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데뷔앨범 속지에 보면 장비만 아니라면 부활이 라우드니스를 연주실력으로 지옥으로 보내버릴 것이라는 팬클럽 회장의 망언이 나온다. 음악을 귓구멍으로 들은 게 맞다면, 당시 부활과 라우드니스의 실력 차이가 레코딩이나 장비의 차이로 환원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김태원이 카피하던 기타리스트 중에 아키라 타카사키도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지금 소개하는 동양에서의 천둥은 당해 년도 발매된 전 세계 헤비메탈 앨범 중에서도 톱 클래스에 드는 음반으로 꼽힌다. 세계 시장 데뷔앨범으로 모든 곡을 영어로 불렀다. 그런데 전혀 영어처럼 들리지 않는게 문제다. 이것이 유일한 문제였을만큼 연주 실력은 당대 최고의 밴드들에 전혀 빠지지 않는다. 아키라의 기타 연주는 놀라울 정도인데. 기타 전문지에서도 그의 태핑 실력은 전체 기타리스트들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미노루 니하라의 보컬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돼지 멱따는 소리 같다고 폄하하지만, (물론 듣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 라이브에서 들어보면 적어도 레코딩과 큰 차이가 없는 보컬을 들려준다. 라이브에서도 레코딩에서 보여준 고역을 들려주는 보컬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레험 보넷 같은 경우는 라이브는 최악이고, 로니 제임스 디오도 가끔은 힘에 겨워 마이크를 관중에게 돌리기도 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미노루 니하라는 초지일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시전하니 대단하달 수 밖에 없다. 결코 좋은 보컬은 분명 아니지만, 이상하리 만치 특유의 멱따는 창법이 그리울 때가 있다. 리듬 섹션파트도 탄탄하다. (우리 나라 밴드의 경우 리듬섹션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 포지션의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무네타카 히구치의 드러밍과 마사요시 야마시타의 베이스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어쩌면 명 프로듀서 맥스 노먼을 만난 탓인지도 모르겠다.
1면 수록곡인 크레이지 나이츠, 라이크 헬, 헤비 체인스는 당시 메탈 밴드를 꿈꾸던 연주인들 치고 카피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었다. 일본어로 부른 앨범들 Birthday Eve, Devil Soldier, law of devil"s land도 모두 수작인데 일본어로 부르는게 더 자연스러운 탓일 게다. 이 앨범은 결국 라이센스화 되지 못했고(아마 욱일승천기 자켓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라이트닝 스트라이크스 앨범이 오아시스에서 발매되었고, 이후 허리케인 아이즈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솔져 오브 포춘 앨범 cd까지만 모았다. 이후 헤비메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이 매력적이지 못했다.
처음에는 700원 주고산 청계천 표 빽판으로 들었고, 그 다음이 2500원 주고 산 준 라이센스, 소위 컬러 빽판으로 들었고, 얼마전에 거금을 주고 일본 원반을 구입했다. 원반은 한번만 플레이하고 계속 컬러 빽판으로 플레이 한다. 음질은 당연히 원반이 좋지만, 빽판도 감상하기에 문제가 없다. 사실 헤비메탈 음악은 빽판으로 들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잡음들은 음악에 묻히기 때문이다. 튀는 원반보다 오히려 튀지 않는 빽판이 낫다. 난 요즘에도 기회가 되면 빽판들도 콜렉팅하려고 하는데, 이 마저도 구입하기 쉽지 않다.
가끔 일본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서도 이들의 LP음반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데쓰나 블랙 계열 음반은 무지 많던데. 쌍팔년도 메탈 음반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뭄에 콩나듯 나오기는 하지만 가격이 무척 세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가격이 거의 똥값이었는데, 요즘엔 아트락, 싸이키델릭 델릭 음반 수준에 가깝다.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나보다.
자켓을 문제 삼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포용력만 있다면, 이들의 음반은 훌륭하게 정제된 양질의 메탈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