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5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봐, 해봤어?"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거북선이 그려진 옛 오백원 짜리 지폐 한 장을 보여주며 영국에서 차관 4천3백만 달러를 도입해 미포만에 조선소를 세웠다는 신화를 남겼으니 그가 그런 말을 입버릇처럼 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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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신화 아닌 실화는 이제 스토리를 바꿔서 한국사회를 엄습합니다.
남쪽의 민심은 흉흉합니다. 사상 최악의 해운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곳은 불황을 모르던 선박의 도시들이었습니다.
골리앗 크레인을 멈춰 세운 조선소가 늘어갔고 일감이 사라진 노동자의 한숨은 깊어갔습니다. 경쟁적으로 대출을 확대했던 은행들은 대출 옥죄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구조조정. 즉 사람을 정리할 방법을 고민중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잘려나가야 하는 노동자.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얘기 역시 자본주의의 변하지 않는 법칙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 이 회사 대주주인 전임회장과 그녀의 젊은 두 딸은 회사 주식 30억 원 어치를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전임 회장은 이미 2013년과 2014년에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100억원 가까운 돈을 가져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터입니다.
그 두 해 동안 회사의 순손실만 1조 8천억 원이었습니다.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책임을 다하는 대신 마지막 남은 이익까지 긁어갔다는 의혹이 전해지자 금융당국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지요.
피해자는 결국. 회사를 위해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와 외주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공적자금으로 부실을 메워야 하는 납세자들. 즉, 우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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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그렇게 1%를 위해 99%가 존재하고, 그 1%는 어떤 경우에든 손해 보지 않는다는 후진적 자본주의의 신화는 오늘 다시 실화가 되어갑니다.
"이봐, 해봤어?"
...
...!
아니요.
그 말이 남긴 신화가 스토리를 바꿔 1% 만의 불패 신화, 아니 실화가 되는 것이라면 누구든 해보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캡쳐 - 본방송 스냅샷