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 리빙 프레즌스 박스 소식을 듣고 전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성을 살펴보니 그 가격에 왜 그런 부실한 박스셋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더군요.
머큐리 음반을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에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냥 그 예산으로 듣고 싶은 앨범을 선별해서 낱장을 해외구매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머큐리 리빙 프레즌스가 시디로 부활할 때 일종의 샘플러 시디가 발매된 적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 소개해드릴 Mercury Living Presence - You Are There ! 입니다.
구성은 아주 간단합니다. 슬림 케이스에 여러 곡이 발췌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가치는 시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포함된 소책자에 있습니다. 칼라 사진이 포함된 156 페이지의 책자가 (두둥!) 이 앨범의 구매 포인트입니다.
이 책자에는 머큐리 리빙 프레즌스의 역사와 주요 지휘자, 주요 연주자들의 소개는 물론이거니와 주요 앨범들의 리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머큐리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인 밥 파인과 그의 아내이자 머큐리의 부사장까지 오른 윌마 코자트 여사, 그리고 역시 머큐리의 프로듀서인 해롤드 로렌스의 사진입니다.
앞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이 앨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릴 테이프와 35mm 테이프입니다.
밥 파인의 녹음기술은 미니멀리즘이라고 부를 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스테레오 황금기의 한 주역인 밥 파인은 RCA 리빙 스테레오와 비슷하게 마이크 3개를 사용해서 3트랙으로 녹음헀습니다. 사용한 마이크나 마이크 위치, 녹음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운드
경향은 많이 다르긴 합니다. 머큐리에서는 주로 텔레푼켄 U47 마이크와 머큐리 특주 텔레푼켄 201 마이크를 사용헀습니다.
머큐리팀은 3트랙으로 녹음하고 녹음현장에서 바로 알텍 스피커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앞의 사진의 윌마 코자트 여사가 이 3트랙 녹음을 2트랙으로 믹스다운하면서 동시에 바로 옆에서 레전드 커팅 엔지니어가 바로 비닐 레코드의 원판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진 원판을 공장에 보내서 LP를 찍어냈는데 윌마 코자트 여사의 회고에 따르면 머큐리 전성기 시절의 클래식 음반은 RCA 공장에서 찍어냈습니다.
머큐리 리빙 프레즌스가 시디로 만들어질 때 윌마 코자트 여사가 다시 3트랙 릴 테이프를 가지고 2트랙으로 디지탈 컨버전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머큐리 리빙 프레즌스 시리즈는 말하자면 재즈 음반의 루디 반 겔더 에디션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그당시로서는 머큐리는 클래식의 신생 마이너 레이블이라 많은 스타 연주자들과 독점계약을 맺지는 못했습니다만, 야노스 스타커나 헨릭 셰링이 꽤 많은 녹음을 남겼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일부는 발췌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워낙 156 페이지의 북클릿이 대박이라 구입하시면 아주 만족스러울 겁니다. (국내에는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