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테마박물관에서 낭만에대하여 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중이라 구경왔습니다.
옛날식 다방이 눈에 띄네요.
그럼 저와 함께 구경해 보실까요?
조선 최초 위스키 광고 中
대한국 사람들에게 우러러 아룁니다.
위스키를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건
세계인이 인정하는 바 입니다.
유럽인들이 애용하는 본 제품을 한양상회에
판매위탁 하오니 어떤 좋은 맛과 효력이
있는지 한번 마셔보시기 바랍니다.
(한양상회는 1908년 설립된 최초의 백화점이며
편지로 물건을 주문하면 배송을 해주는
통신판매를 처음 도입하였다.)
1880년대 수입된 우이쓰기(위스키)의
한자표시가 유사길 이라는게 재미있네요.
50-60 년대 위스키 라벨
중간에 빨간색 글씨로 써진 도라지위스키는
최백호씨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에 언급되죠.
또한 당시 연인들이 다방에서 도라지위스키 티
(줄여서 위티)를 권하는 모습이 소설속에서
묘사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왜 하필 위스키 티가 유행을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당시 문화예술의 중심지이자 사교클럽
역할을 하던 다방에서 서민들이 위스키를
마시기엔 부담이 컸을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한것이 바로 홍차에 위스키를
넣어 한 잔씩 팔던 위스키 티(위티)
였던것이고..
보편적으로 위티에 쓰이던게 바로
도라지위스키였던겁니다.
저는 처음에 도라지가 들어가서 도라지위스키인줄
알았습니다만 웃지 못할 비화가 있더군요...
원래 이름이 도리스위스키 였으나 일본
토리스위스키 상표를 모방했다는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결국 1960년 이름을 살짝 바꿔서
도라지위스키가 된 것이라네요. -.-
70~80년대 다방을 재현한 모습에서 딱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두말할것 없이 수족관이겠죠?
그때 당시 다방이나 가정집 화장실에서 쉽게
볼수 있었던 가쉽지들..
다방하면 또 빠질수 없는게 음악아니겠어요?
어린시절 추억속에 살아있는 전축부터..
밥이면 밥 보리차면 보리차 못하는것 없이
척척 해내던 만능 법랑 풍로가 잠시나마
예전 추억으로 우릴 인도해 줍니다.
실내 흡연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그 시절이니
테이블 위 재털이도 필수항목이겠네요.
국내 위스키 역사는 위스키 원액이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도라지위스키를 지나 점점 발전을 하게 되고
원액 함량도 거기에 맞춰 늘어나게 되었는데요.
70년대 인기 있었던 죠지드레이크
시간은 흘러 흘러 80년대로 넘어가게 되고~
86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준비하며 그에
맞는 고급위스키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국산 원액 100%의 위스키가 나오던
시절이 가장 황금기가 아닐까 하네요..
재미있는 광고도 하나 발견했는데요..
아르헨띠나 선수들이 정말 이렇게 느꼈을까요? ^^
국산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는 90년대 초반
주류시장이 개방되며 소비자 기호등에
밀려 사양길을 걷게 됩니다.
작년 판매 1위 골든블루 사피루스
소주에도 불고있는 저도수 열풍이
위스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듯 하네요.
한국 사람들의 발렌타인 사랑은 유별나죠.
오로지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개발한
마스터즈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판매 한다네요.
시음장에서 저도 위티를 맛 볼수 있었는데요.
홍차가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줘서 마시기
편하고 위스키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더군요.
하루는 서서고기를 하는데 위티를 한번
마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심을 먹기 좋게 깍뚝썰기로 굽고..
이베리코도 준비했어요.
내복군단 배식도 완료했으니
한 잔 걸쳐야겠죠?
위티라고 하면 왠지 캡틴큐가 있어야 장단이
맞을거 같지만 오늘은 발렌타인으로
대신해볼게요.
사진찍고 보니 아뿔사!!
찻잔에 따라야 하는데 ;;
구워먹는 치즈도 훌륭한 안주거리랍니다.
막딩이와 함께 건배~~
어려웠던 시절 비록 가짜 위스키일지라도
서민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안겨준 위스키 티는
다방의 부흥기와 맞물려 한 시대를 대변하는
근대역사의 기록이 된 것 같습니다.
기획전 팜플렛에 적혀진 내용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할게요.
" 궂은비 비 내리는날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
함께 하였던 음악과 이야기는
가버린 세월에 서글퍼진 청춘의
낭만에 대한 헌사입니다. "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