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포터블 세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빠지고 빠져서 포터블 세계를 모니터링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런데 90년대 후반에는 어떨런지요. 

얼마전 헤드폰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힘들게 구한 포터블 시디피에 이어폰으로 음악듣다가 불현듯 헤드폰은 어떨까 해서 그라도의 입문기 -
SR80 헤드폰을 연결했습니다. 
오! 촉촉하고 현장감있는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입문기가 이정도면 상급기는 어떨까... 
헤드폰에 빠지는 테크트리를 타게 되었습니다. 

메탈로 만들어진 헤드폰 하우징... 실버와 블랙의 조화! 
SR-325 헤드폰을 구입합니다. 

받자마자 기기 연결해 음악을 듣는데... 이건 뭥미?
아주 조악한 소리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몇 겹의 막을 씌운듯 흐리멍텅하게 들립니다.
볼륨을 높여도 귀만 아프고... 
메탈에 그라도... 라는 소리에 메탈 음악 몇 곡을 들었는데 정말 이건 아니지... 
흐리멍텅에 동굴안에서 음악듣는듯 소리가 맴돌고...

오죽하면 그라도 국내 AS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 헤드폰이 이상하다... 
- 출력이 안 나온다면 AS접수해드리겠습니다. 
- 네. 제품 이상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두가지 반응이 있더군요. 
- SR325 헤드폰이 그럴리가 없다. 소스 기기 잘못 아니냐...
- 요즘 미니 음향기기에서 핫한 '프로듀서DK 의 유튜브 리뷰'에서 대차게 악평을 내리더군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이 다 있다니... 하면서요. 
AS 센터에 접수하려고 했습니다.   

그날밤 포터블 시디피로 음악을 듣는데 소리가 확 바껴서 들리는 겁니다.
굉장한 소리를 들려주더라구요.
아니... 이 헤드폰이 왜이러나... 
왜이리 오락가락하나...

일단 처음 듣고 다른 헤드폰, 이어폰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비교하면 이상하게 조악한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입니다. 
그런데 계속 듣다보면 적응이 되면서 굉장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앰프와의 궁합도 따지는 까탈스러운 헤드폰인 듯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앰프는 마이어 오디오의 코다 앰프인데 앰프에 연결하면 조악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대신 포터블 시디피에 연결하거나 아이폰의 이어폰 단자에 연결하면 대단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출력이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가 봅니다. 

그라도 SR-325 헤드폰이 구동되면 소리가 다음과 같이 들립니다. 
- 소리결의 선명함, 명징함... 특히 금속 악기 - 드럼의 심벌즈 같은 소리 표현은 예술입니다. 
- 탁트인 개방감, 무대가 펼쳐지며 악기 소리가 자리를 잡음.
- 소리결이 윤기있음. 촉촉함.
- 펀칭감. 유닛이 흔들리는 느낌 - 소리적 쾌감이 들때죠. 스피커도 헤드폰도 마찬가지.

열흘동안 집중 감상한 느낌을 말하자면... SR-325e는 올라운드 적인 헤드폰입니다. 클래식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메탈에는 그라도' 라는 인식을 뛰어넘기위해 올라운드적인 튜닝을 했다고 봅니다. 출력이 센 기기에서 조악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또 미니 기기에 직결해서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클래식이건 메탈이건 가요건 방송 멘트 건... 다재다능한 헤드폰입니다. 직결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만날 수 있다니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