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시(絶命詩)
亂離袞道白頭年
幾合捐生却末然
今日眞成無可奈
輝輝風燭照蒼天
난리를 겪다보니 머리만 백발인 나이되어,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네.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방법이 없건마는
가물거리는 바람 앞 촛불이 창공에 비치네.
妖氣掩?帝星移
九闕??晝漏遲
詔勅從今無復有
琳琅一紙淚千絲
요망한 기운에 가려 황제의 별이 옮겨지니,
구중궁궐 침침하여 낮 시간이 더디구나.
이제부터 어명조차 받을 길이 없으니,
구슬 같은 눈물 주룩주룩 어명을 적시네.
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세상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曾無支厦半椽功
只是成仁不是忠
止竟僅能追尹穀*
當時愧不?陳東*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작은 공도 없었으니,
다만 어짊을 이룰 뿐이요, 충성은 아닌 것이었네.
겨우 능히 윤곡을 따르는데 그칠 따름일 뿐,
당시 진동의 행적을 따르지 못함이 부끄럽네.
※ 참고자료: 매천야록 -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본 개화와 망국의 역사, 서해문집, 황현, 허경진, 서해문집, 2006 절명시
* 윤곡(尹穀) : 송나라 때 인물로, 몽골이 침입하여 가족이 모두 죽자 자결을 했던 선비
* 진동(陳東) : 송나라 때 인물로,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자 상소를 했다가 노여움을 사서 억울하게 죽은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