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게에 글을 올리는 42살의 중년남자죠.. 지그시 배도 좀 나오고 새치도 희끗희끗하지만 지금도 85년 대학 입학했을때 입었던 옷도 기억나고 첫미팅한 여학생의 얼굴도 기억나는 그런 평범한 그리고 아들 녀석 하나 있는 평범한 남자죠.
학교다닐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왜 내가 영장없이 가방뒤짐을 당해야 하고 왜 내친구들이 잡혀가서 두들겨 맞아야 하고 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못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아주 원시적인 고민에 빠져 살다가 87년 6월항쟁때 3학년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날의 환희와 분노를 감당못해 난생처음으로 경찰을 각목으로 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좌절은 있었지만 그래도 군부독재는 끝났고 최소한 내가 열심히 살고 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일한 만큼 보상받고 사회를 좀먹게하고 일한것보다 훨씬 더 받아가면서 사람들을 속이는 나쁜 사람들은 벌받는 사회가 될거라고 믿었죠. 그리고 그 믿음은 속도는 느리고 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어느덧 40대가 되고 아파트도 생기고 직장도 어느정도 여유잡고 노후를 고민하면서 살수도 있겠다 라는 착각을 했었죠.. 작년 이맘때까지는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문득 불안해 지더군요...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정말 대통령이 되면 어케될까?? 설마 설마 다시 5공때로 돌아가는게 아닐까? 그럼 난 어케하지? 난 이미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었고 안정적인 보수세력이 되었는데.. 어케하지? 그래도 설마하면서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야.. 아무리 상황이 안좋아도 설마 전두환시절로 돌아갈까.. 그건 아닐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고 그러면 난 난 그냥 조용히 지금처럼 주식투자도 하고 아파트 가격신경도 쓰고 월급 모아 저축하고. 골프도 가끔치고 오디오도 즐겨하고 아들녀석, 마눌데리고 여행다니면서 살수있을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그 설마가 결국 사람을 잡는것 같습니다. 3월부터 불안해지던 맘이 이제는 지난 21년전 가두투쟁을 앞둔 대학 3학년때의 그것으로 돌아가 무척이나 긴장되고 떨립니다. 분명히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고 그토록 경멸하였던 일하지 않고 남을 속이면서 등쳐먹은 사람들이 어처구니 없게 권력을 쥐고 다시 나의 입을 막고 .. 더나가서 내 아들의 입을 막고 미래를 망치려는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참을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오르더군요. 지난 토요일에 두번째로 집사람과 아들을 데리고 시청앞 시위에 나갔습니다. 작년 6월항쟁 20주년기념식에 참가하려고 가족을 데리고 시청앞에 나갔죠. 그때 mbc랑 인터뷰를 하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습니다. "20년전에 나는 이세상을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내 자식에게 좋은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자리에 서서 싸웠고 지금 그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보여주기 위해 이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죠..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는 아들녀석에게 세상이 잘못되었을때 그것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시 시청앞에 섰습니다.
너무 너무 아이러니 하더군요. 어째 20년전에 그자리에 왔을때의 그 마음과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인간이 똑같은 장소에 서 있을까 하고요. 물론 서 있는 사람은 21살의 젊은 대학생이 아닌 42살의 중년 아저씨이기 하지만요..
요즘은 그냥 피하고 싶을때도 있습니다. 이것 저것 다 생각하지 말고 가진 것 다 정리해서 한국을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솔직히 많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맘뿐인것을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땅을 떠나 살기 어렵고 나가도 결국 욕나오는 이땅을 다시 그리워할거라는 걸 알기에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분합니다.. 정말 분합니다.... 도대체 왜 국가가 이리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법한번 어기지 않았고 남한테 괴로움 안주고 살려고 노력했고 세금 다 내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왜 국가가 나를 이리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초등학교 교과서에 있는데로 살면 되는데.. 거짓말 하지 말고 도둑질 하지말고 열심히 일하고 약한사람 도와주고 .. 살면 다 행복한 일인데..왜 이리 힘들게 하는지 말입니다...... 퇴근하기 싫어서 그냥 쓰는 배나온 40대의 넋두리 였습니다.......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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