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께서 음악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계십니다요.. 말로는 10분간 휴식
이라나...
몇 번 이곳에서 사진 올리고 자랑하곤 하던 럭스만 509F를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거실 메인용으로는 장식효과 외엔 별로 활용도도 없을 뿐더러, 앰프와 스피커의
흐뭇한 궁합이 제대로 드러날만치 볼륨을 충분히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그저
랙 속에서 하릴없이 낮잠만 주무시고 계셨기 때문이죠.
사실은, 그보다 더 큰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매칭이 될만한 '좋은 스피커'를
짝지워 주지 못한 제 책임이 가장 큽니다. 어쨌건, 그런 럭스만을 시집보내기로
하고, 잠시 실험용으로 그나마 청취여건이 나은 작은 방으로 데리고와서 처음으로
서브 시스템인 구닥다리 맥킨토시 XR-5에 물려봤습니다.
음압이 89dB긴 하지만 진공밀폐형으로 출시된 녀석이라 어지간해서는 비위를
맞춰주지 않던 녀석이었습니다만, 보기에도 둔중(鈍重)한 12인치 우퍼를 고작 9시
방향에서 빵빵 울리고 튕겨주는게 과연 드라이브 능력이 대단하구나 싶네요.
진작에 물려볼껄 후회스럽습니다... 그와 더불어, 전생에 구닥다리 귀신이
들러붙은건 아닌가 싶은 제 노땅틱한 취향에 어울림직하게 XR-5의 진가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아메리카 사운드의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 저 녀석, 하여간에 팝, 락, 재즈와
가요 방면으로는 발군입니다. 묵직하고 단단한 저음은 특히 타악기에 꼭
어울립니다만, 클래식이나 기악 쪽으로는 잼병올시다. 그러다보니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했던 청취환경상, 덩어리만 큰 녀석이라고 얼마나 구박하기도
했던지.... 괜시리 미안해집니다.
그나저나 509를 내보내고나면 그 자리를 임시로 대체할 주자는... 10여년의 사용을
통해 스테레오 능력을 충분히 인정한 야마하 구닥다리 AV앰프 2200dsp입니다.
그동안 스테레오 용도로만 사용하면서 그다지 아쉬움을 못느끼고 살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역시 출력이 160W인 509에 비하자니 확실히 구동력과 해상력의 차이가
여실하긴 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거래가격 기준으로만 치자면 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니 더 이상 얼마나 큰걸 바라겠습니까.
아무튼, 막귀의 와싸다질 5년 경력동안 이런저런 앰프를 약 스무 가지 정도
들여보고 내치고 했더랬습니다만, 제 기준으로는 '(중고) 가격대비 성능으로는
단연 최고'라고 서슴없이 손을 들어준 것이 이 녀석입니다.
그래서 역시 구닥다리 2200이 졸지에 2대가 된 것입니다.
럭스만이 시집가고 나면, 이 녀석은 메인의 자리로 옮겨가서 역시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TL-6와 합방시킬 계획입니다. 사실, 이전에 TL-4를 잠시 써본 적이
있었는데, 워낙 청취환경이 따라주지 못해 금방 내치고는 다음엔 TL-6나 TL-7을
꼭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던 차에 우연히 TL-6를 들여놓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역시 지금 사진 속의 럭스만처럼 둘을 비교해 봤는데, 오히려 야마하에
물린 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간사한 귀에 저주 있으라...
그래서, 별로 사용도가 많지 않은 메인이니 가격대비 성능으로 가자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던 것입니다.
사진의 럭스만 자리로 보내 조용조용 TL-6와 자장가나 주고받도록 할 생각입니다.
국산이라는 편견만 없다면 그리 빠질 스피커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미로형이라
반응이 좀 느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이번에 실컷 실험을 해보고 막귀를
훈련시킬 계획입니다. 말하자면, 막귀 훈련조교의 역할이랄까...
30킬로에 육박하는 앰프를 꺼내 운반하고 이리저리 물려보고, 이것저것 CD를
굴려보고 하는 사이에 바깥 날씨는 변화무쌍하게 움직여 또 하루가 저물어가네요.
즐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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