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 무제한 가입한 덕분에 역사원서를 이것 저것 뒤적이고 있는데 마지막 판터The Last Panther가 참 마음에 드는군요. 요즘 화장실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ㅡ.ㅡ
전사서적은 건조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수려합니다. 그리고 무수히 죽어가며 탈출하는 할베 포위망이 주무대라 글자마다 피와 고통이 흐릅니다. 반면에 민간인(특히 여성)의 고통은 무채색으로 담담히 보여주어서 오히려 더 몸서리쳐집니다.
할베? 갑자기 가지고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나... 오래 전에 쌓아둔 책이 있었더군요.
킨들판이 없는 오래 전 서적이라 다행히 외화를 낭비하지는 않았습니다.
히틀러 9군의 궤멸이라고 되어 있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고 간단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베를린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던 4월 중순, 베를린 남부의 9군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독일인도 몰랐던 Halbe라는 지역의 포위망을 뚫고 서쪽의 12군과 합류해 영미연합군에게 항복하려고 합니다.
소련군에게 포로가 되면 SS 부대는 모조리 처형되고 국방군 부대도 다시는 고국 땅을 밟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하게 투항하기 위해 군 전체가 필사적인 전투를 벌이는 이상한 작전이 시작됩니다.
패잔병 집단이라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9군의 50,000명 이상과 수많은 민간인이 탈출을 시도했고 소련군은 당연히 그대로 보낼 리가 없었죠.
소련군의 포화가 쏟아질 때마다, 소련군의 압박이 시작될 때마다 소수의 전차를 앞세운 9군 패잔병은 말그대로 죽기살기로 달렸고 뒤에 남은 민간인은 소련군의 처형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차라리 죽이고 떠나는 것이 더 나은 운명이었죠. (독일군의 인과응보이기는 해도) 당시 소련군은 동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책에 여성들의 운명에 대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놀라운 사투 끝에 25,000명의 병력(12군 병력포함)과 수천 명의 민간인이 탈출해 엘베강을 넘어 미군에게 항복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는 많은 독일병사가 포위망 안에서 죽었고 10만 명 정도가 포로가 되었습니다. 민간인은 최소한 1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소련군도 이미 끝난 전쟁인데도 무의미한 보복전을 펼치다가 최소한 4만 명이 죽었습니다.
마지막 판터의 저자도 운좋게 미군에게 투항해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