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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하지말고 퍼ㅡ득 불끄고 자거라!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20-12-14 16:54:26
추천수 1
조회수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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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정래 [가입일자 : 2016-01-15]

제목

공부 하지말고 퍼ㅡ득 불끄고 자거라!
내용







하루 전 살미산 서편달부터 구름이 낱게 깔리더니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어젯밤에는 저녁먹을 때만 켜는 호롱불을 켜니 불이 곧 꺼질듯이 가물거리더니 결국  석유가 다 떨어져서 밀기울로 만든 머얼건 국시 한사발 다 먹기도 전에 호롱불이 죽었다.

해가 짧은 동짓달은 호롱불이 꺼지면 방안은 온통 칠흑하다.
 
결국 컴컴한 방안에서 저녁을 먹기 힘들어 내가 빈 제비원 막소주병을 들고 기철네 집으로 당당 걸음으로 달려가니 기철네 집에선  반쯤 열린 부엌문 사이로  청솔가지 타는 연기가 꾸역 꾸역 마당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대문 앞에서

"기철이 어메요 안에 계시닛껴?"

불렀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다.
기철이 아부지는 더간골(덕안골)  양철 영감네 머슴살이 하는데  어쩌다 집에오시는 분이라서 집에 있을 일이 없으시다.

내 동무 기철이는 아침에  대박골 저 외갓집에 가을 감자 한 보따리를 지게에 지고 돌고개를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사랑방  디딤돌에도 아직 기철이 검정 고무신이  없는 것을 보고 나는 기철이가
대박골 외갓집에서 돌아오지 안했으니 기철이 어메를 불렀는데 ..기철이 어메도 안계셨다.

그대신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코 흘리게 기철이 여동생 기숙이가  작은 관솔가지에 불을 붙여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

"너 어메 어디가싯나?"

하니

방금 들어 간 기숙이와 기숙이 동생이 문고리리 사이로 얼굴을 내 밀고는

"오빠 마중갓니더! 왜긋닛껴?"

하였다.

기숙이는 아직  검정 고무신도 없었다.
맨발로 자라다가 5살이 되는 해에  기철이와 내가 목수할배한테 자구를 빌려서 소낭구로 나무 신(일본말로 개다짝이라고 했다)을 다듬어서 그걸 질질 끌고 다닐 정도로 기철내도 궁핍했었다.

아무튼 여동생들이 볼세라 나는 석유 빌리로 온 빈병을 퍼득 내 궁디이 뒤로 숨기고는

" 아니다 기철이 왔는가하고 와봤다" 했다.

괜히 석유 빌리러 온 것이 어린 동생들 한테 창피 해서다.

집에 돌아와서 할 수 없이 관솔 똥가리를 찿아 부엌에 가서 엎드려 훅훅 하고 불씨를 불어서 겨우 관솔에 불을 붙여서 방으로 들고 와서 저녁을 먹었는데...

솟을 대문집이나 중 머슴 일년세를  탈곡후 지프레기로 짠 벼가마  석섬주는 집 정도는 돼지 먹이로 사용하는 붉은 밀가루는 정미소에서  마지막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품질 낮은 밀기울로 보통은 그 가루로 개떡을 만들어 먹는데 그도 가루가 많이 들어가니 가난한 집안은 개떡도 호사이니 물만 썩으면 금방 한그릇 더 만들 수 있는  국시로 만들어 먹었다.

그랬다 ..관솔 등불에 불을 지피려고해도 성냥이 없을 때가 많았고 성냥이 떨어진 집은 저녁하고 남은 재를 소중하게 덮어서 불이 필요하면 그 잿 속에 숨은 불씨를 살려서 사용했다.

우리 동네서 머물띠기 할매는 무려 7년을 부엌 아궁이 불씨를 꺼트리지 아니하였다.
그 할매는 7년 동안 성양 살 돈을 아끼신 집이다.
그 당시 성양 한갑도 살 돈이 아까우니 ...성양을 낱알로 팔던 시절이다.
그러니 그 낱알 성양(혹은 다항이라고 했음) 도 아끼려고 할배들은 자주 담배대에 불을 붙여야하니 저녁 군불 지피고 남은 재를 화로에 담아서 ..담배 피우 실 때 마다 화롯 불을 디적거려서 담배대에 불을 붙여 피우실 정도로 불이 귀한 생활이였다.
 
날이 추워지니 이골 저골 군불 지피는 연기가 꾸물꾸물 산골을 타고 오르고 그렇게 불 없는 밤은 잠들었다.

다음날 하늘이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처럼 금방이라도 울 듯하고 곧 함박눈이 펑펑 솥아질 기세다.


석유가 떨어지면 ..산골 아이들은 소나무 관솔베기를 해와서 컴컴한 방에 불을 밝혔다.


그런데

함박눈이 내리면 눈이 녹을 때까지 관솔을 해 올 수 없었고 다음 장날 까지는 아직 3일 남았는데 그러면 두집 다 저녁은 관솔 호롱불도 못켜고 컴컴한 밤을 맞이해야 한다.





밤에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도 호롱불이 없으니 웃묵에 요강단지 더듬거리면서 찿아서 오줌을 누눈데..이미 동네 아니들은 그 요강단지 엎질은 일도  많았지만 그러하다고 컴컴한 밤에 마당에서 한참 떨어진 변소에 가는 것은 겁도 나지만 .너무 어두워 그만 똥을 누려고 하다가 통시다리를 잘못 디뎌서 똥통에 빠지는 아니들도 제법 있을 정도로 불이 귀했던 어둠의 시절이다.

다음 날 아침 ...꽁보리밥 한그릇씩 먹은
기철이와 잿마을 봉구녀석...그리고 나 하고 셋이서
소나무 잔솔가지가 많은 매봉산으로 관솔 똥가리를 하러 갔다.

잘살아보세..잘살아보세..새마을 사업을 시작한지 여러해 지나도 산골 마을인지라 
전기는 꿈도 못꾸고 엄동설한 겨울이 오면 .밤이 길어서 방을 밝힐 호롱불을 피우는데..그도 석유 살돈이 만만치 안았다.

조선 토담집은 황토를 말아 지엇는데 호롱불 석유값이 아까우니 집집마다 안방 부엌 쪽 벽에 큰박통 만한 광창이 다들 있었는데 창은 유리가 없으니 한지로 바르고

저녁을 할 때는 부엌에도 불을 밝혀야 하니 호롱불을 광창에  넣으면 부엌과 안방 두곳이 비록 흐릿하지만 양쪽으로 불빛을 이용하던 궁핍과 절약의 삶에서 나온 일종의 아이디어 창인데
그것을 광창이라 불렸다.
 
비록 그토록 가난해도   인심은 좋아서 석유가 떨어지면 이웃간에 호롱불 피울 석유를 서로 빌려주고 다음 읍내 오일장에 나가서 사오면 다시 갚고 하던 마을이다.

지금은 한꺼번에 수십리터 비싼 휘발류를 자동차에 넣고 부산 대구..여수 밤바다...어디든지 가고 싶으면 가고
서울서 먹을 수도 있지만 식감이 다르다며 세발 낙지 먹으로 목포까지 가는 세월이지만

내가 자란 산골짜기 마을은  농사 지을 땅도 없고 겨우 산자락 쪼래기 땅에 곡갱이 들고 손으로 파서 마련한 다락논 혹은 방티인 논이 전부라서 일년 내내 땅에 엎드려 일을해도  가을 소출이 적고 겨울이오면 호롱불 피울 석유 살 돈도  없는 가난한 마을이라서  석유 한댓병 구입도  큰 부담이 였다.

그당시

산골 아이들이 겨울철 어메로 부터 꾸중 든는 말 중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공부 그만하고 퍼득 호롱불 꺼라 ..석유 살돈 없다!"


불끄고 빨리 자라는 소리에는 ..공부보다 더 소중한 석유 한 홉 때문이였던 참으로 가난한 나라였다.

가스는 아예 없고 연탄도 돈주고 사야하니 산골 사람들은 그저 한겨울 추위는 지게를 지고 뒷산에 올라
소나무 가지를 겨울 군불지피려고 많이 짤랐는데 그 짜른 부분에 송진이 1년정도 몰려서 상처를 막으면 그 부분에 기름이 많아서 겨울 밤 호롱불 대용으로 충분했다.

일제식민 시절에는 그런 조선 관솔을 모아서 비행기 기름을 뽑아 쓸 정도로 품질 또한 좋은 것이 조선 관솔이다.

아무튼 키 작은 꼬맹이 아이들도 그런 소나무 관솔 가지를 짤라서 자기 방에 호롱불로 사용하면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고 나름 밥벌이 노동의 법칙을 자연 속에서 스스로 깨달으면서 성장한 것이다.

그당시 느티나무 아래서 동네 꼬맹이들이 모여서 눈을 말둥거리면서 내기 놀아하던것이 바로

"관솔 따먹기"

다.

관솔 사이즈가 비슷한 것을 던져서 맞추면 이기는 동무가 따먹는  놀이인데...그래선지 계산 하는 법도 금방 알게되고 나름 재물이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렇게 딴 관솔로 밤에 불을 밝히고 공부도 하고 하였는데 ..문제는 끄름이 였다.

관솔 등잔불은 불빛이 5센티면 검은 연기 길이가 10센티 될 장도로 끄름이 심하여 ...어쩌다 관솔 호롱불에 숙제라도 하고 자는 날은 다음날 민경(거울)을 보면  코구멍과 입수끄리가  시커맸다.

세수비누도 없이 그냥 세탁 비누 여러 조각내어서 사용하던 시절이라 자연 겨울 철이오면 얼굴이 트고 찬바람에 손등도 트고...봄이나 여름철 처럼 산이나 개울가에서 입에 넣을 것들이 사라지고 없으니  아이들은 영양 걸핍으로 머리에는 하나같이 허어연 버짐을 하나씩 달고 다녔다.

우리가 마치 이북보다도 월등히 잘산다고 우쭐되고 
우라나라 일하러 온 동남아 인들을 무언중 무시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월이지만 필리핀 보다 월등히 못살았고 지구상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의 궁핍하고  가난했던  나라였다.

그런 어린시절을 껵었던 덕분에 나는 벨기에난 프랑스 근무시 나라를  탈출하여 인육을 먹으면서
바다에 떠돌다가 온 베트남 보트 피불을 10명 넘게 함께 일하면서도 안동사람처럼 정중히 대해주었고 
10년 차이는 맞 담배나 술잔 대작은 돌상넘이라는 것을 알고 행하고 항상 매사 그들과 동등하게 즐겁게 시간을 갖은 사람인데 그래선지  그들은 지금도 나에게 연락이 온다.

글을 줄인다.

호롱불 피울 석유도 살 돈이 없던 나라에서
이젠 led 등을 사용하고
자가용에 배터지게 먹고 사는 풍족한 경제국가로 이룩한  모든 기성세대분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어주자 인생 메모장에서 일부 발쵀........






그때 궁핍하여 한겨울 관솔하러 같이 다니던 나의 씨동무 기철이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90이 넘는 그의 홀어머니가 고향 집을 지키시는데....허리가 아파 일어나시는데 문제가 많으시다.
하여 고향 뒷산에 올라 사진처럼 생긴 소나무를 두개 짤라 서울에 갖고와서 사진처럼 신식 led 등을 만들었다.

몸이 불편한 기철네 모친이 주무시다가 일어나지 않고 그냥 누운체로 손을 뻗어서 불을 쉽게 켤 수 있도록
스윗치를 아주 큰 것으로  달아서 시골로 보내드리고 하나는 내 오디오 방에 두고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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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찬 2020-12-16 04:48:41
답글

대단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정래 2020-12-16 11:39:09

    글키 대단한 글은 아이씨더 석유 한홉이 아까워 소나무 가지 관솔불을 켜던 가난하고 가난했던 나라가
이제 동남아 골프 장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몰려드는 나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들의 삶을 어중이 떠중이 같은 제 부족한 글로 쪼매츰 기록한 자료씨더



김승수 2020-12-16 18:41:17
답글

하교길에 오디열매 따먹으며 퍼런주디로 집에 와선 정지 부뚜막 큰솥에서 식어버린 꽁보리밥으로

대충 배 채우고 , 과수원옆 마을 공동묘지 지나 야트막한 뒷산에서 친구들과 땔감 주우며 놀다가는

집으로 돌아와 매일했던 일이 지난밤 시커멓게 그울린 호야등 겉유리 빼서 깨끗하게 닦는 일이었죠^^

조정래 2020-12-16 20:09:06

    아이쿠.....김선생님 집은 언가이 부자집이랬니더 호야등은 그당시 최고급
불등이랬지요.

제 고향에는 냇가에 고염 낭구가 제법 있었는데 그기 원창 떨버가 초겨울 무서리가 몇번 내리고 나서야 겨우 단맛이 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면 다른 마을 아이들이 서리 다해가니
조금 덜 익을 때 따먹고는 속이 다려서 전부 해바닥 빼 물고 침을 질칠 흘리던시절이 있었지요.

강성일 2020-12-30 09:31:48
답글

마치 한 편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토속적인 산골 산촌의 서정을 담뿍 담은 서술이 정겹습니다.
무척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그래도 디지털 기술 문명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의 좀 삭막한 듯한 세상보다는 오히려 그 때가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니는 도시에서 당시로 치면 중류쯤의 가정에서 나고 자라,저런 삶의 광경은 겪어 보진 못하고 오직 TV 드라마나 영화,소설 등에서 익히 보아 왔지만,참으로 어려웠으나 情이 넘쳐 흐르는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비슷한 연배의 과거시절 추억담으로 치자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구수한 회고담 잘 읽었습니다.

조정래 2020-12-30 20:53:14
답글

강신성일씨 만큼 잘생기신 분이군요ㅎㅎ

한겨울 참새가 맛이 좋았는데 그당시 참새는 초가집에 집을 틀고 살았는데
캄캉한 밤 후레쉬가 없어서 관솔 불등으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 참새잡이를 했었지요.
미군 부대서 흘러 나 온 ㄱ형 후레쉬는 마을에 딱 한집 있었는데
그 후레쉬 갖는것이 꿈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강성일 2021-01-05 13:54:45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입니다.
옛 날의 어렵고 고생했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은 餘生의 자양분이 됩니다.
과거시절을 잊지 않기에 인간이 될 수 있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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