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기타 골수 애호가라고 할 수 있는 제가 장대건님 소개한 지도 상단한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는 처음에 비해 이름도 조금은 알려진것 같기도 하고 흐뭇합니다.
이번에 출시된 장대건님의 네 번 째 음반을 받아서 들어보았습니다.
음반 제목이 HISTORIA 라고 되어 있습니다. 라틴어 또는 스페인어 HISTORIA는
영어도 역사(HISTORY)와 이야기(STORY)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장대건님이 직접 적은 영문 서문을 보면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기타음악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곡들을 수록해서 기타의 역사를 조명할 수 있다는 점과 장대건님 본인이 들려주고 싶은 음악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HISTORIA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즉, 이번 네 번째 음반은 장대건님 본인이 들려주고 싶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건 클래식기타로서는 상당한 대곡이 네 곡이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 대작곡가 히나스테라의 유일한 기타곡 소나타 작품번호 47번이 눈에 들어옵니다. 20세기 기타작품 중 가장 혁신적이나 일컬어지는 최고의 작품이고 일찌기 장대건님 스승이 전세계에서 이 곡은 너가 가장 잘 친다고 극찬했던 작품이기도 하죠.
타레가의 베니스 사육제 변주곡은 파가니니의 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는 음반 해설에도 적혀있다시피 <내 모자 세모났네, 세모난 내 모자>로 알려진 동요가 그 기원입니다. 변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어 기타의 다채로운 주법이 총동원되어 잘 알려진 멜로디를 바꾸어 연주하는데 듣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기타의 베토벤이라고 하는 페르난도 소르의 비가적 환상곡은 소르가 사모했던 한 여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실제 두번째 악장은 장송행진곡이라고 적혀있죠. 장대건님이 스위스 유학시절 한 한국 학생의 장례식장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즘 세월호 관련한 이슈도 진행중이어서 듣다보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울컥해지네요.
그리고 바흐의 샤콘느. 이 작품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사실 샤콘느가 국내 기타리스트에 의해 음반에 수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감격스럽습니다. 샤콘느의 기타 버전을 가장 처음 연주하고 소개한 사람이 세고비아인데 장대건님은 세고비아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한국 기타리스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이 음반의 샤콘느는 장대건님이 직접 편곡하여 연주하고 있습니다. 바젤 음대 시절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부터 극찬을 받았고 동료 기타리스트들이 악보 출판을 원한다는 편곡이기도 하죠.
꼭 언급하고 싶은 곡 하나는 음반 마지막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의 음악노트 중의 미뉴에트입니다. 워낙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노래로도 불리우는 곡이라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닥 감흥을 느끼는 곡이 아니기도 해서. 근데 정말 마지막 미뉴에트를 듣고 이 곡에 반해 버렸습니다. 자칫 단순해 질 수 있는 선율은 적절한 장식음을 가미한 장대건님의 편곡에 의해 세련되게 재탄생한 느낌입니다. 음반 구입하시면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네 곡 이외에도 다울랜드의 소품들, 기타족의 전신 악기인 비후엘라의 명인 다사의 환상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스팅이 연주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일품의 연주입니다.
요약하면
- 국내에서 이런 수준의 기타음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 바흐의 샤콘느 한 곡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음반입니다.
- 장대건님 음반의 특징인 상세한 해설은 음악 감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 일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