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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대공트리오-해변의 카프카-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11-04-06 18:19:58
추천수 23
조회수   4,543

제목

베토벤 대공트리오-해변의 카프카-

글쓴이

김세현 [가입일자 : 2010-03-20]
내용
"저희 가게 커피 맛이 괜찮으신지요?"



하고 백발의 주인이 와서 물었다.



"네 굉장히 맛있네요. 향이 정말 좋아요."



"커피콩을 직접 제가 볶습니다. 한 알 한 알 손으로 좋은 콩을 골라서 커피 맛을 냅니다."



"어쩐지 맛이 있더라구요."



"음악은 귀에 거슬리지 않으신지요?"



"음악이요?"



하고 호시노 청년은 말했다



"아뇨, 참 좋은 음악입니다. 전혀 귀에 거슬니지 않습니다. 누가 연주하는 겁니까?"



"루빈슈타인과 하이페츠, 포이어만의 트리오입니다. 당시에는 '백만 달러 트리오'라고 불렸답니다. 그야말로 거장들의 예술입니다. 1941년에 제작되어 오래된 음반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빛을 잃지않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좋은 것은 언제나 좋지요."



"더러는 조금 구축적이고 고전적이며 강직한 <대공트리오>를 좋아하는 분도 있습니다.



가령 오리스트라흐 트리오의 연주 간은것을 말입니다."



"아니 나는 이것이 좋습니다."



하고 청년은 말했다.



"뭐랄까 -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



"갑사합니다."



하고 주인은 '백만 달러 트리오'를 대신해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했다.



(중략)





"아저씨"



하고 그는 찻집을 나올 때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저 음악이 뭐라고 하는 음았이었지요? 아까 들었는데 금방 까먹었어요."



"베토벤의 <대공트리오>입니다."



"대포 트리오요?"



"아니, 대포 트리오가 아니라 대공 트리오입니다. 베토벤이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그래서정식으로 붙여진 이름은 아니지만, 흔히 '대공 트리오'라고 부릅니다. 루돌프 대공은 황제 레오폴드 2세의 아드님으로 요컨데 황족입니다. 음악적 자질을 타고나서 열여섯 살때부터 베토벤의 제자가 되어, 피아노와 음악 이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루돌프 대공은 피아니스트나 작곡가로 그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현실적인 면에서는 세상살이에 어두운 베토벤에게 여러모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었습니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베토벤은 더욱 험난한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필요하군요."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보면 다양한 음악이 소개됩니다. 그 중 꼭 듣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대공트리오였습니다..들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곡이었습니만 그 내용을 알고 다시 들어보니 감회가 훨씬 달라지더군요..책에 소개되었던 백만불짜리 트리오"루빈슈타인, 하이페츠. 포이어스의 1941년 음반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더군요. 우리나라의 음반시장이 크지않은 탓인가 봅니다..몇몇의 연주가들의 작품을 들어보았는데 제 각각의 개성이 드러납니다..언젠가는 꼭 이 백만불짜리트리오 의 음반을 들어봐야겠습니다.







충실한 후원자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작품





루돌프 대공이 언제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1803년과 1804년 겨울에 베토벤의 제자가 된 것으로 보이며 거의 1824년까지 수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 레슨이 그의 작곡 활동에 방해된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베토벤의 가장 충실한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무려 14곡의 작품들을 헌정해 감사를 표했다.











베토벤이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작품들 중에는 널리 알려진 명곡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피아노소나타 ‘함머클라비어’]와 [장엄미사], [대푸가] 같은 대작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베토벤이 루돌프 대공을 얼마나 특별한 후원자로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대공 3중주곡] 역시 베토벤의 작품목록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명곡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해 작곡한 베토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은 루돌프 대공의 연주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귀족적인 작품’이면서도 베토벤의 실내악곡 가운데 최초로 공공 연주회장에서 선보인 ‘대중적인 작품’이기도 해서 더욱 흥미롭다.







당대 실내악곡은 대개 귀족의 궁정에서 아마추어 귀족 음악가들의 연주로 소수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곤 했지만, [대공 3중주곡]은 베토벤 자신을 포함한 전문 연주가들의 연주로 대중을 위한 공연장에서 초연되었다. 또한 이 곡은 베토벤의 영웅적인 음악양식이 퇴보하고 명상적이고 절제된 후기 양식을 여는 전환기의 작품이기도 해서 관심을 끈다. [대공 3중주곡]이 당대 귀족들에게나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전문가나 음악 애호가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이 곡에 담긴 이중적이고 전환기적인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악 자체에는 귀족적이고 절제된 기품이 흐르면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중산층의 취향을 고려한 베토벤의 [대공 3중주곡]은 당대 사회와 베토벤 자신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기에 매우 특별하다.









베토벤의 수많은 명곡을 헌정받은 후원자 루돌프 대공 <출처: wikipedia>



















청력의 이상을 딛고 초연무대의 연주를 마치다





베토벤이 1811년 3월에 [대공 3중주곡]의 작곡에 착수할 무렵 당대 사회의 분위기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한 시대의 영웅이었던 나폴레옹의 위세가 급격히 수그러들고, 베토벤을 후원하던 비엔나 귀족 사회 역시 무너져가고 있었다. 영웅과 귀족의 시대는 가고 그 빈자리를 중산층 부르주아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베토벤은 [영웅 교향곡]이나 [운명 교향곡]에서 보여주었던 영웅적인 음악 스타일을 견지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베토벤은 [대공 3중주곡]에서 지금까지 그가 고집하던 남성적이고 외향적이며 영웅적인 스타일 대신 따스하면서도 감성적인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며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이 작품에서 주제 선율을 충분히 노래되고 절제된 페이스를 유지하며 리듬은 춤곡처럼 경쾌하다.





1814년 4월 11일에 [대공 3중주곡]이 빈에서 초연될 당시, 이그나츠 슈판치히가 바이올린을 맡고 요제프 링케가 첼로, 베토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당시 청력의 이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던 베토벤은 연주에 어려움을 겪고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초연 당일 리허설을 지켜본 작곡가 루이 슈포어는 베토벤의 연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피아노의 음이 맞지 않았으나 베토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를 거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악화된 청력에도 불고하고 기교는 대단했으며 이는 존경할 만했다. 포르테 부분에서 귀먹은 이 불쌍한 음악가는 현악기의 소리가 묻힐 정도로 크게 연주했고 피아노 부분에선 지나치게 작게 연주해서 아예 피아노소 리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비록 베토벤의 청력 이상으로 초연 무대는 완벽하지 않았으나, 초연 이후 ‘대공’ 3중주곡은 그 뛰어난 예술성으로 인해 베토벤의 실내악곡 가운데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명상적이고 절제된 후기 양식으로 전환





[대공 3중주곡]은 고전적인 실내악곡처럼 이 작품은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전 악장 가운데 가장 귀족적인 느낌이 강한 1악장에는 자비롭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거의 모든 주제들이 처음에는 부드럽고 고용하게 제시되며 주제 자체의 노래하는 특성이 강조되어 있다. 베토벤은 이 곡에서도 그 특유의 추진력 있는 발전기법을 구사하며 처음에 제시한 주제들을 큰 소리로 거칠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악장 도입부의 고상한 분위기가 전곡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고전주의 음악작품에서 2악장은 대개 느리고 서정적인 반면, 3악장은 우아한 미뉴에트이거나 재빠른 스케르초로 되어있다. 하지만 [대공 3중주곡]에서 베토벤은 그 순서를 바꾸어 고상한 1악장에 이어 유쾌하고 풍자적인 2악장 스케르초를 배치해 참신한 느낌을 준다. 베토벤의 스케르초 악장은 대개 과격한 경우가 많지만 [대공 트리오] 2악장에선 그보다는 재치와 발랄함이 느껴지며, 이 악장 중간부에서 반음계적으로 구불거리는 선율이 서로 모방되는 부분에선 신비로운 느낌도 전해진다.





찬송가풍의 음악으로 시작되는 느린 3악장은 주제와 5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된다. 명상적인 음악이 점차 빠른 리듬 패턴으로 장식되며 변주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다섯 가지 변주에 이어지는 종결부는 곧바로 마지막 4악장에 연결되어 분위기를 급격히 반전시킨다. 4악장으로의 진입은 피아노의 다소 무례한 연주로 시작되는데, 초연 당시에 베토벤은 이 부분에서 현란한 피아노 즉흥연주를 시도했다고 한다. 엄숙하고 명상적인 3악장으로부터 즐겁고 재치 있는 4악장으로 변모하면 베토벤다운 위트와 화려함을 담은 음악이 우리 귀를 즐겁게 한다.









이 곡은 고상하고 기품있는 표현에서 베토벤의 부드러운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출처: NGD>















추천음반

[대공 3중주곡]의 기품과 균형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보자르 트리오(Philips)의 음반과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와 크누세비츠키(첼로), 오보린(피아노)의 음반(EMI)이 좋고, 따스한 감성과 조화로운 앙상블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펄만(바이올린)과 하렐(첼로), 아쉬케나지(피아노)의 음반(EMI)을 추천할 만하며, 좀 더 담백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베라 베스(바이올린), 안너 빌스마(첼로), 요스 반 이머젤(피아노)의 음반(SONY)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관련링크 : 통합검색 결과 보기 대공 트리오 음반 보기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발행일 2011.02.14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김세현 2011-04-06 18:29:57
답글

이 작품에 대해 아시는분 하나 궁금한게 있습니다..<br />
작품번호는 전부 97로 동일하게 표시가 되는데 음반마다 No.2 라고도 No.7,No.6 이렇게도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정확히 어떤게 맞나요?

rain1471@naver.com 2011-04-06 20:27:37
답글

Piano Trio in B flat 'Archduke' Op. 97 좋은 곡이죠..<br />
베토벤 피아노트리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br />
위에서 언급한 추천음반 중 보자르트리오(Philips), 아슈케나지(Emi) 두 음반을 모두 들어봤지만, <br />
개인적으로는 다니엘 바렌보임(piano), 재클린 뒤 프레(cello), 핀커스 주커만(violin) 트리오의 EMI반이 가장 좋게 느껴집니다. 특히 서정적인

이상헌 2011-04-06 21:58:30
답글

피아노 트리오 작품1 - No.1(1번) / No.2(2번) / No.3(3번)<br />
피아노 트리오 작품11 - (4번)<br />
피아노 트리오 작품70 - No.1(Ghost, 5번) / No.2(6번)<br />
피아노 트리오 작품97 - Archduke (7번)<br />
피아노 트리오 7개중 7번째 곡이고 Opus 97 이 맞습니다.

김세현 2011-04-06 22:03:56
답글

특히 오래된 음반들에서 오류가 많더군요..No.7...^^<br />
그런데 백만불트리오 음반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시디로 발매는 되긴했을까요?

이상헌 2011-04-06 23:00:50
답글

고클래식 가시면 대략 500원에 wav 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br />
소설을 계기로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김세현 2011-04-07 00:28:13
답글

ㅎㅎ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지요..<br />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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