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공간의 압박으로 인해 심한 왕따를 당한채, 두어달 가까이 마냥 박스속에서 잠만 자고있던 럭스만 L-505f를 해방시켜주기 위해 무던히 골머리를 굴린 결과, 대충 방 한켠에 무대뽀식으로 밀어부쳐 자리잡아준 서브 시스템입니다. 방이 네 개면 뭐합니까? 비빌 언덕이 없는걸... 아무리 해봐도 자세가 안나옵니다.
앰프는 물론 왕 한 뽀대하는 럭스만 L-505f 이나 스피커는 아남 TL-3 올시다. 물론 TL-3는 엊그제 중고로 가져왔으니 일단 앰프대비 가격이 10몇분의 1에도 못미치는 허접이랄 수 있겠으나, 그 소리는 허접이랄 수 없다는 생각이 단번에 드는군요. 실상, 럭스만에 물려줄 스피커 때문에 무척이나 고민을 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김*섭씨가 집요하게 헛바람을 넣은 S3100 등 도저히 엄두가 나지않는 대형기를 필두로 공간압박을 피할 유일한 대안이라할 째그마한 북셀프 셀레스쳔 3 혹은 5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으로는 온갖 조합과 배치를 상상했더랬지요.
거실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매킨의 구닥다리 XR-5가 잡식성인 저의 취향을 대략 만족시켜주고 있긴 하나 서브용으로는 클래식 위주로 듣되, 이제까지 몇 번인가 서브 시스템을 구성했다가 불과 일주일도 넘기지를 못하고 접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므로... 임시로 구성을 했다가 빨리 접어두자는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를 대비하고, 최근 급작스럽게 사정이 안좋아진 지갑상황을 고려해,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녀석이 바로 TL-3였습니다.
까만 밤에 길눈마저 어두워 차를 돌리기를 세 번이나 하고, 이제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는 굳은 다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며 그 넓은 서울을 대각선으로 끝에서 끝까지 가로질러 가서 업어온 녀석입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궁하답시고 딱히 조건에 맞는 물건은 구하기가 어찌 그리 쉽지가 않은건지... 고가의 기름값이며 품삯조차 안나올 상황임에도 결국 무리를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허술하긴 해도 오리지날 철제 받침대도 없고 외관이 아주 깨끗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전주인이 클래식 위주로 대략 길을 들여놓은 녀석 같더군요. 순전히 저의 짐작입니다.
원체 정리정돈과는 담을 쌓은 입장이라 내 방은 거의 창고수준이고, 애들 방 두 개에는 책상이 합이 셋이오, 피아노에 옷장들까지 들어선 상황이라 좁아터진 안방구석에, 그것도 옷장을 가로막고 무대뽀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마눌님과는 이틀째 냉전중이고요.
CDP는 TL-3와 함께 들어온 구닥다리 럭스만 DZ-111 라는 모델인데 실은, 작지만 묵직한 리모콘이 더 마음에 들어 업어온 녀석이고요, 데크는 이전에 다른 것들과 함께 묻어들어 왔다가 끝내는 용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역시 구닥다리 럭스만의 K-111 입니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럭스만으로 세트구성이 되어버렸습니다. CDP도 그렇지만 특히 데크의 음질이 기대이상입니다. 딸내미도 CD 소린줄 알았다는군요.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바에는 묵혀두고 있던 인터케이블 두 조 (오토폰 AC-3600 Silver, 파이오니아 HPC & OFC 하이브리드)와 오스트리아젠가 하던 대략 싸구려 스피커케이블 (레퍼런스 RPC 15)을 묶어주었습니다. 비록,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기형적인 서브 시스템이지만, 결과적으로 대략 만족스럽게 마눌님의 눈치를 봐가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에휴~~~~ 9월달에 이사가면 전용 리스닝룸을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다시해보면서... 정녕 이렇게까지 하고싶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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