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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대리지 마라 이 전두경잘 강아지야!!!!!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02 14: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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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23

제목

꽃으로도 대리지 마라 이 전두경잘 강아지야!!!!!

글쓴이

강융기 [가입일자 : 2005-04-29]
내용
언어의 무서운 힘





이외수 (부산일보 2004년 2월26일자 부일시론에서)



언 어는 저마다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똑같은 쌀밥이 담긴 두 개의 도시락에 한쪽은 사랑이 담긴 말을 써붙이고 다른 한쪽은 증오가 담긴 말을 써붙이면, 증오가 담긴 말을 써붙인 도시락의 쌀밥이 현저하게 빨리 부패된다. 쌀밥은 무생물이다. 그러니까 언어는 감각기관이 없는 무생물에게까지도 어떤 기운을 전달해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감각기관이 없는 무생물에게 미치는 영향도 그러하거늘 감각기관을 가진 인간에게는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를 생각해 보라. 증오가 담긴 말을 듣게 되면 당연히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의 선조들은 기감(氣感)이 매우 발달해서 언어의 그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된소리인 경음(硬音)이나 거센소리인 격음(激音)을 쓰지 않았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격음이 들어간 '칼'은 '갈'로 쓰였고 경음이 들어간 '싸우다'는 '사호다'로 쓰였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갈'을 '칼'로 발음하게 만들었고 '사호다'를 '싸우다'로 발음하게 만들었다. 전쟁은 그렇다. 모든 것을 척박하고 살벌하게 만든다.



우연의 일치일까. 폭탄, 총, 철퇴, 칼, 창, 대포, 표창, 채찍. 대부분의 공격무기들 이름에는 격음이나 경음이 들어간다. 그것들이 대부분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음운현상을 나타내 보인다는 사실이 오히려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어쩌면 전 세계가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과 연계해서 경음이나 격음들과 밀접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빈번한 나라나 역사적 고난을 많이 겪은 나라일수록 크, 트, 프, 츠 등의 발음이나 까, 따, 빠, 싸 등의 발음을 많이 표출한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가 힘들어진다.



언어는 세태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특질도 간직하고 있다. 군부독재 시절에 출현한 어린이들의 기호식품들을 한번 눈여겨 살펴보자. 새우깡, 깐도리, 뽀빠이, 쭈쭈바, 꿀꽈배기, 짱구, 빵빠레, 라면땅, 칸쵸, 꼬깔콘, 빠다코코낫, 쵸코파이, 사또밥. 경음과 격음들이 압도적인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잔혹한 정치, 암울한 세태, 불안한 미래. 그것들에 대한 욕구불만이 비교적 정치와는 거리가 먼 어린이들의 기호식품에 전이된 것은 아닐까.



오늘날은 어떤가. 오래도록 전 국민이 짜장면으로 발음하고 표기했던 중국음식이름을 특별한 해명도 없이 자장면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음과 격음은 도처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얼짱', '딸녀' 같은 신조어가 생겼는가 하면 '띱때끼', '젖까네' 같은 신욕설도 생겼다. 그리고 대부분의 욕설들 역시 경음이나 격음이 뼈대가 된다.



선조들은 경음을 회피해서 개새끼를 강아지로 부르고 소새끼를 송아지로 불렀다. 그러나 지금 후손들은 개새끼 소새끼도 부족해서 '띱때끼'나 '젖까네' 등의 신욕설까지 만들어 닥치는 대로 남발한다. 임진왜란을 겪고 '사호다'가 '싸우다'로 변했다면 언제 무슨 전쟁을 겪었기에 '강아지'가 '개새끼'로 변했을까. 그리고 '띱때끼'나 '젖까네'는 또 어떤 전쟁의 부산물일까. 어쩌면 우리가 겪었던 모든 정치적 불안정이 전쟁에 버금가는 정서적 황폐화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욕을 많이 얻어먹는 사람은 오래 산다는 속담이 있다. 분명히 악인이 만들어낸 속담이다. 욕에는 증오가 담겨 있다. 증오가 담겨 있는 언어는 음식물도 빨리 부패시킨다. 그런데 욕을 많이 얻어먹는 사람이 어찌 오래 살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의 정치꾼들은 예외다. 한국의 정치꾼들은 욕에 대해서만은 엄청난 내성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많은 욕을 얻어먹고도 굳건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정치꾼들이 그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정치꾼들을 욕하지 말자. 어차피 정치꾼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능력이 없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지 않아도 봄이 되면 돌담 아래 개나리꽃은 눈부시고, 부정부패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봄이 되면 얼음 풀린 강물은 노래하나니. 저들이 어찌 그 꽃을 바로 보기를 기대할 것이며 저들이 어찌 그 노래를 바로 듣기를 기대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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