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석산에서 만년마트 사이 약 200여 미터 나와바리에서 여름이든 겨울이든
걷지 않고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거의 백발백중 '몰라 삼촌' 되시겠습니다.
그 분께서 언제부터 몰라 삼촌이라는 별호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분과 단 한번이라도 조우한 사람이라면 그 분의 별호가 '몰라'라는 것에
대해 마땅히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이름을 물어도 몰라,
나이를 물어도 몰라,
집을 물어도 몰라 이니까요.
다만 저처럼 사해동포주의에 극한 족보지상파인 것은 분명하여서 석산 일대의 모든
어른들이 그 분의 어머니, 아버지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왜 저 분이 삼촌 아버지예요?' 물으면 당연히 몰라! 되시겠습니다.
하루는 이씨네 우사 건너편 닭장 앞에 사는 이장님께서 모 식당 앞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 분께서 한 화분을 가리키며 말을 건네셨다고 합니다.
"이 꽃 이쁘지? 내가 심은 거야."
"어, 정말 이쁘네. 그 꽃 이름이 뭐야?"
"몰라."
괜한 질문을 했다가 당연한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분께서 벽력 같은 법문을 설하셨다고 합니다.
"꽃이 이쁘면 됐지 이름이 왜 필요해?"
그 법문의 충격에 휩싸여 이장님께서는 그날 밤 라면에 스프 넣는 것도 잊은 채
맨 라면을 드셨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되시겠습니다.
맞습니다.
꽃이 예쁘면 그만이지 이름 따위 뭐 대수겠습니까.
굳이 사람이 덧씌운 이름 아니더라도 꽃들은 제 향기와 빛깔로 피어나고,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기억나지 않고 다만 향기로 기억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름에 걸리지 않고 대상의 본질에 바로 닿아가는 몰라 삼촌이야 말로
더하고 뺄 것 없는 천상 시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동네에서 바쁠 것 없이 뛰어가는 몰라 삼촌을 만나시거든 그대 인생의
가장 무거운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그러면 그 즉시 세상에서 가장 명쾌한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몰라!"
[펌]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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