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두 나라 정상은 '한-중 FTA의 적극적 검토'에 동의했습니다. 이제 한-중 FTA는 그동안의 연구 단계에서 정부의 일로 '격상'됐습니다.
외교부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양국간 FTA가 채결되면 한국은 국내총생산이 최고 3.17%오르고, 중국은 0.59%정도 오른다는 내용입니다. 서로 도움이 되지만, 한국이 더 큰 이익이라는 얘기지요.
근데 이 통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통계는 지난 2004년 만들어 졌고, 통계의 기준은 이 보다 훨씬 이전인 2001년 무역량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벌써 7년 전 통계입니다. 계다가 한-중 교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계기로 내용에서나 규모에서 모두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중 FTA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그 구닥다리 통계를 제시한 겁니다.
그 통계는 지금 현실과 너무나도 괴리되어 있습니다. 현실을 오도할 수있습니다. 이를 혹 '한중 FTA검토의 타당성 논리로 삼겠다'는 생각이라면 크게 잘못된 일입니다.
실제로 KIEP에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통계는 생명력을 다 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최근 새로운 각도로 분석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수 년동안 한-중 간 교역구조를 바탕으로 FTA의 실질적 효과를 계산한 것이지요.
그 결론은 대체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분석자료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던 전문가를 제가 인터뷰하고, 확인했습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땀 많이 흘려 만든 분석 보고서입니다. http://www.kiep.go.kr/information/chinafta_data_view.asp?num=180525&sCategoryCd=&sCodeKey=&nowPage=1
이런 마당에 정부가 자료를 직접 만든 기관조차 부정하고 있는 통계를 제시하며 '한-중 FTA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말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기들의 구미에 맞는 자료 만을 끌어다 제시합니다. 위에서 하라니까 아래에서는 합리화를 위한 자기논리를 개발합니다. 소고기 파동이 그래서 일어난 것 아닙니까?
한-중FTA는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사안입니다. 이 문제 만큼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민적 공감대를 가진 뒤 추진했으면 합니다. 제발 정책당국자들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드립니다.
한-중FTA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대로 하자는 것이지요.
최근에 쓴 한-중 FTA관련 기사를 올립니다. KIEP에서 새로 분석했던 한-중 FTA의 경제적 영향을 바탕으로 만든 기사입니다. '한-중FTA 실익 없다'라는 제목으로 나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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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우리경제에 독(毒)일까 약(藥)일까?
물 밑에서 진행되던 한·중 FTA 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득실(得失) 계산을 위한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빨리 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방한한 원자바오 총리의 일성이 바로 “한·중 FTA 구축 방안을 마련하자”였다. 반면 우리 측 산관학 협상 대표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분석과는 달리 한·중 FTA의 실익이 적고, 오히려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
농업 분야 피해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양국 작물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한다면 한·미 FTA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충격파가 우리 농촌을 덮칠 게 뻔하다. ‘농산물 시장은 예외로 할 수도 있다’는 중국의 당초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농산물 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우리 측 협상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 소비시장에서도 우리가 먹을 ‘떡’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수출 중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2%로 월등히 높다. ‘FTA 체결로 소비재 관세가 낮아질 경우 우리 시장만 내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영록 서울대 교수는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에 몰려온다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차이나 쇼크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중 FTA 체결로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약 25%(완성차)에 달하는 높은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자동차부품의 주요 수입원인 중국 진출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현지화를 위해 부품을 중국시장에서 조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현대·기아 등 중국 진출 국내 자동차업체의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이 85~90%에 이르고 있다”며 “FTA가 체결돼도 부품의 중국 수출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의 경우에도 국내 업체는 중국시장에서 GM·포드 등 외국 기업과 시장경쟁을 벌여야 하기에 FTA 효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KIEP가 285개의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서 ‘FTA가 체결되더라도 현재의 부품 조달 구조를 유지하거나, 중국 내 조달 비율을 높일 것’이라는 응답이 71%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조업 분야에도 문제가 있다.
상품교역은 우리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던 분야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실익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역 구조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약 76.8%는 반제품 부품 등의 중간재였다. 이들 수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가공 조립돼 제3국(일부 국내 재수출)으로 수출된다. LG전자가 PDP-TV 관련 부품을 중국 현지법인에 수출하고, 현지법인은 이를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식이다. 중국은 가공용 중간재 수입에 우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간재 수입에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는 평균 4.21% 수준으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입관세(4.42%)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볼 때 우리 측 이득이 적다는 얘기다.
◇“포괄적 협상이 방법이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FTA 협상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는 데 우리 측 고민이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중국시장 없이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중 FTA 산관학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이동복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상무는 “중국이 세계 각국과 전방위적으로 FTA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가 뒤질 수는 없다”며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중국의 FTA 요구를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연구소의 썬쟈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과의 FTA 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블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목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무역불균형, 투자혜택 축소 등을 내세우며 ‘FTA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중 FTA라는 ‘뜨거운 감자’가 우리 손에 쥐여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FTA의 효과가 상품교역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포괄적 협상전략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평섭 소장은 “한·중 FTA에 따른 대중국 수출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非)관세장벽 철폐, 지적재산권 보호, 중국 투자기업에 대한 비즈니스 환경 개선, 서비스시장 개방 등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며 “협상의 범위가 넓어야 이슈 간의 교환(trade-off)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FTA 협상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치밀한 협상전략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협상테이블에 앉지 말라고 주문한다.
자국 중심의 지역주의 형성이라는 중국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덕 기자
PS : 이 기자분은 중앙일보 기자분이신데 중국통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라고 배척하시지마시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MB가 한-중 FTA도 개념없이 밀어붙일까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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