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하스킬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을까 하다가
문득 아마데우스를 다시 틀어 봤습니다.
제가 구입한 정품 dvd는 한장짜리로 앞뒷면에 나눠져 수록돼 있습니다.
DD 5.1이며 화질은 그다지 좋지가 않군요.
화면이 매끈하지 않고 무슨 정품이 따오판처럼 거친 입자가 보이는 군요. ㅠ.ㅠ
아나모픽 지원도 안됩니다.
다만 프로젝터로 시청시 화면이 옆으로 길게 나오니 오히려 더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맛은 나더군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아마도 음악과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맞물린 구성일 것입니다.
첫 도입부의 살리에리 자살기도 장면에 쓰인 교향곡 25번 1악장은 참으로 절묘한
선곡인듯 합니다. 신이 조롱하는듯, 인간은 결코 벗어날수 없는 슬픈 운명의 질주와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도입부에서 살리에리는 말합니다. "모짜르트, 나를 용서해주게"
음악에 있어서의 청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의상도 아카데미 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하고 미쟝센도 뛰어나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화질이 여전히 좀 떨어지긴 하지만..)
마지막 엔딩은 신이 선택한 모짜르트의 타고난 재능에 억눌렸던,
신의 잔혹함을 알았던 살리에리가 자신이 모든 범인들의 대표자이며 챔피언이라고 말하며
병자들이 들끓는 복도를 지나며 끝납니다.
살리에리는 두손을 병자들에게 뻗어 반복해 말합니다.
도입부의 모짜르트에게 용서를 비는 장면과는 정확한 댓구를 이루며 한단계 상승합니다.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
여기에 화면을 가득 채우는 병자들의 흉칙한 몰골의 육신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영롱하고 순결하기 그지 없는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이 울리며
....그리고, 모짜르트 특유의 웃음소리가 오버랩되는 속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살리에리가 용서한 것이 아니라 불운한 천재로 태어나 그의 재능을 당대의 범인들에게 널리 인정받지 못한 모짜르트가 웃으며 용서해준 듯 느껴집니다..
적어도 그의 음악만큼은 인류 역사가 계속 되는한 후세에도 길이 남겨져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겠죠.
클라라 하스킬은 모짜르트를 능가할 정도의 천재성으로 유명하였는데 여섯 살 때 그녀는 모차르트 소나타의 한 악장을 단 한 번 듣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따라 쳤다고 하며
악보는 전혀 읽지 못하던 때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또한 대단히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으나 불과 18세에 뼈와 근육이 붙어버리는
불치의 병에 걸려 아름다움을 잃었을뿐 아니라 꼽추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곡들의 연주는 듣기엔 비교적 쉬워보이나..연주가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곡이라고 합니다. <유리구슬>이 굴러가듯 고르게 연주하여야 하면서도
모짜르트적 정서(?)의 모든 것을 담아 천의무봉하게 표현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모짜르트적 정서란, 고뇌에 찬 삶을 살았던 클라라 하스킬의 20번 2악장처럼
그 모든 슬픔조차도 끌어안고 초월해버린 연주와도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영화속에서의 연출이긴 하지만, 모짜르트적 정서와 상반되는 그 경박스러울 정도의 명랑한 웃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헤세의 글속에 아마도 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이러한 명랑성에 도달하는 것이 나에게는 그리고 나의 많은 동료들에게는 모든 목표들 가운데 가장 높고 가장 고귀한 목표일세. 이것은 최고의 인식이며 사랑인 것일세. 일체의 실재에 대한 긍정이며, 온갖 나락과 심연의 가장자리에서의 냉정한 각성일세. 이것은 성자들이나 기사들의 덕목일세. 이것은 결코 파괴할 수 없으며, 나이가 들어 가고 죽음에 임박해 감에 따라 오로지 더해 가기만 하는 것일세. 이것은 아름다움의 비결이며 모든 예술의 진정한 실체일세' - 헤세, 유리알 유희(모짜르트의 음악에서 일부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울적한 날의 명랑성에 도달할수 없었던 마지막 유리알 유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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