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첨단 기법으로 분석해 보니, 이 보다 무려 수 천 년 전에 조성됐음이 드러나 관심을 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인류학자인 마이클 프라체티(Michael Frachetti) 부교수는 “실크로드가 마치 강력한 국가에 의해 어떤 특별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겼다”고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프라체티 교수는 “실크로드는 수 천 년 동안 유목민들에 의해 강력하면서도 유연하게 조성됐다”고 말했다.
유목민과 무역상들이 자연스럽게 낸 길
지금까지 학자들은 실크로드를 추적할 때 주요 주거지와 무역거점을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짧게 이어주는 통로를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같이 점을 잇는 방법은 평원과 사막지역으로 이뤄진 낮은 지대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고지대에서 이같은 방식은 맞지 않는다.
목초지 조성의 흐름을 측정해서 파악한 유목민 이동로 ⓒ M, Frachetti
프라체티 교수는 “물론 저지대에서는 실크로드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었지만, 농부와 무역상들이 험준한 산악지역을 이동하면서 생긴 통로를 파악할 때는 맞지 않는 분석법”이라고 보도자료에서 주장한다.
사실상 산악지대를 누비던 농부와 무역상들이 낸 길이 나중에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을 뿐이며, “그 시기도 무려 5,000년 전”이라고 프라체티 교수는 주장했다.
프라체티 교수는 “고대 도시나 마을, 사원과 카라반 정착지가 위치한 장소는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에 이것을 연결한 길을 파악하기는 아주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5,000년 전 농부와 무역상들이 지나갔을 산악지역의 길을 찾기 위해 프라체티 연구팀은 750m에서 4,000m 고도에서 사람들이 가축떼를 이끌고 집단적으로이동한 통로를 정확하게 시물레이션 하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계절별 요인을 감안하고 가축을 포함한 대규모 집단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통로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 마이클 프라체티 교수는 인공위성자료, 지리학, 고고학 및 지리정보시스템(GIS) 자료를 결합하여 유목민들이 목축지를 따라 움직이는 이동로를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넓고 높은 산맥지대에서 무성한 목초지가 계절을 따라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흐름’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프라체티 교수는 이란 인도 러시아 몽골 및 중국 지역을 1km크기로 작게 나눈 뒤, 위성사진 및 지리정보시스템으로 파악한 목초 생산성을 숫자로 표시해서 등급을 나누는 매우 정밀한 방법을 사용했다.
보통 강과 내 등 물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사용한 지리정보시스템과 원격탐지장비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렇게 만든 컴퓨터 모델을 500번 돌려 낸 합계로 어떻게 해서 집단을 이룬 유목민들이 여러 세기 동안 산악지역을 이동하면서 길을 만들어 연결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네트워크를 찾아냈다.
프라체트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통해 찾아낸 통로가 “지금 확인된 실크로드의 길과 75%가 동일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최근 네이처에 보도했다.
물 흐름 파악하는 분석기술 도입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프라체티 교수는 ‘위성분석 및 해석과 탐구 실험실’의 실장으로서 세계의 유목민 집단문화와 고대무역 네트워크를 연구해왔으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의 유적발굴을 이끌었다. 수 천 년 동안 대륙에 걸쳐 형성된 이들 사회에 대한 야외작업 자료가 실크로드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이뤘다.
결국 연구팀이 발견한 통로가 직접적으로 실크로드였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그러나 나중에 난 실크로드가 이 통로를 바탕으로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고지대 산악지역에서는 BC 3000년 전부터 유목경제가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이같 은 생태학적 이동성이 수세기동안 지속되면서 아시아를 관통하는 무력통로로 발전했다.
카자흐스탄의 유목민 ⓒ M. Frachetti
연구팀은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거의 연구되지 않은 중요한 실크로드의 다른 통로를 고해상도지도로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프라체티 교수는 티베트고원에서 중국 돈황(敦煌)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음을 이번에 새로 발견했다.
산악 유목민들이 가축을 기르면서 가장 힘든 때는 저지대의 목축지를 메마르게 하는 여름이다. 이동성이 강한 목축민들은 산악통로를 횡단하기 위해 유사한 전략을 개발했으니, 가축들을 풀이 자라는 고지대로 옮겨 여름철 열대를 피했다.
프라체티 교수가 이전 연구에서 발견했듯이 유목민은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유목민은 산악지대의 생태학적인 요인들을 잘 알고 이용했는데 이는 계절별 목초지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프라체티 교수는“험한 산맥들이 지역사회를 고립시키는 거대한 장벽이 되지는 못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이웃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