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올라왔던 사진도 있을 것이고 사실 신혼때에는 카메라도 변변한 것이 없어서 그리 사진을 많이 올리지 못했습니다.
결혼 전의 시스템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초중고를 지나면서 아버지의 하이파이 시스템인 Thorens Jubliee + Luxman LX33 +
JBL 4312A 로 수 많은 빽판들을 듣다가 클래식에 심취하신 아버지가 JBL 4312를
탄노이 스털링 RW 로 교체하신 후 음악 듣는 맛이 뚝 떨어져 (아무래도 매칭의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스털링이 EL34 PP 앰프와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LX33
또한 EL34 PP 인티였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채널당 30 W 의 출력이었습니다.) 한동안 워크맨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원 때 와싸다를 알게 되어...
1. PC + AA-40 + AS-80
2. PC + AA-40 + Tannoy MX2
3. ACD-80 + Honor AR-50 + Tannoy MX2
등등의 입문기들을 거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오디오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큰 맘 먹고 결혼 6개월 전부터 계획했던 하이파이 시스템입니다.
반정도는 혼수로 (리시버와 DVDP), 나머지 반은 지인들의 결혼 선물을 돈으로 받아 장만했습니다. 압권은 카시오페아 델타1 구형으로 순전히 회사 입문 동기들의 축의금만을 모아 장만했습니다. ^_^;
델타를 처음으로 설치하고 들었던 유키 구라모토나 데이비드 랜쯔 의 피아노 소리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피곤에 지쳐 깜빡 잠이 들었다가 옆사람의 박수 소리에 놀라 깨었던 (물론 라이브 음반에 녹음된 박수 소리였죠...-_-;)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델타1의 성향은 저와 그닥 맞지 않는듯 했습니다. 맑고 영롱한 고역이나 북쉘프 치고는 상당한 저음의 깊이감은 좋았지만 그다지 전 대역에 걸친 밸런스가 좋은 스피커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AE2 Reference 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필 존스의 이름을 세간에 널리 알리게 된 AE1 의 후속인 AE2 입니다.
AE reference 시리즈 말고도 이후에 보스턴 에서 린필드 시리즈도 만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필 존스 하면 AE Reference 라고 할 수 있죠.
필 존스 스피커의 특징은 메탈 재질의 트위터와 소구경 우퍼의 조합으로 대단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필 존스의 스피커 들의 우퍼 유닛은 6인치를 넘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또 하나의 명작 ADD 7001 또한 거대한 인클로저에 메탈 돔 트위터는 아니지만 유사한 성향이랄 수 있는 리본 트위터와 5인치 우퍼만 달랑 달려 있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어쨌든 AE2 의 명징함과 대단한 밸런스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더군다나 중역의 두께감과 메탈 돔 트위터의 까실한 맛으로 인한 질감의 표현은 현악기의 소리를 제대로 표현 할 줄 아는 스피커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V2 와 물렸을 경우 들으면 들을 수록 고역의 거친 느낌이 거슬려 TR 파워를 들이기로 하고 Audio in dream 의 CF2001Mk2 와 당시 공제가 막 시작되었던 카파 오디오의 진프리를 들였습니다.
이후 지나치게 고역 위주로 튜닝된 진프리를 방출하고 실바웰드의 450 프리를 들이고 결혼초 싼값에 아날로그를 재개 하려는 욕심에 들였던 가라드 Zero 100 에 문제가 생겨 토렌스 320Mk2 를 들이는 등 이런 저런 시도를 했습니다만 AE2 Reference 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자체는 크게 변동 없이 결혼 2년째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AV 시스템에 LCD Front Projection 으로 파나소닉 AE700 과 스크린 매니아 액자형 스크린을 추가한 것도 이 시기 입니다.
변화는 우선 공간의 업그레이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가자 와이프와 집을 살 계획을 세우게 되면서 AE2 에 대한 단 한가지의 불만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소리에 대한 것도 외양에 대한 것도 아닌 내구성의 문제였습니다.
아시겠지만 AE2 는 스폰지 에지로 된 우퍼를 갖고 있습니다. 스폰지 에지의 경우도 자주 울려주면서 길을 들이면 최대 10년에서 15년 정도는 문제 없이 소리를 내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AE2 Reference 가 단종된 것이 1996년 입니다. 96년 부터 Series2 (Mk2) 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초기 Reference 버전이 단종되었습니다. 물론 AE2 Series2 의 경우 2001년 까지 생산되었기 때문에 후기 버전을 골라 구한다면 2010년 이후까지 크게 문제가 없을 테지만 Reference 버전의 경우 현재가 거의 에지 수명의
막바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몇년 후에는 에지를 갈아야 된다던지 중고 제품
으로 볼때 가치가 매우 하락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사 이전에 AE2 를 방출하기로 마음먹고 다음 스피커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이 넘는 고민 끝에 ATC 12SL 이 낙점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주변기기를 잡다하게 늘어놓고 쓰던 것에서 탈피하여 중급기 이상의 제대로 된 시스템 몇개만 갖고 심플한 구성을 하기 위해 AV 와 하이파이를 제대로 통합하고자 씨어터 모드를 지원하는 크렐 400xi 인티와 데논의 중급기인 3805+3910 의 조합을 준비했습니다.
저로서는 대단한 투자였습니다. 물론 사용의 편리성에 있어서는 말 할 것도 없이 대단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문제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에 좋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사 초반 여러 문제로 인해서 음악을 들을 시간이 부족했고 당시 AV 에 심취하여 프로젝터를 소니 HS-50 으로 교체하는 등 하이파이를 등한시 했던 시기였기에 크게 신경쓰지 못한채로 근 3-4개월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사용상의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제약 (거실의 앞뒤 거리가 좁다는) 때문에 와피데일 다이아몬드 9.5 와 센터 스피커를 들이면서 결국 AV 와 하이파이를 분리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하이파이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크렐 인티와 12SL 의 매칭 실패를 절감하게 됩니다.
결국 현재까지의 모든 하이파이 시스템을 처분하고 처음부터 새 판을 짜기로 하고 다음 스피커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에 올랐던 스피커는 400 만원 전후의 톨보이 입문기 들로서 프로악의 D15, 틸의 C2.4, 비엔나 어쿠스틱 모짜르트 등등 이었고 샵을 몇주간 전전하면서 청음을 하면서 결국 생각지도 못했던 ATC35 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스피커에 80% 이상 투자하고 앰프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저렴한 실력기를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LC-Audio 의 밀레니엄 모듈을 사용한 The end Millenium 파워 앰프를 구한 뒤 전 주인의 매칭을 참고하여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는 마일스톤 프리앰프를 매칭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처음에는 소스 기기와의 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스텔로 CDA100 과 데논 3910 을 비교 청음하였습니다. 물론 차이가 있긴 했습니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닌듯 싶었습니다. 결국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던 실바웰드 450 프리를 물렸습니다.
순간 충격에 가까운 소리가 ATC 35를 통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델타 구형 의 피아노 소리를 들었을 때, AE2 로 바하 무반주 첼로를 처음 들었을 때 같은 그런 충격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의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Hifi : Denon 3910 -> (Coaxial) -> Stello CDA100 -> (Panorama Unbal.) ->
Silvaweld SWC-450 Pre-Amp. -> (Furutech F-13 Unbal.) ->
LC-Audio The End Millenium Power-Amp. -> (Furutech U-S1) -> ATC SCM35
AV Sound : Denon 3910 -> (DenonLink) -> Denon 3805 -> Whafedale Diamond 9.5 (F)
Whafedale Diamond 9CS (C)
Whafedale PC-10 (W)
Mission M7DS (S)
AV Visual : Denon 3910 -> (DVI) -> Sony VPL-HS50 -> ScreenMania Draper HDG 80'
물론 현재의 프리에 불만도 많습니다. 에너지감 있는 소리는 대단하지만 아무래도 중고역의 맑기가 부족합니다. 떨어지는 고역의 순도를 아주 약간이나마 개선시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해상력 또한 조금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결혼 후 3년간 대단한 바꿈질은 아닙니다만 이것 저것 해보다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따라서 카메라 또한 삼성 디지맥스 201 싸구려 똑딱이에서 라이카 디지룩스1, 캐논 EOS5 필카, 펜탁스 옵티오 S4i 똑딱이, 캐논 EOS 20D 등등으로 변해왔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과 내용은 아닙니다만 다른 분들의 오디오 생활에 도움과 작은 재미가 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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