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박사가 논문조작을 했을 때, 국내에는 뜻밖의 논란이 있었죠.
과학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실험조작'을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꽤 많았고 강력했습니다. 관악산 입구에는 오랫동안 황우석박사의 논문조작이 미국의 음모라는 플래카드도 붙어있기도 했죠(집회도 자주 있었고요).
그런데 정작 과학자들은 왜 그런 '조작'을 용납을 못할까요?
과학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과학은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지식체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과학자들은 전문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방식으로 그 주장을 합니다.
논문은 과학자들의 생각과 지식을 교류하고 발전시키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실험결과를 조작하여 자신의 이론을 주장한다면 과학이라는 체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가설을 증명하는 유일한 도구인 실험결과에 어떤 방식이든 조작을 한다는 것은 과학계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행동입니다.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그리고 창조과학은 단순히 과학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생각의 차이 문제가 아닙니다.
신앙을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과학으로 바꾸는 행위는 앞서말한 자료조작보다 더 저급한 반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애당초 정해진 결론에 따라 끼워맞추기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역으로 끼워맞추기식으로 반대쪽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는) 수준입니다.
제가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 미국에서 오랜기간 엔지니어로 인정받았던, 연세도 지긋하셨던 분이 국내 대기업에 스카웃되어 들어와서 같이 일을 잠시했었는데
(S대 공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학박사를 받고 30년넘게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고액연봉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스카웃한 경우입니다), 그렇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신 분이 뜻밖에 창조과학회를 소개시켜 주시더군요. 그때까지 창조과학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작 학회까지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그분이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서 글들을 봤는데, 논리와 합리는 없고 오로지 맹목만이 있더군요. 학회라는 말을 붙일 수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성경에 나오는 문구중 과학적이지 않은 내용이 하나라도 있다면 성경은 다 거짓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구가 얼마나 될까요?
창조과학이라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잣대로 스스로 믿는 신앙의 근본인 성경을 부정하는 것이지요. 창조과학은 의외로 고학력자들도 많이 신봉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가 우리나라 창조과학의 근거지라고도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가 창조과학회 이사라는 기사가 떴을 때 저는 뜨악했습니다.
과연 그런 반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이런 자리에 적합할까?
그런데 제가 만난 분도 그분이 '창조과학'을 믿는 분이라는 말씀을 직접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합리적이고 공학적인 경험과 능력도 뛰어나신 분이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그 이유도 분명합니다.
신앙을 과학으로 증명하고자하는 그 마음은 이해하나 그 시도조차 이미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처럼
신앙은 믿음으로, 과학은 검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