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실제 그의 장비 중에서 신품~이라고 이름 붙은 것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략) 가끔 싼 것만 찾아다니게 되는 빈티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냉소적인 소리를 듣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난한걸...
(후략)
가슴을 서늘하게 훑어내리는 어느 분의 회한어린 고백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돈은 없으되 눈은 높아서, 감히 새 박스를 뜯는 즐거움을 누리지는 못하고 그저 중고장터를 기웃거리다가 싼맛에 이놈저놈 들여놓다보니, 마눌님과 애들의 잔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애매하게 드러눕는 고물기기들만 늘어납니다요. 이넘저넘 구하러 다니느라 기울인 정성과 나름대로 쌩쌩할 때의 추억과 쏟아넣은 돈이 아까워 버릴 수도 없고, 고가의 물건도 아닌 것을 여기저기 고치러 다니는 것도 마땅치 않고 해서 하나둘 이렇게 쌓여버렸습니다.
왼쪽부터 소니 MDP-A2 : 뭐 그냥 대단치않은 LDP입니다만.. 한동안 CDP 대용으로도 썼는데 중급기 소리는 내주더군요. 버뜨, 멀리 부산에서 구입한 지 1년도 안되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위에서 CD를 물어올려서 회전시키는 방식인데, 문제는 스톱 버턴을 누르고 트레이를 오픈할 때까지 그놈의 CD를 놔줄 생각을 안한다 이겁니다. LDP 내장속에 처박힌 CD 꺼내기에 지쳐 창고행.
가운데 밑에 있는 테크닉스 인티 SU-V85A : 브랜드 밸류가 딸려서 그렇지 테크닉스의 전통적인 맑은 소리를 들려주는 유사 A클래스 방식의 인티입니다. 나름대로 힘도 있도 소리가 썩 마음에 들어 한동안 애청을 했는데.. 문제는 스테레오와 AV의 통합작업에 밀려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현역과 예비역을 오락가락 하다가는 어느날 문득 기회를 한번 줬더니 스피커에서 대포 터뜨리는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더라 이겁니다. 뭐라던가 자그마한 부품 하나가 맛이 갔다나 어쨌다나..
그 위에는 야마하의 이퀄라이저로, 뒷쪽에 보이는 역시 야마하 AVX-2200DSP의 음질을 보충해 주기 위해 급거 투입된 녀석인데 야마하의 고질적인 볼륨 및 접점부 불량 증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산스이 리시버 R-70 : 근처로 이사온 여동생에게 자질구레한 스피커와 쓰고있던 CDP와 함께 셋트로 생색을 내준 녀석입니다. 아담한게 큰 흠도 없고 해서 상당기간 가지않을까 했는데 이 녀석 역시 여지없이 6개월만에 다운입니다.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고 튜너부가 맛탱이가 갔네요.
이렇게 처박혀 있던 녀석들을 뒷편 랙 안에 있는 접점불량의 대명사 야마하 앰프와 함께 일괄로 내일 수리점검을 맡기러 나름대로 평판을 얻고 있는 부평의 홍모 박사에게 맡기러 갈 예정입니다. 혹시, 현재 제가 메인으로 쓰고 있는 매킨토시의 구닥다리 스피커 XR-5의 경우처럼 구입가에 버금가는 수리비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 대책없이 늘어놓았던 서브 배치가 어제 집에 와 보니 이렇게 (↓) 변해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전 사진에서는 큰딸이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있었지만 오늘 사진의 등장인물은 둘째딸입니다.
여전히 옹색하기는 하지만, 컴퓨터 책상을 중심으로 제법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른쪽 스피커가 침대 발밑의 좁은 구석에 파묻힌 부분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엊그제에 비하면 정말로 용 됐습니다. 하지만.. 럭스만 앰프 21kg, 스피커 두짝에 40여kg, CDP와 데크 합해서 약 4~5kg, 도합 거의 70kg의 덩어리들을 우렁각시 밥해주듯이 정리정돈해준 이는.. 사흘동안 말을 안하던 마눌님이었습니다. ^^; 역시 마눌님은 팔뚝이 굵은 여자를 구해야 제격.. (마눌님 사진을 보신 분은 머리를 끄덕일겁니다)
*** 앗참, 지금 서브로 듣고 있는 아남 TL-3가 무지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백만원짜리 스피커가 그닥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직 백만원짜리 스피커를 못써봤기 때문에... ^^; 어쨌건, 주로 클래식 소품 위주로 잔잔하게, 조용조용 그야말로 서브용으로 듣고자 했던 녀석이 웬걸, 실내악곡에서부터 성악곡은 물론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아주 그럴듯하게, 썩 마음에 들게 소화를 잘해줍니다. 앰프가 제대로 받쳐줘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연주악기들의 음상이 제대로 잡혀서 멀티 스피커를 쓰는듯, 박화요비의 목소리는 술 한 잔 걸친 것처럼 흐느적 속삭이는듯 귓가를 맴도니.. 이것참, 아직까지 탐구의 길이 너무도 멀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국내 시판된다면 3백만원을 홋가할 럭스만 505f를 이렇게나 푸대접 하는 경우는 없으리라 싶습니다. 컴퓨터 책상보를, 지나가는 처녀 미니스커트를 미친 척하고 휘딱 들춰보듯이 (아이스케키~~ 하면서) 들어올려야 겨우 보일 정도니 말이죠. 공간도 없이 오디오를 지르는 인간은 대책없이 애부터 만들고보는 불장난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에고, 불쌍해라~~~ 럭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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