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디오를 갖추게 되기까지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부모님 댁에 맡겨두고만 있던 LP들이 가여워 턴테이블을 사고, 엠프를 사고, 스피커와 스피커 케이블까지 하나하나 장만하였습니다.
총 21만원이라는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멋진 화면을 보여드리지 못해 조금 부끄럽네요. =_=)
어느 분에게는 케이블 하나 비용보다 적은 금액일 수 있겠습니다만,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장만하니 저렴한 가격의 좋은 제품들을 찾게 되네요.
(슈어 바늘도 하나 생겼고요. ^^)
파시는 분께서는 아남 클래식이 저음이 약하다 하셨는데, 스탠드도 없이 맨바닥에 놓았음에도 집이 복층 오피스텔이라 울림이 제법 괜찮은 듯합니다. (산스이의 덕도 물론 잊어선 안되겠죠? ^^;그런데 오른쪽 출력에 조금 문제가 있는 듯.. 오락가락하네요 ㅠㅠ)
워낙 적은 비용으로 구성한 것이라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많은 위로가 되는군요.
...
오디오를 구매하며 여러 분들을 알게 되었고, 또 주위 분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디오 매니아'들이 추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오디오 매니아를 일컬어 지나치게 예민하다, 혹은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기계 내부의 작은 회로들이 만들어 놓은 길들을 살피고, 구성하고 있는 부품들의 성분비까지 따져야만 하기에... 외부의 눈에는 그러한 모습이 고가의 기계를 신봉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오디오매니아들은 단지 소리의 예민함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예민함에는 기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궁극의 조화로운 상태에의 갈망이 있으며,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를 이용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사람에 비견할만한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상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에 바늘이 스치기 시작하는 순간이면 홀로인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스피커로부터 흐르는 소리들의 균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은 결국 제한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늘 시작입니다.
지나치게 멀리 떨어트려 놓아도 안 되는 것이 그들이다 보니, 집의 크기를 키운다고 하여 그 공간의 혜택을 여러 사람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적 공간과, 그것을 최적화 하여 들을 수 있는 공간의 한계가 있기에 결국 모든 것은 한 사람만을 위하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라도 불러 음악을 듣게 할양이면 중앙의 자리를 내주고는 주인은 슬그머니 구석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울어진 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구석으로 - -;;)
오디오매니아는 근원적으로 고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인지, 소리의 예민한 감각은 대상을 고독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 공기를 진동하게 하는 것, 그러한 공기에 감싸이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조우'가 아닐런지. 이는 침묵 속에 남겨지는 것과는 분명 다르며, '미완'의 고독이라 할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것은 소리로 채워진 공기를 통해 타인과 만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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