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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iom 80 Cornetta..
늘 신기루처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엑숌 80 코네타!
1994,5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디오*에서 엑숌 80 코네타를 처음 보았다.
전방 혼의 모습이 여인의 동그랗게 벌린 입을 보는 것 같았다.
내 것(일본 설계 통이라는 옆으로 길게 덕트가 난 간이 백로딩 형에 신형 유닛)과는 사뭇 다른 소리에 며칠을 가서 듣고 또 들었었다.
역시 달랐다. 겨울 찬 물로 세수하는 것 같은 고역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저음은 확연히 달랐다. 카루소의 목소리가 단단하고 힘이 있었고, 바그너의 투란도트의 오케스트라는 낮고 꽉차게 깔리는 웅혼감이 대단했었다.
당시 200만원을 부르는 통에(내 한달 월급) 침만 꿀꺽 삼키고 꿈을 접어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싸하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1998년 쯤으로 생각된다. 무*오디오에 우연히 들렸다가 엑숌 80 코네타를 조우했다.
사장님이 뒷판을 열고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하얀 양모 흡음재와 보강목이 보였고 신형 유닛의 뒷 모습이 익숙했다. 소리는 못 들어보고 값도 당연히 비쌀 것 같아 물어 보지도 않고 돌아 왔다.
다음날 못잊혀서 다시 갔을 때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오디오* 김사장이 보자마자 뺐다시피 가져갔다고 생긋 웃으며 말한다.(탄노이파인 무*오디오 사장은 음색이 맘에 안들었을 것이다. 그렇니 잘 팔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애써 잊어버렸다. 오디오*에는 일부러 가지 않았다. 틀림없이 잘 소리를 내면서 뿌듯해하며 값을 짱짱히 부를게 뻔하기 때문에..
사진 1. 굿맨스 엑숌 80 코네타의 스테레오 모습.
그러던 중에 나는 엑숌 80 구형을 구했고 차츰 코네타는 머리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엑숌 80은 코너형 통이 저음의 질과 양이 좋고 숕혼이 있어서 중고음이 또한 좋다는 김사장의 충언과 엑숌 80 구형이 왠지 고역이 좀 롤오프(깍임)되는 것을 자각한 다음부터 다시 코네타 통과 온전한 신형 유닛에 대한 생각이 끌어 올랐다.
구형 유닛은 아무래도 알니코 자력이 쇠한 가능성이 있고 신형 소리가 자기는 더 좋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오디오* 김사장의 말에 혹하기도 했다.
1년 전에 드디어 엑숌 80 신형과 코네타 통이 아주 우연히 나왔다. 동호인이 후배의 것을 내게 소개해 준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높았다. 일을 저지르지 못하고 있는 동안 후배라는 사람은 소리 장터에 내 놓았는데, 악성댓글이 주악 붙으면서(손 본 물건을 비싸게 판다는 내용), 물건을 거두어 버렸고, 안 판다는 것이다. 세월은 또 속절없이 흘러가고..
사진 2. 굿맨스 엑숌 80 구형. 백로딩통(일본 설계의 일명 '옆구리터진통')에 수납.
사진 3. 굿맨스 엑숌 80 신형 평판. 통울림이 없는 단백하고 정확한 소리가 특징임.
금년 설 무렵에 동호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프리 파워와 함께 엑숌 80 코네타를 내가 꼭 인수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엉뚱한 사람에게 시집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마지막(3세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다소 무리가 있지만 동호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마음은 조급했다. 얼른 내 님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1달 넘도록 님을 기다려야 했다. 돈 마련에 시간이 걸렀고 후배라는 사람과 약속이 어려웠고 물건들이 두집에 나누어 보관중이었고 엑숌은 시골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2월 말에 돈을 건내고 우선 프리 파워만 옮겨 왔다. 엑숌 80 코네타는 시골에 가서 먼 발치에서 그 수려한 자태만 보고 돌아 욌다. 꽃샘 추위가 계속되고 일기가 나쁜 탓에 미루고 미루는 동안 입안이 아닌 머릿속이 더 바싹 말랐다. 인내와 연단의 시간이 흘렀다.
어제 일요일에 역시 눈발이 날렸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용달을 빌려 시골로 향했다. 그 눅눅하고 차디찬 창고 같은데에 내님을 더이상 놔둘 수 없었다. 꽃 피는 봄에 왠 수절인가? 용달 아저씨가 번 쩍 들어 올리는데 받침목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이 아저씨는 그냥 마구잽이로 트럭에 옮기려하는 것을 이불이라도 씌워서 옮기자고 말렸더니 그냥 신경질을 내고 돌아 가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후배라는 사람도 다음에 옮기자고 했다. 아~ 또 미루어지는가. 내님을 모셔오기가 이리도 힘든 일인가? 엑숌 80 코네타는 좀처럼 쉬이 내게 오려 하지 않았다.
또 눈발이 날렸다. 발이 주저앉은 코네타를 잠시 바라 보았다. 아니 오늘 데려가야 해.. 다시 광주에 다른 용달을 시골까지 불렀다. 이불 가져오라고 당부하고..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비닐 호루를 씌웠더니 방금 전까지 발을 못떼던 코네타는 비로소 말없이 나 하자는대로 가만 있었다. 시골집을 뒤로하고 동구밖을 돌아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충격갈랴 조심히 달렸다. 광주에 이르자 눈구름은 동편으로 멀어지고 반짝 해와 파란 하늘이 반겨 주었다. 드디어 내 방에 옮기고 떨어진 받침 다리를 접착제로 원상 회복을 시키고 놓을 자리에 반듯이 일으켜 세워 자리를 잡아 주었다. 먼지를 털어 주고 곰팡이는 닦아내고.. 원래 짝이었던 LCR 포노 EQ-300B와 짝을 맞춰주고.. 그리고 잊지않고 감사와 무병장수를 기도했다.
사진 4. 굿맨스 엑숌 80 신형 코네타의 모습.
사진 5. 자작 LCR 포노 EQ-트랜스프리와 인터스테이지 방식 300B 싱글 모노 모노에 매칭된 굿맨스 엑숌 80 코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