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지만, 사무실 잠깐 나왔다가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한 백인 청년을 봤습니다. 청반바지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티셔츠에 쓰여있는 글이 재미있더군요.





미국사람 아니에요.





한 아주머니도 그 한글 티셔츠 보고 웃고, 티셔츠 글씨도 그렇지만 기대고 있던 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라서 자리를 옮기는 어벙벙한 모습에 저도 살짝 웃을 수밖에 없더군요.



한국과 맨 처음 수교를 맺은 서양제국이 바로 미국이지요. 미국 동의하에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친일파를 앞세워 대한민국이라는 친미정부를 세웠고 (물론 헌법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우기지만…), 그러다가 한국전쟁을 치르고, 주한미군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사회적 다양한 교류가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지닌 선입견이라면, 백인은 곧 미국인이고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지요.



물론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미국 외에 다양한 출신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동남아나 유럽 등 외국에 가서 일본인이나 중국인 취급 받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처럼 그네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미녀들의 수다' 등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이야기를 하는 방송에서 종종 꺼내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미국인이라고 해서 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코리아타운에 사는 재미교포 상당수가 영어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프랑스계, 독일계, 이탈리아계 등 비영어권 출신 백인이 모여 사는 경우도 있고,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편한 인구도 꽤 많지요. 실제로 선거운동할 때 영어 대신 스페인어로 유세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한국말로 하는 게 당연하지만, 저라도 그 백인 친구한테 이렇게 얘기를 꺼낼지도 모르겠습니다.



"May I take your picture? (^^)a"



그럼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할지도…



"I'm not a migook.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