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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이던 공간 업그레이드는 했으되... 기기는 그 수준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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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8 01: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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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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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이던 공간 업그레이드는 했으되... 기기는 그 수준이라..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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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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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또는 유의사항, 심하게 표현하자면 경고사항 ^^; : 아시는 분은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올리는 허접 글나부랭이 꼭지는 영양가도 없이 글자수만 많은 편입니다. 감안하셔서 괜시리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오랜 기간의 떠돌이 생활 끝에 지난달, 아담한 아파트로 입주를 했습니다.
입주일이 다가올수록 경제적인 문제와 가장으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만, 결국은 무리가 되더라도 결혼생활 15년가량(정확하게 얼마나 됐을까.. 아리송~~) 10여 차례 이상의 이사와 옹색한 주거환경에서도 묵묵히 견뎌준 와이프와, 특히 훌쩍 커버린 세 딸들에게 좀 더 번듯한 주거환경을 마련해 줄 때도 되었다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져, 마침내 '이제는 가장으로서의 결단을 내릴 때'라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으로 비좁은 거실을 빼곡히 채워두고 있던 오디오 시스템(이 정도를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지는 의문스럽습니다만)을 제대로 된 공간에 배치해서 울려보고 싶었던 욕심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옮겨놓고 보니 정작 새 집에 어울릴만한 기기들은 (애초부터 별 싹수는 없었지만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나가버린 상태입니다.
'타워 팰리스'가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명성을 떨치다보니 '타워 플러스'니 '타워 폴리스'니 하는 온갖 잡스러운 패러디 버전의 이름을 내건 공동주택도 들어서고 있듯이 제가 입주한 곳이 최근들어 유행이 되고 있는 유명 주거공간을 좀 엉성하게 흉내를 낸 주상복합 아파트라 42평이라고는 해도 일반 아파트에 비하면 좁은 편입니다. 일반 아파트는 베란다를 서비스 면적으로 뽑아주지만 주상복합은 그렇지 않거든요.
거실과 방 두 개를 확장하고 내장공사를 마무리 하느라 급하게 밀고들어온 이삿짐을 온전하게 풀어놓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입주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만 거실과 안방 베란다 사이의 중문이 붙을 날은 아직까지도 요원합니다.
거실 전면입니다. 집들이에 찾아준 분들이 'TV가 이제야 인물이 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더랬습니다. 어쨌건 이것들을 그 좁아터진 다세대 주택의 옹색한 거실에 마구 벌려놓고 있었으니 그분들로서도 오죽 속으로 혀를 찼을까 싶습니다. 포장이사 견적을 내러온 분이 "이사짐 센터 생활 17년만에 이 집처럼 짐 많은 집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말아버렸지만.. 실제로 공간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 베란다며 애들 방이며 쌓아둔 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나를 고르더라도 제대로 된 놈을 고르자'던 초기의 원칙이 이곳저곳 장터를 전전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린 오디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 과정에 있고 언제쯤 마무리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선상에서 효율은 좀 떨어지더라도 AV와 스테레오를 분리하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잡동사니 기기들을 마구 사모았던 결과입니다만.
왼편은 스테레오부입니다. 이사가면 제대로 대접을 해주겠다고 박스를 무시로 들락거리던 럭스만 505f는 결국 자금부족을 이유로 팔려가버리고 짜임새 없이 구성된 대체 시스템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 다시 한번 둘러엎을 계획입니다만 이번만큼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는 있긴하지만.. 거의 중독증세를 보이는 습관성 장터 모니터링에 하루에도 서너번씩 마음이 촉싹거리고 있습니다.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결국 지갑사정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버티고 있습니다.
맨밑에서부터 테크닉스 파워 SE-A70, 티악 데크 V-7000, 야마하 인티 A-1020(현재 프리로 사용중), 야마하 튜너 TX-540, 소니 CDP XB740, 그리고 가온 HD 셋톱박스입니다. 턴테이블은 자동이며 다이렉트 드라이브라는 이유로 간택된 켄우드 KD-5100. 턴테이블 얘기를 잠시 하자면.. 제 연배의 손님들만 찾아오면 꼭 틀어주는 LP판이 임희숙 골든 앨범인가 하는 녀석입니다. 뭐.. '뜨거운 안녕'이라든지 '잊혀진 여인' 등등의 힛트곡 모음입니다만 들으면 들을수록 옛날옛적 가수들의 비교되지 않는 빼어난 가창력에는 경외감이 우러나올 따름입니다.
오른쪽의 AV파트는 더 볼게 없습니다. 맨밑에서부터 야마하 AVX-2200DSP(초기형 AV앰프라는 이유로 극히 평가절하되어 있지만, 홈씨어터용 AV 앰프의 본격적인 장을 열었던 당시 플래그쉽 모델로 그때까지 견지해온 야마하 고유의 하이파이 스테레오 기술이 고스란히 집적된 녀석입니다. 따라서, DTS니 뭐니 하는 최신 서라운드 음장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스테레오 음향쪽으로는 거의 깡통소리를 내는 최근의 중저가대 AV앰프와는 다른 차원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이런저런 문제점을 조금씩 보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방출할 생각이 안드는 녀석입니다), 그 위가 현재 DVDP로 쓰고있는 파이오니아 DVL-919(디지털 소스로 동그란거는 무조건 구동이 가능하다고 선전이 요란했지만 태생적으로 메커니즘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녀석입니다), 소니 MDP-A2, 서브용 CDP로 쓰고 있는 파이오니아 CLD-01(동생에게 CDP 대용으로 줬다가 얼마전에 회수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야마하 이퀄라이저 EQ-500입니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LDP만 세 대가 되었습니다만 옛날에 일본에서 직접 사가지고 온 녀석이고 웬만한 CDP보다 음질이 더 낫다(CLD-01), 보급형 DVDP보다 화질이 더 좋다(DVL-919)는 등등을 이유로 붙들어 놓고 있지만 조만간 정리할 대상들입니다. 제대로 팔릴 지는 의문입니다만..
각도를 좀 달리해 보조등 켜고 다시 한 장.
별로 새로울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기기들입니다만 확실히 공간확보가 되니 훨씬 제대로 된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아랫층과 옆집이 이사를 들어오기 전이라 식구들로부터 제지를 당할 일이 없으면 볼륨도 제대로 올려놓고 불안감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시간이 되는 토,일요일에는 셀렉션이라고 할 것도 없이 빈약한 소스지만 재즈를 주로 듣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생각만 해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대위니 정위니 하는 작곡원칙에 짜맞춰져 악기간의 조화와 견제를 통해 최상의 하모니를 추구하는 오케스트레이션곡은 뒷켠으로 물려진 지 오래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보다 단순한 하모니에 끌리게 되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실내악곡이나, 특히 있는 듯 마는 듯한 피아노 리듬의 소맷자락을 부여잡고 흐느적~거리는 보칼 재즈는 갈수록 감칠 맛이 우러나는 느낌입니다. 바야흐로 재즈입문 수준입니다.
역시 메인 스피커는 변함없이 매킨토시의 구닥다리 XR-5입니다. 저에게 와서 늘상 '구닥다리'라고 조롱을 받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빠지지 않는 명문가 출신에 나름대로 실력도 갖춘 녀석입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워낙 빵빵한 집안 출신이라 자신의 실력을 평가절하 당하는' 그런 불운을 안고 있다고나 할까요. 아메리카 사운드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져 특히 팝과 재즈, 보칼은 물론 현에서도 빼어난 소리를 들려준다는게 공통적인 평입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라면 역시 나이를 먹을만치 먹어서(약 26세 가량), 마치 새색시 옆에 선 늙수구레한 신랑의 겉모습만을 보고는 '저 나이에 젊은 새댁을 제대로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수군대는 하객들의 시선이 없잖아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처럼 복잡요란한 디지털 리코딩 소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민감한 현대적 스피커와는 분명 거리가 있겠습니다만.. 아직 큰 불만은 없습니다. 정 안되면 '비아그라'를 투여하든지, 신랑을 바꾸어버린다는 극약처방을 내리는 수도 있겠지만요.
그옆에는 셀렉터를 물리느니 차라리 분리를 하자는 차원에서 AV용으로 들인 Advent의 Prodigy Tower(거의 알려지지 않은 모델입니단, 보기에는 좀 그래도 까랑까랑한 소리를 울리고 저음도 풍성한 것이 대략 쓸만합니다)와 그 위에 무등을 타고 올라앉은 같은 집안 출신의 어드밴트 Mini는 TV 스피커로 쓰고 있습니다. 스펀지 엣지가 내려앉아 거저 얻어오다시피한 어드밴트 Mini의 실력에 반해서 나름대로 고르다가 선택한 것이 같은 시리즈의 프로디지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대로 울려주지도 못하고 집을 나간 럭스만 505f와, 제대로 맛도 안보고 너무 섯불리 방출했다고 아직도 후회를 하고 있는 온쿄 분리형 세트중 파워앰프(M-5090)의 일렁이던 대형 레벨메타가 아쉬워 급조한 테크닉스 파워 SE-A70입니다.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테크닉스가 상당히 평가절하되어 있습니다만 착색되지 않은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소리가 상당한 강점을 가진 메이커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이야 약간 떨어지지만서도.. ^^;
거실밖으로 지하철 6호선이 도로 아래로 죽 이어져 있는 월드컵경기장 방향 불광천변 도로입니다. 응암역 5거리 부근입니다.
서재겸 공부방겸, 컴퓨터방입니다. 아직까지는 상당히 자제를 하고 있지만 아마 조만간에 흡연실도 겸하게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 사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를 위해 대용량 공기청정기도 구비하고 있으므로 방문하신 흡연자들도 크게 부담없이 담배를 꺼내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집들이 오실 분 참고하시기를...
컴퓨터 옆 책꽂이에는 한국판 스테레오 사운드가 제법 그럴듯한 볼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동안 상당한 집념을 가지고 여기저기서 모으기 시작해 창간호인 90호부터 근래호까지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만.. 이빨이 좀 빠져있는데 요즘들어서는 더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혹시 107호, 114호, 118호, 120호, 122호, 123호, 124호와 143호 이후 것 중에서 과감하게 내다버릴(?) 분이 계시면 꼭 좀 연락 주십시오. 나름대로 후사해 드리겠습니다.
신혼때부터 쓰다가 버리지도 못하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배불뚝이 TV와 서브 시스템으로 피셔 TR 리시버 RS-1022와 한동안 동생네 집에 박혀있다가 돌아와서도 마냥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테크닉스 인티 SU-V85A입니다. 이 방에는 JBL 컨트롤 1이 조그만 소리로 웅웅거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혼자 사시는 고모댁에 시스템을 마련해준다, 이사온 동생집에 한 세트를 차려준다, 문제가 좀 있다니 다른걸로 바꿔준다, 애들 방에도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 준다.. 등등의 과욕에 기인해 마구잡이식으로 사들인 기기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만 여기서 이만 생략.
서재쪽은 공간이 탁 트인게 바깥풍경이 훨씬 좋습니다. 멀리 오른편으로 북한산 서쪽자락이 버티고 있고 연신내 너머까지 은평구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여 야경도 제법이지만 사실 낮에 보이는 풍경이 더 좋습니다. 이 부근에서 한동안 살다 좋은 동네로 옮겨간 동료 하나가 '은평구 스카이 라인이 상당히 변했다' 운운 하더군요.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가장 느린 동네 중 하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영정님이 사진실력이 좋다고 놀리시는데요.. 니콘 쿨픽스 5000을 아무런 보조장치 없이 그냥 기록용으로 쓰고 있을 따름입니다. 두번에 걸쳐 읽은 일본어판 매뉴얼로 이것저것 시험을 잠시 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복잡한 조작방법을 깡그리 잊어먹었습니다. 다만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조명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만은 명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경이나 어두운 상태에서 피사체를 담을 때에는 장시간 노출을 고려해 삼각대 같은게 필수이겠습니다만 귀차니즘으로 렌즈를 창문에 딱 붙이다시피 해서 흔들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동안 이런저런 보급형 중고기기들을 쉴 새 없이 들이고 내치면서 이곳 자료실에 허접스런 사진과 글을 올려보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공간을 중심으로 한 글을 올려놓고보니 약간의 뽐뿌성이 묻어나 보입니다만.. 널리 이해해 주실 것으로 알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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