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O(라이고)는 미국 워싱턴 주 핸포드,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에 위치해있는 중력파 관측 시설이다. 이곳에서 13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중력파를 탐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중력파 탐지에 성공하고 있다.
1일 ‘사이언스’, ‘ABC’, ‘가디언’ 등 주요 언론들은 LIGO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2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태양보다 약 49배 큰 질량을 갖는 새로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 탐지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전에 관측한 두 차례의 중력파와 비교해 훨씬 먼 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2015년 2월 발견한 첫 번째 중력파는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2016년 2월 관측한 중력파는 14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LIGO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2개의 블랙홀이 마치 춤을 추듯이 서로를 돌면서 병합되는 과정을 영상화한 것이다. ⓒLIGO/Caltech/MIT/Sonoma State (Aurore Simonnet)
“중력파의 실체를 파헤치는 새로운 단계”
LIGO의 대변인 MIT의 데이비드 슈메이커(David Shoemaker)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들이 중력파의 발견을 신선하게 바라보는 상황에서 중력파의 실체를 파헤치는 새로운 차원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관측한 신호에는 ‘GW170104’란 이름이 붙여졌다. 블랙홀 쌍성 병합을 통해 중력파를 확인한 세 번째 사례다. 관련 보고서는 미국 물리학회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2일자에 게재됐다.
‘GW170104′가 관측된 시각은 2017년 1월 4일 이른 아침이다. 관측 결과에 따라 LIGO가 작성한 영상에 따르면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감싸듯이 돌면서 어우러지듯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참조)
이번 관측을 총지휘하고 있는 LIGO의 데이비드 라이츠(David reitze) 연구팀장은 블랙홀 병합되는 과정에 대해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가 아니라 두 사람의 남녀가 왈츠를 추는 것 같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카디프 대학의 중력파 전문가 B S 사티야프라카시(Sathyaprakash)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전 두 차례 중력파 관측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홀 쌍성계의 생성 기원에 관한 것이다. 국제공동연구진인 라이고 과학협력단(LSC) 일원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오정근 박사는 연합뉴스를 통해 “이번 관측에서 블랙홀 쌍성계의 생성 기원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블랙홀의 자전축 방향이 두 블랙홀의 공전축 방향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아냈다는 것. 블랙홀 쌍성계의 생성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었다. 쌍성이 각자 블랙홀로 진화한 뒤 블랙홀 쌍성계를 이룬다는 설과 두 블랙홀이 서로를 포획해 쌍을 이루게 된다는 설이다.
“5~10년 안에 새로운 사실 밝혀질 것”
오 박사는 “전자의 경우 페어 경기를 펼치는 피겨 스케이터들처럼 공전 축 방향이 각자의 자전축 방향과 일치해야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블랙홀 쌍성은 그렇지 않았다”며, “생성 기원이 후자에 해당함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를 통해 중력파와 관련된 통계적 관측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이는 ‘중력파 천문학’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력파 천문학’은 중력파 망원경 등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하는 천문학의 한 분야다.
빛이나 전파 대신 중력파를 이용해 질량이 큰 별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들의 특성 등을 이해하고 있다. 첨단 기기를 이용해 우주의 미세한 상황을 관측하면서 천문학 분야에 신기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잇따른 중력파 발견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중력파 이론을 더욱 확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101년 전인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뉴턴의 중력 법칙에 의문을 품었다.
물체를 둘러싼 시·공간에 대해 물체의 존재와 관계없이 절대 변하지 않는 대상이라고 본 반면 아인슈타인은 그게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우주에서 성립하는 중력 법칙인 일반상대성이론을 전개해나갔다.
물체의 가속운동에 의해 빛이 이동하는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도 느려진다며, 그 가속운동은 중력에 의한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우주선과 같은 가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면 떠 있지 않고, 지구에서와 똑같이 우주선에서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즉 질량(중력)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이 영향력이 거리에 따라 세기가 변하면서 다른 물체에까지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다시 설명한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힘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담은 방정식을 계산해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43초 움직인다는 답을 얻었다. 또 태양 정도의 질량이 되면 그 중력으로 시공간을 구부려서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밝혔다.
실제로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 5월 29일 발생한 일식 전후의 별의 위치를 관측해서 빛의 경로가 휘어진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중력파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21세기를 맞았다.
그리고 지금 LIGO를 통해 중력파에 대한 물리적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의 관측 기술에 비추어 중력파 탐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력파 연구가 확증 단계를 넘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존스 홉킨스 대학의 우주학자 마크 케미언코우스키(Marc Kamionkowski)는 “지금 새로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도 놀랍지만, 5~10년 안에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져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