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기 다이어트 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AV는 벌써 다 처분했고, 잡다구리하게 쌓아만 놓고 있었던 기기들도 이제 650하나만 남았네요.
이것도 내놓으려고 릴레이 청소하고 시험삼아 들어보는데...
도저히 내칠 수 없는 푸근한 소리가 나네요.
80년대에... 라우드니스 빵빵하게 켜놓고 둥둥거리면서 노래듣던 바로 그소리...
전면 알미늄패널이 군데군데 산화되어 얼룩저 있지만, 그마저도 긴 세월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훈장같은 것이겠지요.
볼륨의 조명은 아래쪽이 수명이 다 되어서 카센타에 부탁해서 얻은 쌀알전구로 교체해놓은 상태입니다. LED로 많이 하시던데... 역시 이때 물건은 은은한 좁쌀다마의 주황색 불빛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릴레이청소한다고 뜯었다가 찍은 출력석입니다. 도저히 더 잘은 못찍겠네요. 일제 도시바 캔타입 TR이 4개 쓰였죠. 실제로 TR 깡통위에 '도시바'라고 멋진 필기체로 씌여진 붉은 로고는 그시절의 로망이 물씬 풍겨나옵니다. 요즘 많이 쓰는 검정색 몰드형 TR은 성능은 더 뛰어날지 몰라도 기계적 느낌은 훨씬 못하죠.
JBL 4425랑 붙여줬습니다. 야심한 밤 아랫집 눈치볼정도의 음량까진 아직 잘 뽑아주네요.
고등학교때 용돈 쪼개서 전파사 한쪽구석에 먼지만 먹고있던 (80년대 후반에 벌써 이 시리즈는 '찬밥'신세였습니다. 당시엔 전면에 LED가 화려하게 박힌 검정색 컴포넌트들이 유행이었죠. 그런 모델들도 나름대로 멋있었구요.) AK650과 TK600을 합쳐서 4만원주고 구입해서 흐뭇해하며 듣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후 TK600은 주파수밀림과 분리도문제로 방치되다가 한참 자작바람불때 마란츠7형 프리앰프 자작품의 케이스로 껍때기만 남긴채 사망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 이후로도 몇번 더 650을 들였지만, 벌써 20년전에도 '뒷전'취급받던 기계라 그런지 상태가 안좋은 경우가 있더군요. 더군다나 현대적인 '해상력뛰어나고 분석적인' 소리랑은 거리가 멀어서... 아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듯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구석에 방치해뒀던 650을 다시 꺼내 4425에 물려서 밤새 듣고 있습니다.
동물원노래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2집의 '이별할 때'를 라우드니스 켜놓고 들으니 정말 좋네요. 21세기 들어와서 '라우드니스'를 지원하는 앰프자체가 거의 없어졌지만... 또, 이때 음악은 이렇게 듣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역은 강조되서 벙벙거리고 고역은 분리도는 형편없이 뭉개져서 큰소리만 치고, 그 사이에 중역대의 가수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어떻게든 노래를 불러보려하고...^^
2개있던 랙을 1개로 줄이고 기기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고있지만... 아무래도 랙 한귀퉁이에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현 거래가격 5-6만원밖에 안하는 싸구려 국산앰프가 30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내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음번 시스템 물갈이때까지만이라도 이 녀석은 제게 그정도 '대접'은 받을만 한 기기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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