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도.. 저물어갑니다. 어영부영..
오늘 몇 가지 기기를 다시 갈아엎어버리고자 조금 싸게 (다시 말하자면 상당히 손해를 보고) 내놓았더니 금방 예약이 되어버리는군요.
이곳 와싸다에 어정거리기를 2년하고도 몇 개월 동안 수없이 장터를 들락거린 끝에 남은거라고는 돈도 안되고, 미스매칭일 뿐인 이런저런 잡다구리한 기기들과 거래의 흔적인 택배용 박스 나부랭이들,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슬슬 스며나간 소위 수업료와, '낫살이나 처먹은 넘이 구닥다리 기기들만 들었다놨다하는 꼴불견'이라는 정도의 평판 깎아먹기(!!) 정도가 되겠네요.
각설하고, 심심하면 처박혀서 장터를 모니터링하는 컴퓨터방 겸 서재 겸, 제 놀이방에 서브용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아무래도 CDP가 하나 필요해서 '수리가 필요한' 허접대기 인켈 CDP를 1만원 주고 (물론 택배비 별도) 구입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선조대대로 대물림되어온 경험칙은 물론, 판매자 분의 말씀대로 '수리하고 쓰시라'는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서 택배비 5천원을 별도로 송금해 다음날 받았더랬습니다. 판매자 분의 참고말씀인즉 '픽업은 좋은데 트레이가 닫히지를 않아서 손으로 밀어야 된다'는 주장을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닫을 때 좀 귀찮더라도 손으로 밀면 되는거니까 그냥 대충 쓰고 더 큰 문제가 있으면 즉각 쓰레기통으로 보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물건을 받고 테스트를 해보자마자 즉각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그냥 '문제점'이라고 하기에는 영 좀 거시기한 수준이네요잉~~. 트레이가 닫히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열리지도 않을 뿐더러 여기서 파생된 문제인지는 몰라도 CD인식 자체가 문제더군요. 아무리 플레이 버튼을 눌러도, 다른 어떤 버튼을 눌러대어도 묵묵부답입니다. '제 아무리 싼게 비지떡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굴러야 가겠거니..'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제 너저분한 실험정신의 결과는 만오천원을 지불하고 수시로 인내심 테스트를 받게 생겼습니다.
제 작은 방의 서브 시스템입니다. 앰프는 한때 포노단 좋은 TR앰프를 찾아 헤매다 생뚱맞게 관심을 갖게된 피셔 리시버 RS-1022입니다. 그냥저냥 구형 리시버다운 소리를 내어줍니다. 서브는 서브일 뿐이므로 더이상 욕심부리면 안되겠습니다만 택배로 보내준 판매자분께서는 '성실한 판매자로서 지켜야할 참고사항 고지 의무조항'을 몇 건 위반했더군요.
'가운데 램프가 하나 안들어온다'는 참고사항은 물건을 받아서 테스트를 위해 파워온을 한 즉시 3가지 정도로 확대되더군요. 램프 하나가 안들어오는 것은 물론, 주파수가 1.5메가헤르쯔 정도나 틀어져 있고, 발란스가 엄청 비뚤어져 있는 문제였습니다. 제가 수리할 수 있는건 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삽니다.
문제의 CDP입니다. 어느 정도나 사람 속을 썩이는 물건인지 한 일주일 정도만 지켜보겠다는 심사로 일단 두껑을 따놓았습니다. 열고닫는데는 필수적으로 사람손이 필요하며 버튼은 제멋대로 말을 안들으려고 고집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트레이 열고닫힘이 불량스러움에 따라 CD세팅이 제대로 안되는 것인지 픽업 자체가 문제인지 좀 더 연구해볼만한 녀석입니다. 플레이를 시키려면 서너번의 시도끝에 손으로 받쳐주고 잘 세팅이 될 경우에만 가능하네요. 말하자면 '완전 수동형 CDP'입니다. ㅋㅋ~~~
1만원 짜리 CDP에 어울림직한, 4만원 짜리 자랑스런 국산 인켈의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입니다. 벙벙거리기는 하지만 작은 방에서 그냥 들어줄만 합니다. 이런 제품에서 기십만원 짜리 소리가 난다면 이 세상 그 누가 기백만원 짜리 스피커를 사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어렵사리 구해 폼으로 장착한 '스테레오 사운드'가 저에게는 몇 배나 값나가는 물건입니다.
방의 한쪽면을 가득채운 온갖 잡동사니 책들입니다. 책장 위 자투리 공간에 너절하게 얹어놓은 이런저런 박스들은 격렬했던 택배거래의 흔적입니다. 저것들만 정리가 되어도 훨씬 번듯해 보일텐데 말이지요. 제 방은 항상 정리정돈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세상의 한쪽 귀퉁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건 세상은 재미있고 살만한 곳입니다. 제가 이런 취미생활마저 없었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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