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다재 다능한 뮤지션을 한 마디로 소개해야 할 때 더러 난감해진다. 작곡과 연주는 물론 심지어 노래까지 다 잘한다면 과연 어느 것을 우위에 두고 그 뮤지션에 대해 소개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파트리샤 바버가 그렇다. 물론 간단히 싱어송 라이터라는 직함으로 그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는 그녀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독특한 작곡에 개성 넘치는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이 시카고 출신의 이 싱어송 라이터는 바이브레이션을 극도로 자제한 무미건조하며 시니컬한 보이스로 마치 시를 읽는 듯 툭툭 감정의 선을 건드리며 노래한다. 미국 재즈 명문 블루노트 레이블의 혜택(?)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바버의 음악은 순전히 마이너 계열이라 할 수 있다(여기서 ‘마이너’는 그녀의 음악에 대한 시각을 의미한다).
 

글렌 밀러 밴드의 색소포니스트였던 아버지 프로이드 바버의 영향 탓인지 파트리샤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색소폰과 피아노를 접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피아노를 전공했던 바버는 80년대 시카고로 돌아와 로컬 밴드를 결성하였고 골드스타 사다인 바를 중심으로 클럽 공연을 펼치며 서서히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89년에 첫 데뷔작 [Split]을 발표하였으나 너무나 조용히(?) 발표한 탓인지 평단의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바버의 두 번째 앨범 [A Distortion Of Love]는 조금 긴 3년의 공백 뒤에 발표되었다. 숙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결과도 좋았다. 이 앨범을 통해 비로소 바버는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다. 마크 존슨(베이스), 볼프강 무스피엘(기타), 아담 누스바움(드럼)의 조력도 탁월했으나 무엇보다 그녀의 작곡과 ‘Summertime’ ‘My Girl’ 등의 개성적인 해석이 큰 빛을 발하였다.

이후 파트리샤 바버는 직접 자신의 독자적인 레이블인 프리모니션(Premonition)을 설립, 1994년 [Cafe Blue]를 시작으로 [Modern Cool]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다시 한번 평단을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였다.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미국 최대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 블루노트가 큰 보탬이 되었다. 바버의 음악적 역량에 주목하였던 블루노트는 프리모니션 레이블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부터 바버의 음반들은 블루노트의 배급망을 타고 전 세계로 소개되게 되었던 것. 현재는 블루노트와 프리모니션의 계약이 끝난 상태지만 바버는 아예 블루노트로 소속을 옮겨 올해에도 새 앨범 [Mythologies]를 공개하였다. 물론 프리모니션의 독자적인 레이블 운용 역시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배급망을 통해 드류 그레스, 테리 콜리어, 존 맥린, 본 프리먼 등의 음반이 발표되고 있다.

99년 발표된 바버의 첫 라이브 음반 [Companion]은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 앨범에서 바버는 산타나, 소니 보노의 곡 등을 커버하기도. 이듬해에는 재즈 스탠더드 중심의 [Night Club]을, 2002년에는 데이브 더글라스를 다시금 초빙하여 [Verse]로 절제미와 염세적 미가 극에 다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 앨범으로 바버는 구겜하임 어워즈에서 상을 수상하는 영애를 안았다. 2004년에는 다시 한번 실황 음반 [Live: A Fortnight in France]를 발표, 조직적인 리듬 섹션을 운용하는 한편 기타 사운드의 거친 질감을 강조하였었는데 한국에서의 공연 역시 프랑스 라이브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에너제틱하며 개성 강한 사운드로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 내한공연 당시 글임)



글 / 강대원 (재즈컬럼니스트)

[출처] 파트리샤 바버 최초 내한공연|작성자 scho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