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저에게도 중고등학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곳 입니다. 세운상가 1층을 정면으로보고 좌측 감미옥과 인켈대리점이 있는 곳 뒷편이 청계천제 오디오와 카트리지, 워크맨 골목이고, 우측 1층은 외제 오디오 상가, 2층은 컴퓨터, 전자조립, 빽판, 그리고 빨간책과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청계천 극장이 위치했져.그 윗층은 TV기술학원등이 있고 살림집들도 있던걸로 아는데 거긴 제가 갈 일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78년경 둘째형이 고딩 제가 초딩 시절 여름방학때 아침마다 어디로 사라져 오후 늦게 오는 날이 한 열흘 되더니 어느날 큰형과 함께 커다란 8트랙 데크가 달린 녹턴형 리시버와 턴테이블 그리고 스피커를 들고 왔습니다. 열흘 정도 매일 청계천 오디오 상가에 가서 조립해서 갖고 온겁니다.
저도 그게 계기가 되어 중3때인 80년 겨울에 3만원 정도를 갖고 청계천에 가서 싸구려 리시버랑, 스피커, 턴테이블 메카니즘을 샀습니다. 턴테이블 베이스는 돈이 부족해서 메카니즘만 사서 리시버 윗판을 따서 얹어서 사용했습니다.
그 이후로 카트리지 사러 가고, 포노 이퀄라이져 이런거 저런거 사러가고, 워크맨도 구경하러 가고, 컴부품도 구경하러 가고 빽판사러 가고 그러다가 엉아들한테 붙잡혀서 거의 삥 뜯기다시피 청계천 극장에 가서 칼라로 므흣테입도 보고(그래도 삥은 안뜯고 꼭 보고 가라고해서 아부지뻘 아자씨들과 같이 봤네요)
2층 국도극장쪽 뒤편으로 가면 빽판 만든 원판을 싸게 파는 곳이 있었는데 그 가게는 LP만 파는게 아니고 복사한 빨간책도 파는 곳이라 간혹 얻어보기도하고 또 납치되다시피 붙잡혀온 중고딩들한테 책 강매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슴다. 저도 처음엔 납치되다시피 끌려왔다가 원판을 팔고 있어서 유레카를 외쳐서 오히려 형들을 놀라게했던 그 형들은 범생이 같은 놈이 노는게 귀여워 보였는지 아니면 호구로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저에게 잘해줬습니다. 좀 무서운 형들 이었거든요.
대학교 군대가기전까지 그러고 다녀서 나중에 2000년경 정말 오랜만에 카트리지 사러 카트리지 골목에 갔더니 그때 있던 가게가 아직도 있고 또 사장님이 저를 기억 하시더라구요. 까까머리 학생이 어느덧 이렇게 사회인이 되어서도 찾아주니 고맙다면서...지금 가면 이젠 계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다녔으면서도 특히 겨울이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감미옥 설렁탕은 돈이 없으니 언감생심 먹을 엄두도 못냈고 돈이 있어도 사고 싶은 물건이나 부품 사기도 빠듯했으니 비로소 먹어본게 직장인이 되어서야 먹어봤는데 그냥 상상으로만 기억을 남겨 놓을껄 하면서 후회했습니다.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실제 먹어보니 정말 별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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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희
2019-08-15 10:24:26
저는 하도 들락거려서 응응응 파는 분들과는 저절로
안면을 트고 살았네요...
판은 저도 그쪽에 가서 많이 샀던 기억이
비록 백판이라도 마르고 닳도록 들어서 다 외울 정도였죠..
감미옥은 맛이 괜찮았었는데 80년대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그냥 설렁탕파는집으로 다운그레이드가...
저는 반대편 먹자 골목안에 섞어찌개집을 자주 갔습니다
밥을 공기에다 안주고 대접에다 퍼서 줬거든요
모자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도 있었구요
가성비가 아주 좋았던 식당이었습니다.
꼬꼬마시절 저희 사는 집이 장사동에 있었는데
세운상가가 새 건물로 지어졌죠
동네 꼬마들(당시에는 거기도 꼬마들이 무지 많았슴)은
새로운 놀이터가 생겨서 아주 신들이 났었습니다
아버지 친구들이 세운상가와 주변에 많이 포진해 있어서
세운상가 일대를 쭈욱 한 번 돌면 빵에 과자에 5원,10원짜리
동전이 제법 많이 수금(?)이 되곤 했었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에 꽂쳤지요
중학교 다니는 놈이 TV기술학원까지 다녔으니까요
동네에서 테레비 전축 밥솥 등등을 아주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서 까까머리로 고치러 출장을 다녔어요
돈을 안받으니 집집마다 맛있는 것이나 귀한 것이 생기면
우리 집에 많이 가져다 줘서 별의 별 것을 다 먹어봤습니다
80년대 초에 이미 앰프는 완성도 높게 고출력으로 자작을 많이 했었고
시중에 턴테이블도 마음에 안들어서 자작으로 만들어 썼었네요
다만 스피커는 자작을 해도 영 마음에 안들어서 동축형 풀레인지
몇 대 말고는 JBL,AR 등을 구입해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집에 가면 죽이는 소리 들을 수 있다는 소문에
다방 DJ하는 친구들과 기타 좀 만지는 친구들이
많이 놀러왔었죠...물론 따라온 여자들도 바글바글...ㅋ..
돈 걷어서 라면만 끓여 먹어도 참 즐겁고 재미난 때였네요..
지금은 그때처럼 열정적이진 못하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버릇이 있다면
기성케이블은 못미더워서 좋은 선재와 단자로 직접
만든 것만 쓴다는 겁니다
잘 몰라서 그렇지 의료용 장비 안에는 하이앤드 안부러운
고급 선재들이 아주 많은데 요놈들이 입수되면 혼자
빙긋이 웃죠 남들은 제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고요...
그때 굴러다니던 2n3055가 아직도 부품통에 있습니다.
저는 음악은 듣고 싶은데 비싼 기기는 못쓰지,
내 형편과 실력으로는 음질의 한계가 있어서
주어진 여건에서 고음질 고출력에 늘 목말라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켈 230왓트 고출력 파워가
동사무소 수거급 가격으로 나와도 안사는 시대가 됐네요.
타임 머신 타고 그런 앰프를 오디오 골목에 가져다 놓으면
성능에 놀라기도 하지만 가격에 다 쓰러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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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희
2019-08-15 09:43:43
도시바 2N3055 빨간색 마킹
삼촌과 삼촌 친구들이 앰프키트나 사제를 만들어
시장에 뿌리던 시기라 저도 그거 조립 많이 할 때
제일 흔히 썼던 츨력석이죠...
삼촌이 땜쟁이라서 주변에 가게들도 많이 알았는데
저는 주로 삼촌 가게나 주변 가게에서 부품수급이 어려워
수리불능인 기기들을 거져 얻어다가 분해하고 개조하는
걸 즐겨 했었습니다
하나 붙들면 날새는 줄 모르고 조물락 거렸네요...ㅋ..
전자회사 생산라인에서는 사실 계측기로만 측정하지
소리는 안듣거든요 그걸 이리저리 부품 끌어다 붙이고
만들어서 소리를 나게 해서 들으면 옆 수리조정라인에서
여공들이 "헉 저게 소리가 나는 거였네"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요즘 PA쪽은 기본이 채널당 1000W가 넘어가는 시절이라
내부를 보면 복잡하지만 사실 앰프의 기초만 잘 알면
그리 어렵지 않게 수리가 가능하죠..
저 당시 이것저것 막 뜯어보고 개조해 보던 게
지금 밥벌이에는 많은 도움이 되고
음향 기술이 있으니 어디를 가도 대접을 받는 편입니다.
남들은 공휴일이라 다 쉬는 날이건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저는 새벽부터 무지 바빴네요
오후에는 광화문에 나가보려고 미리 밥벌이를 한건데
일이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 되서 일찌감치 일당을 했으니
광화문에는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