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발톱이 움킨 매국의 계절에
손가락을 자르고 떠나 버린 조선의 사나이
없는 나라마저 팔아먹은 부정한 정부政府를 버리고
입을 다물고 행동으로 떨쳐 일어나
누를 수 없는 북받치는 정열을 한 자루 붓에 맡겨
민족의 심장을 쳐 움직인 사나이
그가 돌아올 수 없는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중국 땅, 연해주, 만주를 떠돌며 온몸으로 혁명을
민중의 혁명을 꿈꾸며
미리를 무찌르던 그의 손가락은 아홉 개
그러나 그가 고개를 꺾어야 할 나라는
오지 않았는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매국의 계절에
이제는 전쟁으로 두 동강나고
결국은 한 동강마저 글로벌 자본에 목이 졸린 나라
그는 올 수 없는가, 민중의 굴레인
북곽 같은 정치와 법률과 윤리와 도덕과 종교
노예의 근성, 그 모든 것 다 버리고
오로지 민중이 주인인 무정부의 조선을 찾아 떠난 외길
매국의 주구走狗는 아직도 천지에 깔렸고
1936년 이후 한사코 혼으로 떠돌고 싶었던 사나이
태백산 같은 백골탑도 못 쌓고 쟁기도 녹이 슨 지금
그 혼은 아직도 멀리 계신가
어서 오시라, 그 한 마디 구천에 뿌릴 수 없는
지금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시인 김이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