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불가]의 리스트속으로 또 한 넘이 들어왔다.
출장때문에 밤을 지새던 새벽에....
주인장의 허락을 얻어 3일간의 판매유예 끝에...
출장으로 지쳐 졸리운 몸을 가누면서도
겨우겨우 입양해왔다.
아주 오랜세월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잘 견뎌내었을까 싶은 감탄을 하며
응접실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세워놓고...
이튿날 오후
현재 소장한 앰프중에 가장 어울릴 거 같은 시스템에
조심스럽게 좌측만 물렸다.
좌측은 보스 501 우측은 JBL A820...
출장의 여독이 덜 풀린 탓인지 영 헷갈렸다.
다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무거운 돌덩이를 들었다 놨다...
정작 스피커의 무게는 별로인데
전체적인 배치의 균형감을 살리기 위해
앰프와 CDP를 들었다놓았다
받침대 오석을 들었다놓았다
허리가 부서질 지경이었다.
올 들어 이렇게 땀 흘려보기도 처음인거 같았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Scott Hamilton의 "Jazz Signatures"를 처음으로 물렸다.
쇼파위로 길게 몸을 뉘이고는
담배 한개피를 꺼내어 물고...
CD Start...
스캇 해밀튼의 색소폰 소리가...
보스 501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약간은 거친 듯한 소리...
탁하게 느껴지는 색소폰의 저역이 찰랑거리는 스네어소리와 너무 조화롭다.
흘러간 시대의 재즈보칼...
그리고 트리오, 쿼텟, 퀸텟 연주...
501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막연히 그려지는 그 시대의 소리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맹세했다.
넌 이제 [양도불가]야....
그러고보니 응접실의 옆으로 세팅된 넘들은 하나같이 다 양도불가 낙인을 받았다
아큐페이즈 E-202
데논 DCD-3500RG
보스 501
병이 도진걸까...
아직도 장터에서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잘 보존되었다" 라는 글을 보면
어느새 휴대폰을 찾기가 바빠진다....
산책을 나오셨던 길에
잠시 아들집에 들러신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아, 그넘 참 잘생겼다..."
물론 보스 501얘기다...
이제 침대방과 서재의 오디오셋팅만 끝내면
내가 그려왔던 나의 오디오 셋팅이 완성된다.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음악의 장르와 시대에 따라 시스템을 바꾸어가며 듣는재미...
혹자는 너무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닌가 질책할지도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한 사치는
기기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술한잔 덜 먹고 조금더 아껴 오디오에 투자하는 것이 사치라면
그 질책을 그냥 당당히 받으리라...
오늘같은 날...
아직도 싱글이라는 외로움을...
음악의 사치로 달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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