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을 후닥 먹고 일어서더니 어디론가 나갔다가는 또다시 뭔가를 들고 들어온 남편이란 작자(!!)가 자기 방에 허접스런 LP랙을 두 개나 떡~ 하니 세팅이랍시고 해놓은걸 본 마눌님.. 한심한 표정으로 또다시 효과도 없을 잔소리를 한 자락 읊어댑니다.
'천성이 무슨 빈(貧)티지 근성을 달고나왔길래 이런 고물 잡동사니만 끌어다 모은다냐? 내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런 때는 어줍잖은 변명 따위보다 그냥 딴소리를 해대는게 효과가 있습니다.
'...음, 집에 페인트 없냐? 싹~ 칠 한 번만 해주면 깨끗할텐데..'
약간은 비굴한 미소를 띠면서 말이죠...
근 2년 사이에 물방개 수면을 들락거리듯 바꿈질을 거듭한 오만가지 기기들 중에서 기억하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웬만한 기기들은 트랜스니 콘덴서니 캔 티알이니 하는 것들이 도대체 잡다한 부품 투성이의 기계를 작동하는데 무슨 역할을 하는건지도 모를 정도로 전기-전자공학적 지식이 전무한 주제입니다만 그저 겉멋으로 두껑도 대충 한 번 따보고, 허접스런 사진만 하드에 깔아놓는 정도인 디카에 담아두기 역시나 적당한 취미고 보니 대략 사진이 남아있어 언젠가는 한 방에 정리를 해볼까 늘 생각해왔던 차였습니다.
그리하여, '취미생활급 바꿈질' 또는 결과적으로 '바꿈질을 위한 바꿈질'을 통해 음악이나 소리, 또는 기기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대신 지엄한 마눌님의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는 후안무치만 쌓였습니다만.. 오늘도 적당한 예산을 기준으로 장터 모니터링에 골몰하고 계시는 비슷한 처지의 동지제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밤늦은 시각에 또다시 와싸다 게시판 삽질을 하고 있나니 너그러운 양해 있기를 바랍니다.
P.S. 1 : 어느 순간부터 바꿈질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가 '장터에 내놓으면 크게 손해보지 않고 잘 팔릴 메이커의 중저가대 물건'으로 변질되었으므로, 말마따나 지지리 궁상 수준의 모델과 가격대비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일제 기기가 대부분입니다. 참고하시기를....
P.S. 2 : 허접한 수준의, 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단상을 달았으므로 그냥 참고만 하실 것. 평가표시인 ★표는 당연히 이문준의 개인적인 채점임.
P.S. 3 : 증거보관을 위해 사진을 첨부하다보니 용량을 많이 차지할 것 같습니다만.. 와싸다 운영자께서는 그냥 굽어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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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el 7010G ★★★
처음으로 등재된 '나의 오디오'. 아마도 90년쯤에 한 20만원 정도 줬을래나요? 기억이 전혀 없으니 무효!?? 세운상가에서 신품으로 구입해 역시 같이 구입한 JBL Control 5에 물려서 주야장창 '호텔 캘리포니아'를 울려대던 녀석. 말 그대로 '입문기'였으므로 비교불가.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국산' 기기. 금장모델로 초호화 껄떡쇠(!)같은 '골드' 색상이 지나치게 오버를 하다보니 흡사 '마켄나의 황금'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훨씬 가치있는 모델이 되었을텐데..
Yamaha RX-V1050 ★★★★
한 몸에 튜너를 내장하고 있는 '리시버라는게 이렇게나 편리한 녀석이었구나' 하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해준 기특한 녀석. 풍부한 키(key)를 그득 갖춘 학습기능 리모콘을 제대로 활용도 못했지만 지극히 사람을 '행복한 게으름뱅이'로 만드는 녀석. 예를 들어 사람도 암수 한몸이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헛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귀여운 녀석.. 어쨌건, 야마하답게 내장 튜너 수신감도도 수준급. 이만한 중고가격대에 이보다 쓸만한 멀티 플레이어(뻥상철??) 있음 나와보라구 그랫!! 입문기로 강추!!!
Samsung SA-3500 ★★☆
국산으로 나온 초기형 아날로그 앰프로 일제 앰프의 카피(Copy)판. 그나저나 요즘에는 저런 식으로 '통 알루미늄 절삭 노브' 같은걸 무식하게 투입할 정도의 배짱은 당췌 내질못하겠지요. 그 만듬새의 '성의가 너무도 갸륵해' 심심풀이로 들여봤던 서브용 기기. 뒷쪽의 제조원 표시 :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 ㅋㅋ
Sansui AV-8800 ★★★★
80년대 후반부터 야마하가 딥다지게 돈을 퍼부어 주도, 개척했던 소위 AV앰프 시장의 한쪽 끝자락을 부여잡기 위해, 간당간당 하고있던 산스이에서 내어놓은 일련의 AV앰프 라인업.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산스이의 자존심만은 살아있었음. 94년 일본에서 신품 구입한 내수품. 화려한 뽀대에는 군침이 그득~~~ 스테레오 성능도 만만치 않았던 그 좋은걸 왜 그리 헐값에 방출했던가 오랜 기간동안 후회막급. 아마 국내에는 제가 넘긴 이 녀석 한 대 정도 뿐일걸요... 아직 살아남아 있다면.
Sansui S-X900 ★★★☆
산스이의 맛을 약간은 눈치채고 뭔가 없나를 두리번거리다가 덜렁 구입했던 놈. 겉보기에 뭔지 모를 싸구려티가 풀풀거리는 플라스틱 프레임 수준이긴 했어도 그놈의 내장 튜너 감도는 사상최강!! 허접 T자 안테나선 하나로 난공불락의 93.1 접수만땅!! 전파수신 불량지역(!)에 거주하던 이 철떡서니 없는 오디오파일에게는 그야말로 출렁이는 감동의 물결을 안겨주었던 기특한 녀석으로 '연구대상'. FM 한 번 제대로 들어보는게 소원인 분이라면 필청 목록에 올리시길..
Sansui AU-9900 ★★★☆
다시 한번 혼모노(本物) 산스이를 찾다 입수한, 일본최고의 명성을 쌓았던 70년대말의 산스이 인티 최고급 라인업중 하나. 상당한 품위를 갖춘 빈티지급 외관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손맛이 역작(力作)의 여운을 안겨주는 놈. 그러나.. 나와 만났을 때는 너무도 노쇠한 나이였던지 음압이 낮은 스피커 앞에서는 전혀 맥을 못추기에 곧 방출. 혹시라도 들여놓으시려거든 사진에 함께 올라있는 TU-9900과 세트로 갖춘다면 웬만큼 오디오 매니아로 인정받을 물건. 심심하시거든 두껑 한번 까서 냄비단지만한 트로이달 트랜스의 크기를 재어보시기를...
Technics SU-V85A ★★
유사 A클래스 방식으로 '저가품 치고는 의외다' 할 만큼 맑고 섬세한 소리. 테크닉스가 한국에서는 너무 대접을 못받어~~~ (오른쪽 아래)
Sansui R-70 ★
그저 이사온 여동생한테 싼 맛으로 생색 한 번 내볼까 하다가 이리저리 걷어채이며 혼난 물건. 노 코멘트. (왼쪽 위)
Yamaha RX-V2090 ★
멀쩡하게 만족하던 RX-V1050을 훌쩍 내보내놓고는 조강지처를 못잊어 업어온 후처였으나 전작(前作)에는 족탈불급.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영화판의 속설이 오디오에도 적용이 된다??!! 야마하 AV 특유의 깡통소리가 섞이기 시작한 범작. 사진빨 잘 받은 물건이 제법 싸게 나왔더라도 웬만하면 쳐다보지 마세요~~~ (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해하시길.. 사진을 박아야겠다는 끓어오르는 충동감을 느끼지 못했음)
Luxman L-450 ★★★★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세사의 밑바닥을 거치고 다닌 탓에 워낙에 외모가 추레한, 50대 홀애비같은 기기를 들여 이내 배척을 당했지만 여전한 노익장을 과시!! 비교적 작은 출력에도 불구하고 맑고 기품있는 소리를 들려주니 역시 '럭스만'. 虎父 밑에 犬子없다나...
Pioneer QX-949 ★☆
어차피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두루 맛보았으니 이왕에 버린 몸, 최소한 파이오니아 빈티지 리시버 시리즈중 한 녀석이라도 섭렵을 해야 명함이라도 내지 않을까.. 하는 시건방진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집어온 녀석. 그러나 이후로 다시는(!!) 파이오니아 빈티지를 넘볼 생각을 갖지않게 한 한편으론 고마운 녀석.
Pioneer C-90 / M-90 ★★★★☆
처음으로 가져본 분리형 앰프. 으~~ 지금 생각해도 뽀대 작살!!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지(誌)가 약 3년여에 걸쳐 베스트 바이 모델로 계속 선정할 정도로 인정을 받은 녀석. 국내에는 건지기 힘든 귀한 녀석이니만치 만일 방출되는 게 있으면 일단 한 번 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외관이 제대로 보존된 녀석을 들여놓는다면 잦은 바꿈질에 도끼눈이 된 마눌님으로부터도 '집안의 품위를 120% 업그레이드 해줬다'고 찐하게 사랑받을 녀석.
Yamaha AVX-2200DSP ★★★★☆
비록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서 천대받는 돌비 프로로직 대응의 초기형 AV앰프긴 하지만 야마하의 실력과 품격을 만방에 떨친 모델. 스테레오 성능이 아주 좋으므로 FA시장에 나온 녀석이 있으면 무조건 구입할 것. 다만 한 가지, 후면 마스터 볼륨단이나 셀렉터단, 발란스부 등 일부 사용부품의 신뢰도에 일단의 문제가 있어 요즘 돌아다니는 녀석은 거의 100% 접점부 잡음 문제를 안고있는 애처로운 녀석. 볼륨 노브 등도 싸구려티가 나는 플라스틱제. 출시가가 22만엔이나 되었으면 어차피 쓴 것, 조금더 가격을 올려서라도 알루미늄 절삭노브를 장착했으면 길이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도 상쇄할 탁월한 실력을 갖춘 녀석.
Luxman L-505f ★★★☆
럭스만이 배가 불렀나?? 싶은 느낌을 주는 중견기. 뽀대와 가격에 비해 요즘 나오는 럭스만의 실력은.. 이라는 회의의 눈총을 받은 녀석. 저 정도 가격의 인티에 포노단을 빼면 뺐지 어찌 저렇게 흉내만 내었을꼬~~ 싶은 배신감. 사상 최고의 거금(!!)을 들여 신품 구입했으나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다가 전격방출. 하지만 입이 귀에 걸린채로 이 녀석을 들고간 모모 님께선 만족, 또 만족이라시니.. 오로지 제 막귀의 얍삽함을 탓할지니라...
Onkyo M-5090 / P-3090 ★★★★☆
럭스만 인티의 출렁이는 레벨 메타를 그리워하다가 한 동안 눈여겨 보고 있었던 온쿄 분리형 전격영입. 무게와 덩치에 우선 압도. 80년대초 경쟁적으로 출시한 TR앰프의 무지막지한 물량투입에 입이 쩌~~~억 벌어졌으나.. 세월의 흔적 앞에서 장사 없다고, 뽀대를 상당히 중시하는 본인의 눈높이에 의해 이내 사표를 받음. 그후 즉시 후회를 거듭함. 그 (중고)가격에 어떻게 저런 분리형 앰프를 써보냐~~~
Yamaha A-1020 ★★
분리형 앰프, 포노단 좋은 앰프, 그러면서도 값싼 앰프(!!)를 기준으로 야마하의 M-80 / C-80을 찾다 지쳐서 양자의 기능을 대략~ 합쳐 버무린 이 녀석을 들였으나 웬지 모를 가벼움, 혹은 참을 수 없는 그 경박함(겉모습과 실제 무게 둘 다)에 실망해 프리 대용으로 잠시 사용되다 방출. 대략 6가지 가변 조절이 가능한 포노단의 만듬새 하나만큼은 예술적 수준. 하지만 난 역시 묵직한 앰프가 좋아~~ 묵직한 **도 조아조아~~ ♬
Technics SE-A70 (파워) ★★★
역시 대형 파워 레벨창에 눈이 어두워 들였으나.. 완벽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귀여움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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