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게시물은 올리지 말라던 어떤 회원분의 일갈이 떠올라 좀 떨떠름하긴 합니다만
기왕 써둔 거 올려나 보겠습니다.
편협한 헛소리가 난무하는 관계로
뭔가 건더기가 있는 글을 원하신다면
가볍게 패스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지난 목요일에 삼실에서 끄적거리던 것인데
완결을 짓지 못했다가
오늘 오후에 살을 붙입니다.
송회장님 2,000K와 김감독님 900승이 그새 달성되었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기뻐합니다만
원래 글의 요지에는 메스를 대지 않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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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저녁인지라 어김없이 어제도 회식이 잡혔습니다.
여자를 고를래 야구를 고를래 하면 십오초 가량 망설여야 할 정도로 야구광이라서
눈먼 회삿돈으로 퍼마시는 참이슬도, 식겁할 가격의 복수육도 아웃 오브 안중이더만요.
1차를 정리할 때쯤 식당 테레비 리모콘을 입수해서 스코어를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1:6... 제길슨.
민철횽아가 개처발렸구나.
당구장 - 호프집 - 당구장 - 포장마차로 이어지는 미친 회식을 성공리에 마치고
귀가하니 자정을 훌쩍 넘겼더군요.
연 사흘 들이부은 관계로 네이년 야갤 상보 검색도 못해보고 뻗어 버렸습니다.
민철횽아가 요새 왜 이럴까 생각하면서요.
아침에 간신히 지각 직전에 삼실에 당도하니
팀장님 이하 부서원들이 모다 모여서 어제 야구 얘기로 열을 올리고 있더군요.
대뜸 "야, 늬들은 진다고 그게 뭐냐? 치사한 새끼들이구만." 이러더라구요.
목포, 여수, 김제, 광주 출신들이니 뭐;
뭔소린지 몰라 눈만 껌뻑껌뻑하다가 빈볼이라도 하나 날렸나 싶어 즉시 네이년 접속.
못 볼 꼬라지의 전말을 샅샅이 보고야 말았습니다.
숙취도 숙취거니와
부끄럽고 짜증스러워
오전을 작파했습니다.
(핑계는 월드클래스라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에 있어
SK와 함께 우승회수가 1회로 최소인 팀이 바로 한화 이글스입니다.
창단 첫해 최하위로 꼴찌 역시 1회이긴 하지만요.
통산 누적승률 역시 턱걸이 5할로 4위에 해당되는 기록입니다.
그냥저냥 중간쯤 가는 4강팀, 훌륭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많으나 큰경기/타이틀과는 별반 친하지 못한 임팩트 결핍의 팀.
맞습니다. 저도, 다른 이글스팬들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80년대말~90년대초 이른바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맹위를 떨칠 때
압도적인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여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고도
큰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번번이 노출하며 해태에게 무릎을 꿇곤 했지요.
92년에는 염종석, 박동희의 롯데에게 불의의 일격을 받아 또 다시 2인자로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이후 98년까지 이글스는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게 되는데 이 때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준 선수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팀의 주축인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입니다. 셋 다 요즘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혹사를 이겨내며 긴 터널과도 같았던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선수 혹사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을 감독들인 김영덕, 강병철 두 냥반이 3인방 단물은 다 빨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덕분에 세 레전드는 KBO 기록실을 도배하고 있지만요.
99년에는 양대리그제의 수혜(매직리그 2위로 턱걸이하여 두산, 롯데를 연파하고 우승), 원투쓰리 펀치(정민철-송진우-이상목), 잡초 미들맨(한용덕), 철벽 마무리(구대성), 각성한 레전드(장종훈), 대형 1번타자(이영우), 황금 독수리(송지만), 카리스마+허슬 주장(강석천), 그리고 사상 최강의 용병듀오(제이 데이비스, 댄 로마이어)라는 갖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드디어 오랜 숙원을 풀기에 이릅니다.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5차전에서 로마이어의 동점 적시타와 종훈형님의 결승 희플, 그리고 대성불패의 9회말 셧아웃을 3루석에서 지켜보던 저는 진짜 엉엉 울었습니다. 지금도 마구 울컥하누만요. 다시 그런 날이 오려나.
그토록 원하던 우승반지를 손에 넣은 주역들은 하나둘씩 팀을 떠나게 됩니다. 정민철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여 등판 첫 경기에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화려하게 날아오를 듯했으나 지난 10년간의 혹사와 그에 따른 부상, 일본인 감독의 비상식적인 갈굼 속에 날개가 꺾인 채로 이글스로 복귀하고 맙니다. 구대성은 오릭스와 뉴욕 메츠를 거치면서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를 모두 섭렵하며 녹록치 않은 전과를 올리고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합니다. 포크볼 마스터 이상목은 FA로 팀을 떠나 롯데에 새 둥지를 틀었고, 송집사는 어처구니 없는 트레이드로 현대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강석천과 장종훈, 한용덕은 차례로 은퇴하여 지도자 수업을 받게 됩니다.
우승하던 해 45개의 아치를 그리며 이승엽을 턱밑까지 추격했던 슬러거 로마이어는 LG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갔으며, 리그 최고의 교타자 이영우는 병역 비리에 휘말려 다 늙어 입대하는 불상사를 겪게 됩니다.
선수협 파동시 중심에 섰던 회장님 송진우만이 팀에 남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만신창이가 된 이글스를 추슬렀습니다. 신남연 데이비스도 8년간 근속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다 재작년에 재계약 실패로 짐을 싸고 맙니다. 어처구니 없이 낮은 공을 걷어올려 담장을 넘기고는 3루베이스를 돌며 거수경례를 날리던 그 모습을 죽어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 최고의 용병 클락은 좀 얌전해서 탈이지요.
21세기 들어 이글스의 성적은 영 신통찮았습니다. 01년 준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으나 두산에게 떡실신당했고, 그 외엔 6~7위권을 맴도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스타들이 나간 자리는 재능있는 신인들이 메우기 시작하였으나 아직은 함량미달인 모습이었습니다.
2005년, WBC 4강 신화의 주역 김인식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글스는 오랜 부진을 만회하려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장종훈의 라커를 차지한 김태균, 얼굴만큼 실력도 출중한 이범호, 저니맨 김민재의 가세로 이글스는 국가대표급 내야진을 구성하여 단박에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듬해인 06년에는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트리플 크라운의 괴물 류현진의 가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합니다. 비록 삼성의 두터운 마운드에 막혀 분루를 삼켰으나 잠실에서의 5차전 연장 무승부는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억됩니다. 그날도 직접 관전했으니 저도 나름 행운아라고 자부해도 되겠네요.
작년에도 3위를 기록, 3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되며 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올해도 여기저기서 삐걱대긴 하지만 팀홈런 1위팀으로 화끈한 거포군단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악착같이 승리하고자 하는 투지도, 찰떡같은 조직력도, 두터운 선수층도 없지만 믿음의 빅볼, 깨끗하고 재밌는 야구, 프랜차이즈 레전드 예우 등 이글스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왜 승리에 목마르지 않겠습니까. 선동렬에 눌려, 장채근의 원바운드볼 홈런에 기죽어, 8회까지 퍼펙트로 기세를 올리던 송회장이 무너져, 장종훈의 어처구니 없는 에러에 넋이 나가... 어렸을 때부터 어지간히 눈물을 뿌렸습니다. 청주구장에서 사먹은 육개장 사발면만 해도 한 박스는 될 겁니다. 항상 우리 앞길을 막던 해태의 검빨 유니폼이 시기와 원망의 대상이었고 선동렬, 한대화, 이순철, 김일권이 탄 버스가 교통사고라도 나서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 적도 많습니다.
물론 성적이 나쁘고 나사풀린 모습을 보일 때면 불같이 화가 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빈볼, 부정수비, 얌체도루, 오바질+도발, 과도한 어필, 사인 훔치기 등 지저분하고 몰상식한 반칙에 있어서는 언제나 가장 떳떳한 팀의 팬인 것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성적은 탑 클래스가 아닐지라도 도덕성과 케미스트리, 선수예우 등의 측면에서 우위에 선다는 알량한 우월감에 중독돼서 삽니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승패에 일희일비하고 맘대로 안 풀리면 폭음에 욕설도 서슴치 않는 훌리건 기질이 다분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엔 자랑스러운 팀의 팬이라는 자부심이 항상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고의낙구에 고의실책이라뇨.
누가 1승 쥐어짜 달랍니까?
기아 타자의 고의삼진은 단순 대응 수준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그만 하면 신사적인 겁니다.
전적으로 이글스의 과실 100%며 그것도 치졸하게 노게임을 노리는 사령탑의 거지발싸개 같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추태이자 악몽이고 개망신입니다.
경기는 경기대로 져, 2선발은 만루홈런이나 헌납해, 욕은 욕대로 먹어... 가장 한심한 것은 노게임에 혈안이 되어 이상한 짓이나 하다가 꽃범호 연속경기출장 대기록이 날아가 버렸다는 겁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선발로 못 나왔다면 대타라도 내보내서 기록은 이어가야 하는 게 순리일 텐데... 삽질하다 보니 강우콜드라니 나 원 참... 어처구니 개상실입니다. 가뜩이나 삼성을 비롯한 타 구단에서 꽃포 FA로 풀리기만을 노리고 있는데 구단에서 이딴 식으로 대접하면 잘도 의리를 지키겠습니다그려.
완성된 선수들만 쥐어짜고 신진의 성장에는 관심조차 없으며 자기 라인 챙기기에 급급한 김인식 감독 이제 넌더리가 납니다.
고교 시절에 수술 전력이 있는 류현진을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으로 부려먹고 포스트시즌에 국제대회에 망가질대로 망가진 어린 선수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자 살이 찌고 둔해져서 그렇다는 둥 똑바로 안하면 2군행이라는 둥 설레발을 치더니만 결국은 부상 악화되어 퍼지게 만들더군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좌완 초특급 에이스를 당장의 욕심으로 막 굴려서 바보로 만든다면 그것은 비단 이글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손실이 될 겁니다. 그 책임의 대부분은 김인식 감독이 져야 하겠죠.
05년에는 윤규진, 정병희, 송창식이 불펜 애니콜로 어깨 아작나고 군대 끌려가고 짐짝처럼 트레이드되고 그랬습니다. 올해도 윤규진 부려먹는 거 보면 얘가 필승계투조인지 패전처리조인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안영명(얘는 작년에 막 굴려서 올해 비실비실;), 최영필, 마정길이 있어도 골고루 벌떼시킬 생각은 요만큼도 없는 게 볼빨간 감독입니다. 윤규진 수술 실밥 터지게 생겼습니다 아주.
연경흠, 최진행, 송광민, 김수연, 김동영 등의 재능 넘치는 선수들은 실수 한두번에 바로 2군 내려가서 승격은 기약 없고 두산에서 데려온 양아들 이도형은 폭풍병살 남발해도 1군에서 철밥통 끼고 있질 않나... 타격지도력이 코딱지만큼도 검증 안 된 삼미 1할타자 출신 우경하 타코도 두산 시절 인연으로 끌어들이더니 작년에 이글스 타선을 물에 젖은 다이너마이트로 말아먹고 말았죠. 올해 타선이 호쾌하게 부활한 것도 장종훈 타코의 1군 승격 덕이 크죠.
게다가 어제같은 개매너 뻘짓거리를 뒤에서 조종이나 하고 앉았고... 뭐가 덕장이고 뭐가 국민감독이란 말입니까. 꼴찌를 해도 좋으니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의 구연이니 뭐니 거창하게 읊지 않더라도 가족 단위 팬들의 야구장 방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에 그런 쌍팔년도식 헛짓거리라니 원...
많은 사람들이 그럽니다. 탁구장 주제에 관중석은 텅텅 비는 칠화 치킨스를 3년 연속 가을잔치로 보내준 은혜도 모르고 명장 김인식을 깐다구요.
일단 멤버 자체가 4강팀에 충분히 걸맞는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튼 노인식 감독의 용병술이 없었다면 최근 이렇게 강자로 군림하긴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점 충분히 인정합니다. 확실히 절묘한 노림수와 일부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로 평균 이상의 성적을 수확하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허나 그 믿음과 지원이라는 것이 일부 중고참 선수에게만 집중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인 발굴 및 육성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점에서 이제는 믿음의 야구 그만 보고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김인식 감독은 제가 보기에 그렇습니다. 확실하게 검증된 중견 이상의 선수들의 조합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면 국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WBC의 호성적이 그 사실을 웅변합니다.
허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라든가 팀내 선의의 경쟁유발을 통한 無에서 有 창조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령탑이 아닌가 합니다. 이글스만큼 베스트 라인업의 고정현상이 심한 팀은 없죠. 일단 잘하고 믿는 애들로 짜놓고 분위기가 좋을 때엔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부상과 혹사의 위험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그로 인해 구멍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즌 후반기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별다른 힘 한 번 못 써보고 처발리는 전형적인 4강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SK나 두산의 무한경쟁 시스템이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물론 연고지 학원야구 farm의 양이나 질적 측면에서 충청지역은 넘사벽 수준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쩌면 이토록 신인들의 성장이 더디다 못해 아예 없는 수준일까요. 2군리그 개인성적을 보면 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이 못하는 것도 또 아니더라 말입니다. 김강, 신민기, 연경흠, 최진행, 김백만, 김혁민, 김경선, 정대훈 등은 투타에서 정말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만 정작 1군무대에서는 아예 얼굴 구경을 하기가 어렵더군요. 물론 작년도 남부리그 타격왕 출신 이여상은 시즌초 몇 경기 기회를 줘봤더니만 한삼푼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1군과 2군의 갭이 엄청나기는 합니다. 그래도 김현수가 뭐 첨부터 장효조 놀이를 한 것도 아니고, 김광현도 데뷔 때부터 손민한과 맞대결해서 완봉을 따낼 정도였던 건 아닙니다.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가, 김성근 감독의 철저한 관리와 신임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그들이 탄생한 거 아닙니까. 악송구 한방에 4할에 홈런 뻥뻥 치던 송광민이 2군 가는 이글스와 그 수장과는 참 여러 모로 대비되는 모습이구만요.
올해인지 내년인지 암튼 볼빨간 감독님의 계약이 종료됩니다.
더 나은 감독이 한국 야구판에 몇 명이나 있겠냐만은
웬만하면 양아들들 거느리고 떠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병철 오면 오나전 좌절인디;)
이래 놓고 하다 못해 5연승이라도 한 번 찍으면
금새 신이 내린 감독님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할
냄비팬 1人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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