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에 출연하시지만 무대에 오르지는 않는 분이 계시죠.
경연이 있는 회에 어김없이 등장해서 'x위는 ... O O O' 라고 불러주시는 바로 그 분..
자막으로는 자문위원 장기호 교수님이라고 나오지만 아마 90년대 가요를 듣던 분들은 빛과 소금을 떠올릴 겁니다.
제 마음속의 빛과 소금은 이 사진에서처럼 언제나 늘 청춘이었는데...
처음에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동명이인인줄 알았습니다.
장기호님은 워낙 곱상한 동안이고 박성식님은 선이 굵은 스타일이죠.
빛과 소금 결성 이전에 이미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나 사랑과 평화에서 잠깐 활동을 했습니다.
참고로 김현식의 대표작인 비처럼 음악처럼은 박성식님이 작곡했습니다.
빛과 소금이 출발할 무렵은 장기호, 박성식, 한경훈 3명이었다가 3집부터 2명으로 정착했습니다.
드라마에 삽입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샴푸의 요정 때문에 그리 낯선 밴드는 아닌데
아마도 빛과 소금의 음악을 들어보신 분들은 깊은 인상을 가지고 계실 듯 합니다.
라디오에서 DJ들이 대체로 퓨전 재즈로 많이 소개하기도 했는데,
90년초반에 나온 곡을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매우 세련되었습니다.
이게 정녕 한국가요란 말인가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곡이 팝, 퓨전재즈의 냄새가 풀풀 풍깁니다.
아주 힘이 넘치는 보컬은 아니지만 흡사 마이클 프랭스나 보즈 스캑스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느끼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맛깔나는 보컬이 아주 살랑살랑하고 듣기 좋습니다.
곡들이 보컬이 있지만 보컬을 위해 만든 것 같지 않고 연주곡에 코러스를 붙인 느낌이 날 정도입니다.
보컬을 빼고 연주곡으로 바꿔도 될 것 같은 그런 음악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빛과 소금의 음악은 그 당시의 가요들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샴푸의 요정, 오래된 친구, 내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혼자만의 느낌, 그대 떠난 뒤 등의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제가 특히 소개하고 싶은 앨범은 3집입니다.
정말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빛과 소금 3집은... 음반사 문제로 지금은 앨범을 구하는게 거의 불가능한 비운의 명작입니다. 빛과 소금 베스트 앨범도 발매가 되었는데 이 베스트 앨범에는 3집에 수록된 곡이 한곡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제 생각엔 이 3집이 한 번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가는 곡들이 가장 많지 않은가 싶습니다.
수록된 모든 곡들이 다 수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심지어는 가장 마지막 트랙인 아리랑 마저도 너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같은 곡에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장기호 교수님의 역량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신파조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애절한 감정을 클라이막스로 밀어 올리는 것이 압권입니다.
(이곡은 한석규가 영화에서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Side A의 간판이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라면 Side B의 간판곡은 슬픈 영화를 보고 나면 입니다.
아주 작정하고 단조의 재즈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곡입니다.
또한 Side B의 조바심도 절대 놓치면 안될 아주 멋진 곡이지요.
이분들의 대표곡과 리메이크를 어쿠스틱 사운드로 즐길 수 있는 앨범도 있습니다.
전 테이프로만 가지고 있어서 사운드카드로 녹음해서 적당히 편집해 듣는데 이 앨범도 좋습니다.
전 나가수를 볼 때마다 늘 장기호 교수님을 자문위원에서 짤라버리고 빛과 소금을 가수/밴드로 섭외하는 상상을 합니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이분들이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른다면 전파 낭비겠네요.
그냥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에 "길게 길게" 나오는게 더 맞을 듯.
참고로 옛날 옛적에 이소라의 프로포즈 시절에 유희열이 피아노를 치면서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를 부른 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