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만큼 많은 연주자들이 연주한 곡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게 Imusici Felix Ayo 버전...
하지만, 비발디 사계의 선풍적인 인기를 유럽에 몰고온 악단은
칼 뮤닝거가 이끄는 슈트트가르트챔버오케스트라 라고 한다.
뮤닝거는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고향 슈트트가르트에 내려가 15명의 인원으로
악단을 창설하고 여러 고음악들을 연주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9년 데카와 녹음한 바흐 관현악모음곡이 음반평가를 받으면서
1951년 처음으로 비발디 사계를 녹음하여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
51년 녹음에서 솔로 바이올린을 담당한 것은 라인홀트 바르쉐였다.
이는 규범적인 연주로서 이후 많은 사계연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1955년 이탈리아의 연주단 IMUSICI가 Felix Ayo의 솔로 바이올린으로
사계를 녹음하여 또 한번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Felix Ayo는 이 때 녹음 당시 18살의 IMUSICI 최연소 단원, 단장이었다 한다.
55년 모노녹음에 이어 IMUSICI는 59년에 스테레오 녹음을 하게 된다.
이 녹음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계의 최고 연주로 손꼽는 사계연주의 규범이다.
사계의 겨울 2악장 라르고는 그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널리 청취되고
많은 영화, 드라마에 삽입되어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선율이다.
그럼에도 이 선율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때론 많은 부분에서
감상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곡이기도 하다.
뮤닝거는 그들의 첫 녹음에서 바르쉐와 함께 사계의 규범적 연주를 보여줬다.
겨울 2악장 라르고에서는 바이올린이 너무 나서지도 않으면서 약간은 느리면서
음조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마디마디 짚어 훑어내려가는 듯이 세밀하면서도 정밀한
연주를 보여주어 듣는 느낌에서의 감흥이 남다롭다.
이 연주를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시지만, 정통연주의 규범으로서
꼭 들어둘만한 연주라 여겨집니다.
고음악 연주로의 격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 정통연주의 하나라고 추천할만합니다.
뮤닝거는 그 이후에도 사계를 5번 정도 녹음하는데
그 중에서도 71년 워너 크로징어를 솔로 바이올린으로 한 녹음이 아주 돋보입니다.
2악장에서는 바이올린 솔로를 아주 부각시켜서 비발디 라르고 선율의 미학을
최대한 살려내는 쾌거를 이루었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여기서는 51년도 녹음의 다소 딱딱한 부분도 많이 부드러워진 감도 있습니다.
이 연주는 처음에 데카의 뮤닝거 옴니버스반 2번사이드 첫곡에 있는 녹음을 듣고
알게되었는데 당시에 이 음반의 자켓이 없는 상태에서 구입하여 이게 누구와의 연주인지 모르고
그냥 Barchet와의 51년 녹음의 스테레오버전인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그 이후 Barchet연주를 런던반으로 구해 들어보니 연주가 다르더군요.
73년도 연주를 구해서 들어봐도 다르고...
그러다가 우연히 71년도 연주를 구했는데 아 이거구나 싶더군요... ^!^
참, 사람의 집착이란... 어쨌든 좋은 연주이고, 라르고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해도...
특히, 라르고 마지막 마무리에서 크로징어가 선율의 마무리 음을 끝까지 끌어가는 그 연주는 ...
아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의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라르고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Werner Kroztinger와의 연주가 좋더군요.
IMUSICI의 55년도 녹음은 전체적인 뉴앙스가 좀 딱딱하지만,
모노녹음의 특성으로 솔로와 배경의 악단전체 음감이 함께 앞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솔로의 라르고 연주는 모노녹음음의 특성상 아주 돋보여서 좋습니다.
59년도 녹음은 라르고에서 솔로바이올린과 전체와의 균형과 조화가 치밀하게 잘 이뤄져서
들을 때마다 감흥이 새로워지는 연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솔로의 강조보다는 전체의 균형에 더 무게를 둔 아름다운 연주이죠.
리듬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말 그대로 규범적인 연주...
그리고 원전악기 연주로 들고 싶은게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의 고음악연구회 녹음입니다.
이 연주는 원전악기로 연주한 녹음으로 라르고 연주는 이무지치, 슈트트가르트에 비해
속도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녹음도 매우 빼어날 뿐만아니라 원전악기의 독특한
음색들이 모두 살아나오는 면이 큽니다.
라르고의 속도감 있는 연주들이 자칫 산만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쉬운데
전혀 그러지 않고 리듬감과 조화를 잘 살려 연주하는 맛이 좋습니다.
원전악기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1순위로 추천하고 싶은 연주...
CD세대에 와서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연주가 파비요 비욘디의 유로파 갈란테 연주인가 싶습니다.
라르고에서 독주를 강조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중량감 있는
연주로 다가와 쾌감을 주는 명연주라 해도 좋을 듯...
안네소피 무터의 연주는 80년대 캬라얀과의 연주도 있지만,
그 이후에 녹음한 연주가 라르고에선 꽤 좋게 들립니다.
무터의 독주를 강조하여 독주의 나긋하고 느릿한 선율이 맥을 잡아가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연주 중 하나...
음의 색채감을 강조하는 느낌이기에 자켓에서도 색채감을 강조하는 멋을 부린...
트레버피녹의 연주도 전체적으로 괜찮은데
겨울 라르고에선 속도감을 살려서인지 같은 원전악기 연주의 아르농쿠르
뮤지쿠스빈의 연주와 마찬가지로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위의 음반들이 제가 여러 사계 연주가 들락날락 하는 가운데서도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주들입니다.
무터의 캬라얀과의 연주는 자켓도 예뻐서 가지고 있는 음반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