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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서 보자니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4-04 12:27:09
추천수 0
조회수   683

제목

선거판에서 보자니

글쓴이

김혜영 [가입일자 : ]
내용
남편이 맨 날 “와싸다 와싸다” 해 쌓길래 뭐가 그리 싼지 보러 왔다가

눈팅 골수팬이 된 아줌맙니다.

집안 식구가 출마를 해서 이번 총선풍경을 지켜보자니

참 해도 너무 해서 마음이 답답해 죽겠습니다.

제 주변엔 다들 직접 관련이 있거나 지역구 사람들이라 이런 말 했다가

무슨 불똥이 튈지도 모르겠고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우울해져서 이리로 왔습니다.



이 곳은 창원이고 저희 집 형제자매 여섯이 모두 창원초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들입니다.

게다가 저는 20년 넘게 창원** 학교에서 교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그냥 창원사람이지요.

문제는 제 언니가 시집을 잘 갔는지 못 갔는지 초등학교 동창인 이웃마을 총각하고 결혼을 해서 생긴 겁니다.

행정고시 패스하고 경남도청, 함양군수, 청와대행정관을 두루 거치며 잘 나가던 형부가

지난 95년에 고향 창원에서 일하겠다며 시장선거에 나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상대후보들이 잘 나가는 광고회사에 맡겨 멋지게 뽑아내는 로고송,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노래방 기계로 녹음도 해 보고 개인 스튜디오를 찾아가기도 하고...

뽀뽀뽀 노래를 개사해서 피아노를 치고 조카들과 초등 1학년이던 제 딸을 데려다

녹음을 하고...

그렇게 미친 듯이 뛰어서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되었었습니다.

원래 행정전문가인 양반이 고향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같은 게 있어서

형부도 정말 열심히 일하더군요. 창원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한 형부가 낙선을 하고 말았습니다.

많이 아팠을 겁니다.

사실 총선 전에 이 지역은 한나라당 아니면 안 된다고 다들 말렸지만 ‘싸나이 공민배’

의외로 좀 순수한 면이 있는지 ‘영호남화합 우리 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뭐 그런 소리 하더니 떨어지대요....ㅎㅎ

암말 안하고 물러났습니다. 진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때에 법적대응을 해서라도 명예를 회복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다친 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그냥 조용히 있었는데

고향사람들이 열다섯 차례나 찾아 와 출마를 권유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습니다.

출마성명 발표한 게 채 2주도 안되는 지난 월요일입니다.



한나라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가 나와도 당선된다고 여유 만만하던 저쪽 캠프의 노련한 선거꾼들 정말 무섭더군요.

시장재직 때 거액을 챙겼다는 유언비어를 또 퍼뜨리기 시작하는데

일일이 해명을 할 수도 없고 죽을 맛입니다.

일이나 정책으로 평가 받는 게 아니고 그냥 터무니없이 도둑이라고 몰아대니...



누가 그렇다더라 해서 붙잡고 물어보면 목욕탕서 들었다, 택시기사가 그러더라,

택시기사들은 보험설계사가 그러더라...



벌써 예전에 검찰에서 조사 다 한겁니다. 형부는 물론이고

맨 날 마이너스인 제 봉급통장, 양가어른, 좀 친하다는 친구들 까지 전부 조사 다 받았습니다. 정말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쪽팔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뭐 합니까 조직적으로 퍼뜨린 소문을 거둬들일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창원 팔용동에 오면 경남에서 제일 크다는 ‘심산유곡’ 이라는 찜찔방이 있습니다.

그게 공민배꺼란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형부가 심산유곡 앞에서 유세를 하면서

이게 내 꺼면 여러분한테 한 칸씩 다 드린다 하더군요. 다들 웃었습니다.

다음날 기가 막힌 소리가 또 들리더군요.

‘ 거짓말 하지 마라캐라. 공민배 처제가 그~ 카운터 앉아가 돈 받는 거 내가 봤다. ’

카더라...

같은 동네 있으니 지나다니며 보긴 했지만 저는 그 찜질방 입구가 어느 쪽인지도 모릅니다.

선거캠프에선 괜히 제가 거기 얼른 거려서 오해를 받게 하나 원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고 정말 미치겠습니다.



왜 이러는지 그냥 깨끗하게 정책 토론하고 일한 성과로 평가 받고 그러면 정말 안 되는 건지.

선거유세에 가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1번이고 2번이고 8번이와도 아무도 듣지도 않습니다.

그냥 시끄러우니 빨리 가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시끄러워 못 견딜 지경입니다.

그렇지만 후보 입장에선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으니 직접 그렇게 동네방네 외치고 다니는 수밖에 없더구요.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는 잘 보지도 않고 후보자 정책 토론방송도 시청률이 몇 % 되지도 않습니다.

그나나 아침저녁, 지방 뉴스는 다들 볼 터인데 편집이 과히 예술(?)입니다.

토론 방송 시 했던 핵심질문, 중요 사안은 다 어디로 가고 엉뚱한 부분만 몇 초...





이 미친 선거 광풍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형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좀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한나라가 아니라고 밥숟가락까지 돌려놓는 직장동료,

돈 많으니까 나와서 돈 좀 쓰고 들어가라고 비웃는 사람...

다 같이 웃고, 슬퍼하기도 했던 이웃들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 이런 글 남기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걱정 되지만

그냥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쉬는 시간에 한숨처럼 해 보는 소립니다.

씁쓸한 이야기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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