민하느냐 입니다.
전자는 과거에 시종 선택해오던 방식입니다. 후자는 처음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모습으로 이번에 등장한 것입니다. 저도 어떠한 방식을 선택해야할 지 고민스럽네요. 제가 선택하는 것에 대한 무한한 확신을 둘 수도 없고 과연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청와대 앞에 가서 촛불을 들어도 과연 소용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청와대 앞으로 돌격하면 승리감에 도취될 수는 있습니다. 뿌듯합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잃어야할 것이 오히려 많습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명분을 줍니다.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 힘을 실어줍니다. 전경들은 오히려 시민들의 폭력을 유도합니다. 왜 일까요? 그들도 그게 편합니다. 하루종일 긴장한 채 광화문을 봉쇄하고 청와대 가는 길을 지키며 잠을 못자는 것보다 촛불집회 참가자를 화끈하게 해산시키고 유치장으로 끌고가서 상황을 종료시키기를 원합니다.
경찰도 편합니다. 집회가 어찌할 지 뻔하니까요. 그냥 광화문에서 청와대 길목 지키면서 경찰 프락치를 동원하든지, 과격한 시위자들을 흥분시키든지 하여 시위의 양상을 폭력적으로 변질시키면 됩니다. 경찰은 과격하게 빨리 진압할 명분을 만드는 게 수월해지고, 한 곳만 틀어막고 지키면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과격시위를 조장하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조롱을 보내기도 합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물리력으로 공권력을 상대해서 이긴다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또 이긴다고 해도 소득이 없습니다. 청와대 앞에 가서 촛불을 든다고 이명박이 갑자기 설득당할 리도 없고 직접 끌어내리겠다고 청와대 안으로 진입하는 난장판이 언론에 담기는 순간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방관하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폭도로 비추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어야 성장한다고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인하면 안됩니다. 전경들과의 대치상황에서 서로 폭력을 주고받아 피를 흘려야 시민들의 승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폭력에 자유를 외치며 자신의 의사를 주장하는 시민을 공권력이 폭력으로 입을 다물게 하고 피를 흘리게 하는 순간 방관하는 국민도 나서게 되고 시민들이 승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격하게 전경을 물리치는 시위를 해야한다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일반 자유로운 시민이 공권력의 폭력 앞에 일방적으로 맞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과격시위를 하자는 말이 아니라 자유로운 민주시민의 역동성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부당한 권력 유지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독재는 끝이 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시위 방식에 익숙한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폭력시위로의 변질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위의 방법에 대해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더 깊이 생각해보고 머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시민이 아닌 하나의 이익집단들은 폭력시위가 얼마든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일개 이익집단들의 투쟁은 일반국민이 동참 여부와 상관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장 회사는 노동자가 일을 안하면 이윤을 창출할 수 없으니까 해산을 시키려 하고 노동자는 뭉쳐서 파업을 하면 되기 때문에 해산을 막으려고 쇠파이프를 들고 과격하게 막으면 끝입니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그런 노동자들의 시위는 당장 힘이 있고 파괴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집회는 그런 식의 힘으로 대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동참으로 그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번 촛불집회의 시작도 나이 어린 중고생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기성세대는 오히려 들러리 였습니다.
물론 고민이 있습니다. 이명박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국민의 뜻을 따를까요? 모여 앉아 집회만을 하는 것으로는 이명박은 꿈쩍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가두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두행진이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면서 이번에 또 한번 선택의 시기가 왔습니다.
아직도 이명박은 제대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경찰의 방어선을 물리력을 동원하여 뚫고 청와대 앞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지 고민의 순간이 왔습니다. 저는 일단 전자에는 회의적입니다.
이제 한계선상에서 참고 견디며 끈질기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명박이 물러난다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턱하니 오지도 않습니다. 박근혜 계보의 이혜훈은 종부세 감면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뒤에는 한나라당이라는 인적 집단이 버티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나라당의 지지하는 국민들도 우리와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입니다. 청와대 앞길로의 진격만을 위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물리력을 과하게 동원하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상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 당사 앞으로 행진을 하든지, 아니면 서울의 강남에서 모여서 강북으로의 행진을 고려한다든지,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면서 흥을 돋구든지, 여의도에 모였다가 광화문으로 간다든지, 소규모라도 전국투어를 기획한다든지 일반 국민들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고 새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촛불+하나의 표어라는 형식으로 여러 다양한 국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만큼,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즉석에서 매직으로 자신이 행진하면서 들고 있을 구호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집회참가 후에 하나의 표어들을 다시금 모아서 그 날의 국민들 목소리를 모아놓고 기록하고 전시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오늘의 국민 목소리라는 오늘의 베스트를 뽑는 것도 좋고요.
다시금 어린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고 아이들을 앞세우고 엄마와 아빠들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합니다. 반대로 닭장차 엉망이 된 모습 언론에 비추어지는 순간 촛불집회의 순수한 힘이 반감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나갈 공간이 좁아집니다. 유모차 부대의 막강한 호소력과 힘이 사라져버립니다.
일부 청년들이 젊은 혈기로 전경들에게 분노를 표현하면 속 시원할 수 있으나 전체 그림은 망가집니다. 작은 꼬투리로 침소봉대하는 데 얼마나 능한 한나라당과 조중동입니까? 팽팽한 한계선상에서 누가 참으면서 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국민의 열정을 끌어오느냐의 전쟁이지, 전경과 일진일퇴하면서 혈기를 방출하고 분노를 해소하는 전쟁이 아닙니다.
사실 국민에게 가장 큰 힘은 선거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아직도 4년 8개월이 지나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국민이고 그 때를 놓친 것도 우리 국민입니다. 국민이 동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막막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명박은 행정부를 장악했고, 한나라당은 국회도 장악했으며. 애초부터 사법부는 국민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조용히 상황을 드라마 보듯이 지켜보는 국민들도 대다수 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재편할 선거는 멀고 멉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드라마를 보며 방관하는 국민에게서 카타르시스를 얻어올 수 있느냐이고, 자유롭게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힐 수 있느냐 입니다. 모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 아직도 많습니다. 꽁꽁 눈과 귀를 닫고 사는 분들 많습니다. 아직은 이런 국민들에게 멋진 드라마를 보여주고 공감을 얻을 단계입니다.
제 생각에 이명박의 실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본질이 어디 갑니까? 악수를 계속 둘 것입니다. 자신들의 본질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선두에 우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만 쉽게 제압하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빌미를 주어서도 안되고 우리끼리만의 투쟁으로 가서도 안됩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독선에 우리도 우리만의 독선이 아니라 오히려 넓은 포용력을 갖추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성숙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으로 대항해야 합니다. 단순히 물리력을 동원해 뚫고 나가는 것 이상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인내도 필요합니다. 저도 지금 모자란 제 머릿 속 상상력을 한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손쉬운 물리력에 호소할 생각은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만한 상상력이 없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중고등학생도 동참하고 유모차도 어울려서 이명박과 한나라당 정책을 반대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나가는 데 여러분의 상상력을 믿습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초중고와 다시 싸우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고, 기성세대의 손쉬운 물리력으로 좁은 틀을 만드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 안은 분노를 해소하기에 알맞은 팔각의 옥타곤 링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안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